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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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힘든 점이 있고 남들을 보며 부러운 부분이 있겠죠.

저 사람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 다들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이런 주제에 흥미로운 상상력을 더해 쓰인 추리/미스터리 소설이 있습니다반타에서 출간된 린팅이’ 작가의 <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입니다.


인생은 맥주 따르는 원리와 닮아 있어각도가 조금만 비뚤어져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지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사실 별거 아냐.” - p.13

 

불의의 사고로 연인과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징청’. 다크펀의 시나리오 작가로 스카우트되면서 사건 의뢰를 맡게 되고책은 그 의뢰인 3명의 이야기로 나뉘어 총 3장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행복한 사람을 부러워하고돌이킬 수 없는 상처에서 회복되길 갈망했다남들이 알면 터무니없는 공상이라고 비웃겠지만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p.74

 

의뢰인들은 모두 평범하며 각자의 사연이 있고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인물이 있어요다크펀의 도움으로 이 셋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받게 되는 대신 주어진 조건 중의 하나. ‘롤 모델 인생의 장단점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이 점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어떤 후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을 바꾸었는데 또 다른 후회가 생기고롤 모델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면 그 일이 본인의 탓일까 죄책감 또한 갖게 되죠.

 

롤 모델이 된 인물의 삶을 보며 나에게 앞으로 닥치게 될 문제들을 예상할 수 있겠죠하지만 그만큼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할 거예요.

 

반대로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 평범한 사람들에게 알 수 없다는 건 두려움의 다른 말이다앞으로 다가올 인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건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에서 어둠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 p.95

 

누구나 삶에 고민이 있고상처가 있을 텐데요다만 모두 하나하나 드러내 보이지 않을 뿐이겠죠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며 괴로움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런 내 삶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나아가야 할 거예요. ‘내 인생 나만큼 살 수 있는 건 나뿐이다!’라고 생각하는 뻔뻔함도 필요할 것 같네요 :)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지만 그게 내 인생이므로 그 인생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 p.111

 

추리/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책 전체를 읽고 나면 묘하게 힐링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어요하지만 마지막 반전까지 추리/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충분한 책이니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 방관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피해자의 간절한 눈빛은 알아보지 못할 만큼 멀고피해자에게 방관자의 냉랭한 눈빛은 숨이 막힐 만큼 가깝다. ( p.164 )


- 인생이라는 트랙에서 전력 질주를 한다면 어떤 흔적이든 남기게 된다그 흔적이 얼마나 깊은지는 상관없다이번엔 실패하더라도 다음번에는 흔적이 남은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 p.320 )


- ‘남을 부러워하는 건 정상이야미소와 용기를 잃지만 않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 ( p.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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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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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

( p.7 책의 첫 문장 )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가의 작은 마을, 닐스 비크는 평생을 페리 운전수로 많은 삶을 배로 실어 나르며 보냈다. 생의 마지막 날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배에 오른 닐스는 특별하지만 만난 적 있는 과거의 승객들을 하나씩 배에 태운다. 죽은 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닐스의 인생과 그의 마지막 하루.



책은 굉장히 담담한 문체와 서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날씨. 바람. 시간.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 ( p.9 )



- 평생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페리 운전수로 우직하게 살아온 닐스. 과거 아내를 잃고 그리워하며 살다가 이제 마지막 날을 맞이하기 위해 집을 정리하고, 본인의 배를 탑니다. 배를 운행하며 중간중간 배에 태웠던 지금은 고인이 된 승객들을 다시금 만나 과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 ‘그것은 그의 임무였다. 그는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억한다.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단지 기억할 뿐이다.’ ( p.66 )



- 그 이야기 안에는 ‘고통, 배신, 슬픔, 기쁨‘의 감정들이 담겨있지만 그의 바탕에는 모두 닐스의 애정이 깔려있어요.

닐스의 이 마지막 여정의 끝에는 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동생 ’이바르‘와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가 있습니다.


✔️ ’그날 밤 이후 그는 그녀를 찾아 헤맸다. 그녀는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곳에서 존재하는 동시에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 p.80 )


책을 읽으면서 제게도 마지막 하루가 온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는데요. 눈앞에 있는 모든 게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밉고 괴롭던 기억은 뒤로하고 마냥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만 날 것 같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어도 그립고 애가 타고..

이런 상상을 하며 책을 읽다가 결말 부분을 읽으니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죽음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카피에 걸맞은 소설이었어요.

