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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 영원을 향하여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작 번역가, 안톤 허의 첫 소설📍
📍낯설지만 깊이 스며드는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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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았다.
주인공은 과학자, AI, 클론이고 배경은 핵전쟁 이후의 먼 미래다.
거기에 시와 음악, 철학적 질문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특히 이 책은 영어로 쓰인 한국 작가의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번역본이라,
일부 문장에서는 번역 투 특유의 느낌 때문에 잘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참고로 번역은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했다.)
하지만 그런 낯섦과 생경함이 오히려 이 소설이 그려내는 미래 세계관과 잘 어울리기도 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 독특한 문체가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살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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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는 AI, 클론, 인간이라는 존재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존재’란 무엇인지, 인간과 인공지능은 무엇이 다르고, 또 닮아있는지 묻는다.
책에는 ‘시를 읽는 인공지능’ 파닛이 등장한다.
왜 하필이면 시일까?
시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가장 함축적인 언어의 형태로 감정과 사유를 담아낸다.
인공지능인 파닛이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감성과 존재에 한 걸음 다가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즉, ‘인간다움’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존재와 사랑, 그리고 소통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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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와 ‘언어’가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라면,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사랑’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은 매우 다양하고 깊다.
단순한 남녀 간 감정을 넘어서, 음악에 대한 사랑, 시와 언어를 향한 애정,
아이와 가족에 대한 사랑, 자매애 같은 유대까지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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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랑에 관한 질문은 인공지능과 클론 같은 존재가 등장하면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
과연 그들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사랑이 인간만의 고유한 감정이라면,
‘사랑하는 능력’은 곧 존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조건일까?
이 책은 그런 오래되고도 깊은 질문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던지며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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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줄거리를 빠르게 따라가기보다는,
하루에 몇 쪽씩 천천히 음미하듯 읽으며
한 문장, 한 구절의 시에 집중하는 것이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낯섦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오히려 더 깊은 생각과 질문으로 이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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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 너무 익숙하게 생각했던 인간, 언어, 사랑, 기억, 존재 같은 개념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긴다.
느리지만 묵직하게 사랑과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