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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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일하는 여성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다. 제목만 보고 내가 상상했던 내용은 출근길의 주문(注文)이었으나, 막상 열어보니 출근길의 주문(呪文)에 가까운 글이었다. 그러니까 직장인의 처세술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

저자는 선배 직장인으로서 차별적 상황을 지나왔을 테니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 직장인들은 차별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많으니까. 흔하게는 동일한 스펙의 동일한 업무를 하는 남녀 직장인의 연봉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고, 남녀 모두 동일한 스펙이지만, 여성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 등이 있겠다. 나머지 사소한 것들을 다 나열하면 내 손이 아프니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공감했던 내용은 ‘여성이 겪는 차별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세상은 그것을 없는 것으로 친다.(p.35)’는 저자의 말이다. 이건 비단 여성 차별에만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나, 잘못된 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도 함께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사실 나는 직업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보다는 여성 직장인으로서의 고충과 애로 사항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성 임원을 보기 힘든 이유, 나이가 많은 여성을 직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 같은 것 외에 차별에 대한 저자의 단상이 담겼다.

저자는 꾸준히 여성 직장인으로서의 길을 만들어 주길, 그 자리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많은 여성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여성 직장인으로 최대한 멀리까지 가보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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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의 순간들 - 100개의 대표작으로 만나는 클로드 모네의 모든 것
박송이 지음 / 빅피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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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모네가 86세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순간들이 담긴 책이다.

모네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훌륭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품의 설명과 함께 그의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책이었으니까. 빛의 화가로 불리는 그는 눈에 보이는 빛이 시간에 따라 다른 색채로 변하는 것을 관찰하고 빛의 무한 변주를 담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연작을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의 완벽한 성향이 작품을 파괴하는 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흥미로웠고, 백내장에 걸린 이후의 작품과 치료 후의 작품이 변화하는 과정을 알게 된 것도 새로웠다. 모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듯하게 수놓아준 클레망소의 일화는 나의 마음까지 따듯해지게 했달까.

세계 각국에 흩어진 모네의 그림을 한곳에 모아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충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훌륭한 큐레이션을 곁들여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잠정이 아닐는지.

모네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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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에 진심 - 우리에게는 서로를 우습게 위로할 권리가 있다 진심 시리즈 3
곽민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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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ADHD의 아픔을 넘어 충청도식 농담을 지나, 업계의 성차별, 재일조선인 친구의 이야기,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책을 마냥 즐겁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때론 웃다가도, 조금은 숙연해지고, 혐오 표현을 돌아보고, 외국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평가하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자기 안에 슬픔을 가져본 사람이, 아픔을 넘어선 사람이 진정한 ‘농담’의 힘을 안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을 자조적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에게서 그 속에 감춰진 슬픔을 볼 때가 있다. 이 책의 작가가 그렇다.

농담에 진심인 저자는 농담으로 ‘거대한 슬픔을 웃어넘길 수 있는(p.141)’ 사람이었는데 그 표현에 동의하는 바다. 자신을 자조적인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슬픔의 파도를 넘어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방식이라는 것도.

힘듦을 유머러스함으로 승화시키는 것 또한 우리가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농담에 진심인 사람이 된다. 저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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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9
정용준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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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동아와 언어 장애가 있는 인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사람이 어느새 마음을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달달한 모습이 담겨 있다. (헤어진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자!)

저자의 글에서 언어 장애가 있는 인물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발화되는 음성이나 문자라는 단순한 형태를 떠나 ‘언어엔 서사가 있고, 감정이 있고, 리듬이 있고, 고유함이라고 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p.147)라는 문장을 보면, 저자가 가진 언어에 관한 생각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저자의 작품에서 만나는 언어 장애가 있는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조금 더 조심스럽고, 드러내는 속도 또한 더디다. 그렇게 잔잔한 속도로 동아에게 다가가는 인하의 모습은 얼마나 애틋한가.

책에 적힌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애틋한 단어였던가 싶다. 나는 다른 의미로 겨울통을 앓게 되지 않을까. 겨울이 되면 또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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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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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진짜 사랑이 아닌 ‘연애’에만 빠져있던 미진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아 성찰로 나아가는 표제작 <돼지 목에 사랑>, 개꿀로 돈을 번다고 생각했던 일이 돌봄 노동으로 치환되어 짐이 되는 순간을 담은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타인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즐기는 선주와 그런 선주의 호의를 이용하는 이채의 이야기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미달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까지 대체로 비관적 상태에 빠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집이었고, 나열한 단편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을 읽으면서 저글링하는 원숭이를 볼 때만 해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느낌이었으나, 자신을 혐오하는 미달의 상태를 비유하는 것이란 느낌이 들고부터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나’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어떤 한도에 이르지도 미치지도 못한) ‘미달’의 마음을 잘 알 수밖에 없을 터. 그런 미달이 잘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뜨개질이었다. ‘코를 잘못 꿰면 풀었다가 다시 반복하고, 어느 날은 잘못 꿴 코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p.301)’는 일을 반복하는 미달은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고 이어간다는 것에서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인물 중에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미달이 아니었나 싶다.

단편 소설 속 이름처럼 대체로 미진하거나 미달 상태의 부족한 이들의 모습이 담긴 내용이라 조금은 비관적이지만, 그 취약하고 무른 모습이 오히려 잔상을 남기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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