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스 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지음, 김나연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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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 생존자인 저자가 남긴 회고록이다. 그의 과거부터 재판 이후의 과정까지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괴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읽는 독자보다 이 사건을 회고하며 기록한 저자가 더 괴로웠을 테니까. 회고록에도 세세하게 나와 있지만 저자는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이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어린 버지니아가 견디기에 너무 가혹한 일들이 많았고, 끝내 밝히지 않은 인물들의 추악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법정에 나서기까지의 과정, 길고 긴 법정 싸움까지 마친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는 그녀가 평안을 찾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를 향한 서슴없는 비난을 퍼붓는 것은 서구도 비슷하구나 싶어서 놀랐는데 금전적 보상이 있다고 해서 일어난 폭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피해자에게 남은 상흔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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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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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저자의 시각에서 날카롭게 풀어낸 글이다. 글을 읽으면서 그의 통찰과 글의 날카로움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의대라는 성역>에서 언급한 의사들의 특권 의식, 정부가 재난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는 <세월이 가면>, 여성 돌봄 노동의 문제의식을 들여다보는 <활 끝이 향할 곳>까지 굵직한 주제를 다룬 글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읽었다. 대체로 그의 글 대부분에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탐욕스러운 돌봄>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계층 간의 차이를 더 공고하게 만든다는 부분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어떤 꼭지의 내용들은 속 시원하게 내 생각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저자의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사실 그저 관망하듯 바라본 적이 있었던 일이라, 나의 분수에 맞춰서 소시민의 역할에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특권에 도전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으므로. 차별을 자각하면서도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하고 굴복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글에 동의한다. 돌봄의 영역을 좁은 울타리로 가둘 것이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더 이상 돌봄 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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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파이돈》에서 《팡세》까지,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
최대환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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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천주교 사제인 저자가 철학자들의 사상으로부터 죽음을 성찰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관점이 변하게 된 대목이 있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죽음에 대한 관점이다.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임재하지 않으며, 죽음이 와 있을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죽음은 살아있는 이들에게나 죽은 이들에게나 의미가 없다. 산 자에게는 의미가 없고, 죽은 자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p.82)라는 문장이다. 죽음이 닥쳐왔을 때는 이미 나란 존재는 세상에 없으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저 문장을 읽고 실체 없는 일을 두려워한 것은 아닐까. 잠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태어난 이상 죽음은 피해 갈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에 삶과 죽음은 세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때로는 삶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매일의 순간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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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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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 무척 기대했다. 여태까지 보여준 작품들의 밝고 통통튀는 매력과 다른 반전이 있는 소설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구름 위에 살고 있는 무허가 주택자들을 일컫는 <구름 사람들>은 무허가 판자촌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땅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는 부유하게 그려지지만, 그들은 하늘 아래에 존재하며 무허가 주택자들은 ‘구름’위에 산다. 가난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살고 있는 것이 계급의 역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한 설계가 아닐까.

이 소설에는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밝은 분위기도 없고, 행복한 이들도 없다. 나는 늘 작가의 작품에서 잃어버린 인류애를 되찾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사랑을 보기 어렵다.
주인공 오하늘의 삶은 구름처럼 핑크빛이 되지 못한다. 나는 마지막까지도 하늘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면 불행과는 멀어진 게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 절여진 나는 돈으로 적어도 다른 기회를 선택해 볼 수 있는 하늘의 삶이 조금은 불행과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태어남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가난도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왜 가난은 개인의 탓이 되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며 마주하게 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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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특별판)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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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영화 개봉 기념으로 특별판이 출간되어 이참에 재독도 할 겸 읽었다. 사실 처음 읽을 당시 나의 빈약한 상상력 탓에 로키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읽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처음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책처럼 읽혔다. 이 소설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살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 그레이스의 우주 여행기라고 할 순 있겠지만! 서사가 쌓이는 과정이 재밌다.

과학 선생님이었던 그레이스가 어떤 이유로 소환되어 우주에서 로키를 만난 것까지는 기억이 선명한데 세부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이번에 도입부를 다시 읽을 때는 이 책이 이렇게 시작했던가? 싶어서 새로웠고 (난 전에 대체 뭘 읽은 걸까 의문을 품게 돼....)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남자가 의식을 되찾고 서서히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달까.

물론 여전히 내 상상력은 빈약하지만, 첫 독서와 다르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틈틈이 과학서를 읽었던 게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결말이 이랬나 싶어서 새로웠는데 (결말이 전혀 생각 안 났음) 너무 미국적인 결말이라는 느낌은 있다. 그래서 더 영상화하기 좋았을 것 같기도. 내가 상상한 매운맛 결말이었다면, 절대 잊지 못할 결말이 되었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레이스 당신 너무 F야. 그만 울어......(이상 T인간의 생각)
아무튼 재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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