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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10만 부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양장)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표제작인 <저주토끼>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소설집으로 총 열 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가장 여운이 짙었던 소설은 마지막에 배치된 <재회>였다. 전쟁을 겪고 살아남은 세대에게 남겨진 상흔은 남겨진 이들의 미래까지도 과거에 묶어버린다.
<몸하다>는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만 정상성을 부여하는 사회의 시선을 비트는 것 같아서 좋았고, <안녕, 내 사랑>은 편리함을 이유로 모든 것을 쉽게 버리고, 쓰레기로 만드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태를 고발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담긴 단편이 대체로 기괴하다. 그러나 정말 기괴한 것은 인간이지 않을까. 그저 탐욕(금)을 위해 동물이건 사람의 목숨이건 우습게 여기는 <덫>에 등장하는 인간, 누군가의 안위를 위해 타인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는 <흉터>의 인간, 황금이 탐나 전쟁도 불사하는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속의 인간,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그것’들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타인의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기원하는 사람(P.37)이 보이지 않는 영혼보다 더 무섭고 끔찍하다. 자신이 만들어낸 오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응시하게 되는 소설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