프로데 그뤼텐은 노르웨이 공식 언어 중 하나인 ‘뉘노르스크어’를 사용해 집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이 뉘노르스크어는 시적인 언어로 알려져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언어로 쓰인 문학들이 여운이 남다르다고 하는데, ‘욘 포세’ 또한 그렇다고 하네요. 욘 포세의 작품은 멜랑콜리아만 읽어봤는데 욘 포세, 프로데 그뤼텐의 다른 작품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들어요 :)

북유럽 느낌 물씬 풍기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 찾으시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 누구나 언젠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다가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계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패배를 견뎌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p.116 )

✔️ 닐스는 하나의 이름은 운명이자 숙명이며, 모든 시를 시작하는 첫 단어라고 말했다. 비록 인간이나 배가 죽거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이름은 항상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 p.208 )

✔️ 그는 세상에 태어나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 p.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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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최성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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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1945년 출간되었지만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다 느껴집니다몇 년 전의 저였다면독재란 저와는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하지만 최근 우리가 겪은 불법 계엄 사태를 보니 독재는 그간 숨죽이고 있었을 뿐옆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의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북한을 떠올렸었는데요지금 다시 읽으면서는 북한과 우리의 현재가 함께 보인다는 점이 씁쓸해서 쓴웃음 지으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 혁명가 올드 메이저’, 독재자 나폴레옹’, 이상주의자 스노우볼’, 선전수단이 되는 스퀼러’, 프롤레타리아 복서’,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 벤저민’ 등등.

 

시작은 좋은 뜻으로 시작된 혁명이었으나그 후 유일하게 글을 알았던 돼지들은 권력의 맛을 알고 난 후 권력 유지와 개인의 특권에만 집중합니다

독재자 나폴레옹과 그의 수족들은

-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동지는 아무도 없겠죠?”

라는 다수의 공포를 이용해 독재와 개인의 희생을 합리화하고동물들을 통제하는데무지한 동물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행동하고요양들은 세뇌당해 같은 말만 되뇌고유일한 지식인 벤저민은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행동하지 않고..

 

이런 모습들을 책으로 지켜보며 우리는

알려고 하지 않고배우려 하지 않는 무지의 위험성과

비판적인 시각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 태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 책의 동물들과는 다른 성숙한 인간으로써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소설로도 읽었었고 그래픽 노블로도 본 적이 있어서 이번이 3번째 재독이었는데요. 3번째임에도 지루함 없이 몰입해서 술술 읽을 수 있고읽을 때마다 새롭게 생각할 만한 것들이 생긴다는 것이 괜히 대작으로 평가받는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어요.

저희 아이가 제가 책을 읽으면 아직 어려서 글자가 많은 책을 읽는 것을 항상 신기해하는데요조금 더 크면 엄마랑 같이 읽어보자고 약속한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동물 농장>입니다많이들 읽으셨겠지만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거나아이와 함께 읽어볼 책을 찾으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제 동물들이 완전히 확신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그것은 바로 존스가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그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자 동물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 P.43 )


- 스퀼러가 과거의 장면들을 그림처럼 생생히 상기시키자동물들은 자신들이 진짜로 그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느꼈다. ( p.91 )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 p.141 )


- “당신들에겐 다스려야 할 하등 동물들이 있고우리에겐 다스려야 할 하등 인간들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p.145 )


-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다시 인간에서 돼지로그러다가 또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계속해서 시선을 옮겼다하지만 이미 그들은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 p.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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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의 개그림 일기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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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치의 개그림 일기 >

 

요즈음 반려견, 반려묘 키우시는 분들 정말 많이 보이는데요. 가끔 저도 저희 강아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 살구는 나랑 지내면서 행복할까?’라는 생각 정말 많이 하거든요. 이런 생각이 들 때 읽어보기 딱 좋은 책입니다. 진선출판사에서 출간된 <망치의 개그림 일기>는 반려인 ‘하비‘의 반려견, ’망치‘의 전지적 망치 시점으로 쓴, 망치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인데요. 너무 귀여운 일러스트가 가득 담겨있고, 동네에서 망치가 만난 다른 강아지들의 이야기, 인간과 개의 입장 차이, 견생 이야기들이 너무 사랑스럽게 담겨있어요.
 

- 흔히 사용하는 ’주인‘이라는 호칭은 내가 노예가 된 듯한 느낌이고, ’보호자‘는 어린아이한테나 쓰는 말인 것 같아서 동등한 느낌이 나는 반려인, 반려견이 적당한 호칭인 듯싶어.
( p.2 )
- 하비는 나에게 지시를 하고, 나는 그 지시를 따라. 이 규칙은 우리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는 불문율이지. 만약 우리가 그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가 사라질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늘 최선을 다해 지시에 따르거나 따르기 위해 노력해. 그런데 문제는 그 내용이 우리 사이의 주종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지시가 대부분이라는 거야. ( p.12 )
 
책을 보면서 반려견의 입장으로 본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아직도 둘러보면 애견, 주인 이런 식의 호칭이 간혹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요즘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서 이런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인간은 우리를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리지. 더러운 시설에서 강아지를 붕어빵처럼 찍어 내는 강아지 공장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해! ( p.28 )
- 마음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만 마음의 병이 드는 건 아니야. ( p.42 )
 
