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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평점 :
《 Op.23 》
▪️ <Opus>
✔ “저는 지금 Op.23 즈음에 서 있습니다. 완전히 설익지도, 완전히 여물지도 않은,
익어가는 여정 어디 즈음.” (p.6)
- 책 제목을 처음 딱 들었을 때 왜 Op.23일까 궁금했다.
왜 1도 아니고 2도 아니고 하필 23일까?ㅋㅋ
조가람 피아니스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단단해지고 무르익는 지점을 Op.23이라는 제목으로 나타냈다.
▪️ <인상적인 파트>
- 난 운전할 때도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켜두고, 피아노도 꽤 오래 쳤는데, 그래서인지 음악가들에 대한 뒷이야기나 인터뷰 보는 것들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두근두근, 흥미로운 이야기도 너무 많았다.
책 전체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Part 1이 가장 재미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두 명의 피아니스트만 이야기해 보겠다.
1️⃣디누 리파티
✔ “녹음으로 남아 있는 그의 연주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단 한 순간의 모호함도, 혼란도, 회피도 없다.” (p.24)
-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 젊은 나이에 백혈병이 그를 덮쳤다.
모르핀이 없이는 의자에 앉기도 힘들었던 그의 마지막 독주회 이야기.
이 독주 프로그램 영상이 유튜브에 있어서 켜두고 책을 읽었다.
마약류 진통제에 의지해가며 연주하는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명료하고, 힘 있는 연주.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2️⃣블라디미르 호로비츠
✔ “한평생을 온전한 음악을 위해 바친, 마치 뼈와 가죽만 남은 듯한 노장의 삶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이른 그리움이 가져다준 가슴 저린 페이소스.” (p.35)
✔ “모두가 함께였고, 모두가 홀로 충만했다. 음악의 존재 이유가 잠시 세상에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p.36)
- 1925년 소련을 떠났던 호로비츠가 61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독주회를 열었다.
냉전의 시기. 미국, 소련의 긴장 속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호로비츠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호로비츠를 검색하면 아마 가장 먼저 뜨는 영상일 ‘모스크바 리사이틀’에서의 ‘트로이메라이’는 내 눈물 버튼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눈물이 고인 채로 감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연주 영상은 모두 한번 봤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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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 없는 연주는 실수만 없는 연주보다야 훌륭하겠지만, 실수가 있어도 실수 없는 연주보다 가치 있는 연주들이 있다.” (p.270)
- 저자의 피아니스트로서의 고민과 음악을 대하는 자세, 신념에 대해 엿볼 수 있는 part 3도 인상적이다.
나는 알 수 없을 음악가의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일.
저자의 향후 음악 활동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또 하나 있다면, 저자가 피아니스트인데 글을 너무 잘 써...
표현이 풍부하고 섬세하다고 느꼈는데, 연주할 때의 풍부한 표현력이 글을 쓰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걸까?
저자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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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처음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내 음악과 함께였다.
책에서 언급되는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경험은 굉장히 특별하고,
심심한 일상에 큰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다.
📚 클래식을 사랑하거나, 더 가까워지고 싶은 분들.
창작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