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하미나 지음 / 물결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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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이 책은 그 어둠, 가려진 부분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책 제목만 보고 간략한 소개만 보았을 때는 어떤 개인의 내밀한 사유가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자는 역사뿐만 아니라 철학사와 과학 분야까지 여성이 지워지고 가려졌던 부분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한다. 지구환경과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부전공한 저자의 이력 덕분일까. 꽤 지식이 탄탄하고 방대해서 놀랐다. 탐구자들의 에세이를 읽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은.

물론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도 일부 담겨 있지만, 개인사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오래 곪아온 부분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 궁금해졌다. 아니, 이런 에세이는 아묻따 읽어야 한다. 진짜.

1. 이 책을 읽으며 오래 간직한 질문이 떠올랐다. 장례식에서 관을 드는 것은 왜 남성만의 영역이어야 하는가. 여성이 들지 못할 이유가 뭘까. 무거워서는 아닐 터인데.
2. 여성 향수 광고 중에 볼 수 있는데 레퍼토리인데 남성이 다가와서 향이 뭐냐고 물어보았다는 것을 어필하는 내용이다. 여성 향수의 컨펌을 마치 남성에게 받는 느낌. 어째서일까? 누군가에게 성적 매력을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본인 만족으로 뿌리는 것일 뿐인데. 업계에서 아직도 저런 구식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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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해를 줍다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6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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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부아소바주에 거주하는 바티스테 집안의 이야기로 그 집의 유일한 여성, 열다섯 살 소녀 에시가 화자인 소설이다. 이들 앞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다가오고, 소설은 그 전후 12일의 시간을 다룬다.

소설에서는 이 가족에게 닥칠 불행을 암시하는 복선이 몇 차례 드러난다. 스키타가 애지중지 여기는 투견 차이나가 새끼를 물어뜯어 버렸을 때 아버지에게 일어나는 사고라든가. 허리케인이 비껴갈 것이라 낙관한 것과 달리 동네를 강타하고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허리케인 장면은 인간이 자연재해 앞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잔혹한 일이 이 가족을 비껴갈 리 난무하리란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 이들이 재난 속에서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손에 땀을 쥐게 되었다. 그만큼 묘사가 아주 생생했달까.

그러나 이 소설이 불행만을 나열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버텨냈기 때문이 아닐까.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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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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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스물다섯 살의 청춘 주리, 용희, 시현, 형조, 동민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이들은 각자의 꿈이 있고, 그 꿈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콜센터에서 일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 감정 노동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소설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물론 지금은 상담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곤 하나 내가 현장에 있어 보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고) 소설 속의 일들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힌다. 콜센터 진상들은 몇 시간 동안이나 상담원을 괴롭히고 막말을 쏟아낸다. 몇 시간 동안이나 폭언, 폭설을 듣는 주인공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온다.

시현은 이런 진상 상담원을 응대하는 전문 상담사지만, 어느 순간 폭발하여 진상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다섯 청춘은 부산행을 강행한다. 그러나 콜센터 5인방이 부산까지 당도해서 깨달은 것은 그런 진상이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까 나까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달까.

‘콜센터에 다니는 동안 목소리로 너무 많이 맞았어. (중략) 그놈들은 혓바닥에 압정도 달려 있고 야구 방망이도 달려 있어.’(p.171) 소설 속 인물인 주리가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콜센터 노동자가 시달리는 폭언이 당사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나는 이게 순한 맛으로 표현되었겠다고 생각한다.

다섯 청춘이 마주하는 부조리한 상황이 너무 허구 같지 않아서 읽는 동안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았지만, 콜센터 노동자의 현장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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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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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인간이 왜 사회적 동물로 불리는가를 알 수 있는 탐구서다. 책의 1부는 인간이 왜 사회적 동물인가를 알 수 있는 내용을 담았고, 2부는 상호작용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초반에는 고독하고 고립된 인간일수록 불행하고 건강에도 해롭다는 주장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향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고, 혼자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 부분에 관해서도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흥미로웠던 점은 내향인과 외향인의 뇌는 실제로 모양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성향의 차이로 심리적인 요인이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뇌 반응 자체도 다르고 조가비핵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하나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언젠가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내용이었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이 감정적 차원을 담당하는 뇌 영역 활동을 감소시켜서 감정적 고통을 덜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진통제의 역할이 조금 더 광범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달까.

이 책은 타인과의 교류가 중요한 이유, 공감 능력이 중요한 이유를 다루며, 사회적으로 분열을 일으키는 현상을 되짚어 본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상호 방식과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상호 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는데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므로 서로 간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할 것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어쩌면 다정함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간의 다정한 마음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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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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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2차 세계 당시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두 자매가 전쟁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두 자매의 대처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지만, 타인을 위해 용기를 낸다는 점에서는 같다. 전쟁 상황을 여성의 관점에서 그려냈다는 점이 신선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독일군이지만 조금의 양심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벡,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짓밟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대위 그리고 이사벨과 같이 활동하면서 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레지스탕스 조직원들을 보면 타인을 위해 어디까지 헌신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현재 시점을 시작으로 과거의 일들이 번갈아 가며 서술되는데 현재 시점의 ‘나’가 두 자매 중의 누구인지 추측하며 보는 재미랄까. 그래서 누군데!! 하다 보면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

전쟁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용감한 이사벨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비안느의 대조적인 성향을 보는 재미가 있다. 뻔한 남성 전쟁 서사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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