반려견을 정말 사랑으로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함께해 주는 반려인들도 많지만 요즘 동물을 액세서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품종견, 품종묘만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번식장 문제, 이에 따른 유전병, 그리고 무턱대고 예뻐서 키우기 시작했다가 ’손이 많이 간다‘, ’여행 갈 때 번거롭다‘, ’아프다‘ 등의 이유들로 쉽게 버려지는 아이들도 너무 많고요. 동물들도 감정이 있고 트라우마도 생기고 상처도 받을 텐데요. 책임감을 갖고 대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도 했어요. (동물 유기하는 사람들은 진짜 벌 받았으면...)
 
- 우리는 ’마음‘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봐. 마음이 편안하면 세상도 천국이 되고, 불안하면 지옥이지.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문제는 내 마음을 나도 모른다는 것! ( p.117 )
- 인간이 이걸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지.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물이라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고 우울할 때도 있어. ( p.118 )
 
책에는 사람과의 스킨십, 강아지의 시선으로 본 인간의 모습, 강아지의 기본적인 습성,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들도 소소하게 나와요. 귀여운 그림과 함께 강아지의 입장으로 들여다보니 문제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들도 이해할 수 있고, 아, 내가 했던 이런 행동이 강아지 입장에서는 싫었을 수도 있겠구나 새롭게 깨닫게 된 부분들도 많았어요 :)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이 많은 주제도 있었지만 귀여운 일러스트와 망치의 일기 형식의 글 덕분에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어요.

 
- 지구에 살고 있는 많고 많은 인간과 수많은 개들 가운데 우리가 만난 건 보통 인연이 아닌 거 같아. 우리는 서로 언어가 달라서 충분한 소통은 어렵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개와 인간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이 일기가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어! ( p.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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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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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지된 일기장 >

-알바 데 세스페데스

-한길사


-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으니까. ( p.7 )


첫 시작에 발레리아는 일기장을 담배 가게에서 사게 되는데, 그 당시 이탈리아는 일요일에는 담배 가게에서 담배 이외의 상품은 팔 수 없게 되어 있었기에 구매한 뒤 코트 속에 몰래 숨겨서 들고 오게 됩니다.

이렇게 금지된 행위를 한 후,

숨겨서 온 그 공책을 또 가족들에게 들키게 될까 봐집 이곳저곳에 숨겨요.

 

-이 집에는 나만을 위한 서랍이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 )

 

그러나 이 집에는 엄마인 발레리아가 공책 한 권 마땅히 숨길 공간이 없습니다. 또 자신이 일기장을 숨긴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도 갖게 되고요.

그러면서 찾은 장소라고는 오래된 여행 가방, 수건과 시트를 넣어둔 서랍, 빨래 주머니, 비스킷 상자 같은 것들뿐이에요.

이런 발레리아가 본인만의 서랍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치고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비웃습니다.

이 집에서 발레리아는 남편에게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요. 그녀를 원하는 것, 욕구가 있는 사람이 아닌 그냥 엄마로만 생각하는 가족들. ’엄마가 무슨 비밀이 있어?‘, ’엄마한테 무슨 새 모자가 필요해?‘, ’엄마가 그런 게 왜 필요해?‘ 이런 상황이 화도 나고 답답했지만 책의 배경이 1950년대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 내려갔어요.

 

-휴일이나 저녁에 자기들과 함께 집에 있으면 나도 지겨울 수 있다는 건 생각조차 못 하나 보다. 엄마인 나는 그런 투정을 할 권리조차 없다는 거다. 왜 엄마가 자식이랑 있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 p.52 )


-미켈레는 퇴근하면 항상 안락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읽는다. 그러는 동안 원하면 얼마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나는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부엌으로 향한다. ( p.107 )

 

과 지금 책을 읽는 의 간극은 70년이 넘으나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들은 충분히 많았어요. 그 시절과 비교하면 당연히 지금의 여성 인권은 좋아졌겠지만, 아직 이렇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홀로 일기를 쓰다 보니 알 것도 같다. 일기장의 새하얀 백지는 나를 매혹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혼자 거리를 거닐 때처럼 말이다. ( p.93 )

 

발레리아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을 초반부터 계속해서 후회합니다.

하지만 발레리아는 일기를 쓰기 위해 홀로 사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억눌러온 욕망,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 내게 돼요. 이 과정에서 발레리아는 본인의 그런 모습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과정에서 혼란과 고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니까요.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 한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추천해요.


-사람들에게 나는 미켈레의 아내이거나 리카르도와 미렐라의 엄마일 뿐이다. ( p.15 )

-매일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 p.50 )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 p.94 )

-깊은 사유 없이 어떻게 올바른 기준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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