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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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금지된 일기장 >

-알바 데 세스페데스

-한길사


-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으니까. ( p.7 )


첫 시작에 발레리아는 일기장을 담배 가게에서 사게 되는데, 그 당시 이탈리아는 일요일에는 담배 가게에서 담배 이외의 상품은 팔 수 없게 되어 있었기에 구매한 뒤 코트 속에 몰래 숨겨서 들고 오게 됩니다.

이렇게 금지된 행위를 한 후,

숨겨서 온 그 공책을 또 가족들에게 들키게 될까 봐집 이곳저곳에 숨겨요.

 

-이 집에는 나만을 위한 서랍이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 )

 

그러나 이 집에는 엄마인 발레리아가 공책 한 권 마땅히 숨길 공간이 없습니다. 또 자신이 일기장을 숨긴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도 갖게 되고요.

그러면서 찾은 장소라고는 오래된 여행 가방, 수건과 시트를 넣어둔 서랍, 빨래 주머니, 비스킷 상자 같은 것들뿐이에요.

이런 발레리아가 본인만의 서랍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치고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비웃습니다.

이 집에서 발레리아는 남편에게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요. 그녀를 원하는 것, 욕구가 있는 사람이 아닌 그냥 엄마로만 생각하는 가족들. ’엄마가 무슨 비밀이 있어?‘, ’엄마한테 무슨 새 모자가 필요해?‘, ’엄마가 그런 게 왜 필요해?‘ 이런 상황이 화도 나고 답답했지만 책의 배경이 1950년대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 내려갔어요.

 

-휴일이나 저녁에 자기들과 함께 집에 있으면 나도 지겨울 수 있다는 건 생각조차 못 하나 보다. 엄마인 나는 그런 투정을 할 권리조차 없다는 거다. 왜 엄마가 자식이랑 있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 p.52 )


-미켈레는 퇴근하면 항상 안락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읽는다. 그러는 동안 원하면 얼마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나는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부엌으로 향한다. ( p.107 )

 

과 지금 책을 읽는 의 간극은 70년이 넘으나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들은 충분히 많았어요. 그 시절과 비교하면 당연히 지금의 여성 인권은 좋아졌겠지만, 아직 이렇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홀로 일기를 쓰다 보니 알 것도 같다. 일기장의 새하얀 백지는 나를 매혹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혼자 거리를 거닐 때처럼 말이다. ( p.93 )

 

발레리아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을 초반부터 계속해서 후회합니다.

하지만 발레리아는 일기를 쓰기 위해 홀로 사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억눌러온 욕망,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 내게 돼요. 이 과정에서 발레리아는 본인의 그런 모습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과정에서 혼란과 고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니까요.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 한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추천해요.


-사람들에게 나는 미켈레의 아내이거나 리카르도와 미렐라의 엄마일 뿐이다. ( p.15 )

-매일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 p.50 )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 p.94 )

-깊은 사유 없이 어떻게 올바른 기준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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