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최성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1945년 출간되었지만,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다 느껴집니다. 몇 년 전의 저였다면, 독재란 저와는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우리가 겪은 불법 계엄 사태를 보니 독재는 그간 숨죽이고 있었을 뿐, 옆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의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북한’을 떠올렸었는데요. 지금 다시 읽으면서는 ‘북한’과 우리의 현재가 함께 보인다는 점이 씁쓸해서 쓴웃음 지으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 혁명가 ‘올드 메이저’, 독재자 ‘나폴레옹’, 이상주의자 ‘스노우볼’, 선전수단이 되는 ‘스퀼러’, 프롤레타리아 ‘복서’,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 ‘벤저민’ 등등.
시작은 좋은 뜻으로 시작된 혁명이었으나, 그 후 유일하게 글을 알았던 돼지들은 권력의 맛을 알고 난 후 권력 유지와 개인의 특권에만 집중합니다.
독재자 나폴레옹과 그의 수족들은
-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동지는 아무도 없겠죠?”
라는 다수의 공포를 이용해 독재와 개인의 희생을 합리화하고, 동물들을 통제하는데, 무지한 동물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행동하고요. 양들은 세뇌당해 같은 말만 되뇌고, 유일한 지식인 벤저민은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행동하지 않고..
이런 모습들을 책으로 지켜보며 우리는
알려고 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는 무지의 위험성과
비판적인 시각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 태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 책의 동물들과는 다른 성숙한 ‘인간’으로써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저는 이 책을 소설로도 읽었었고 그래픽 노블로도 본 적이 있어서 이번이 3번째 재독이었는데요. 3번째임에도 지루함 없이 몰입해서 술술 읽을 수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생각할 만한 것들이 생긴다는 것이 괜히 대작으로 평가받는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어요.
저희 아이가 제가 책을 읽으면 아직 어려서 글자가 많은 책을 읽는 것을 항상 신기해하는데요. 조금 더 크면 엄마랑 같이 읽어보자고 약속한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동물 농장>입니다. 많이들 읽으셨겠지만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거나, 아이와 함께 읽어볼 책을 찾으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 이제 동물들이 완전히 확신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존스가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자 동물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 P.43 )
- 스퀼러가 과거의 장면들을 그림처럼 생생히 상기시키자, 동물들은 자신들이 진짜로 그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느꼈다. ( p.91 )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 p.141 )
- “당신들에겐 다스려야 할 하등 동물들이 있고, 우리에겐 다스려야 할 하등 인간들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p.145 )
-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다시 인간에서 돼지로, 그러다가 또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계속해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 p.1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