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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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파키스탄 이민자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님과 극작가인 화자가 등장하는 자전적 소설로 미국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화자가 작가 자신이다 보니 이 책에도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진다. 그는 파키스탄 이민자 가족의 자녀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911테러 이후 반무슬림 정서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는 미국 내에서 미국 출신 작가가 아닌 무슬림 출신 작가로 불린다. 이 상황이 굉장히 아이러니한데, 그가 무슬림이 아니라는 점을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다. 그의 외모로 인해 무슬림으로 단정 지어지고, 낙인찍힌 상황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파키스탄에서는 그의 글을 무슬림에 대한 신성 모독으로 여겨 그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인으로도, 파키스탄인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타자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단일 민족에서 출발한 게 아니다. 다민족이 어우러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인종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나라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이민자를 향한 배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


소설 속 그의 아버지가 한 말처럼, 그들은 누구보다 미국인이 되고 싶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들은 ‘미국인’이라는 역할을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탄식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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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기획합니다 - 기획자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씽킹
박승원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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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내가 마케터는 아니지만,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면서 계정을 조금 더 키워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현재의 정체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해당 도서를 읽게 됐다. 어쩌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를 설명하고 있고, 2부는 사용자 분석에 따른 관점, 3부는 경험 분석을 위한 관점을 다루고 있고, 4부에서는 기획자의 시선으로 보는 관점을 분석한다.


책을 읽을수록 심리학이라는 것이 문과의 영역이 아닌 이과(과학)의 영역에 가깝다는 사실이 와닿았는데 어떤 현상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반복하는 부분이 그랬다. (저자도 대부분의 심리학과가 인문학부가 아닌 사회과학부에 속하고 있다는 반전을 언급하기도 한다.)책의 2장, 3장은 보다 이론적인 분석을 다루고 있어서 통계적 설명, 사고 실험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마치 사회과학서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오히려 기획자로서 일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욱 많은 소비자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하게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분석하고 일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범죄심리학을 전공하고 기획자의 일을 한다는 게 의외의 영역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책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기획을 활용하는 일을 서술하고 있으므로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 읽어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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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셜리 1~2 세트 - 전2권
샬럿 브론테 지음, 송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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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기 전이지만, 일단 책 자체는 맘에 듭니다.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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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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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현대시를 읽을 때마다 어렵고, 난해하고, 그로테스크함을 느꼈다. 그래서 곧잘 시 읽기를 포기했었는데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서문부터 그런 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이십 인의 시인을 대표해 서문을 쓰게 된 유희경 시인은 시인도 편집자도 독자도, “시가 뭔지 모르겠어.” 입을 모을 뿐(P.4)이라며, 나라고 다를까. 부끄럽고 괴롭다(P.4)고 말한다. 시를 읽고 쓰는 시인도 시가 어렵다는 고백은 독자에게 용기를 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는 작은 위안까지 얻게 된다. 그래서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페이지를 넘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었던 시집 중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수월했고, 편하게 읽었다. 물론 모든 시를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비교적 읽기 가장 편안했던 시집이었다.


때로는 감성적이고,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들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어떤 시는 읽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다. 시집을 읽을 때면 늘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바빴는데 모처럼 플래그잇을 붙이느라 바쁜 시집을 만났다.


아직은 시집이 많이 어렵지만, 이런 시집이라면 계속 읽어볼 용기가 난달까! 시 초심자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답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므로, 나처럼 시집이 낯설고 어려웠던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가을 바람이 앉은 조약돌을 보내니 받아 주렴 - P16

슬픔은 흘러넘치고 기쁨은 흘러나오지 - P19

도서부의 즐거움이란
입을 다문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서가를 지나며
네게만 들려주는 비밀을 고를 수 있다는 것 - P42

수면 아래서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순서와 질서 없는 세계 - P116

엄마는 볼 수 없는
나만 아는 엄마 얼굴
그러니까
나만 말할 수 있는 엄마 얼굴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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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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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의 리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스토리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2월 말일 자로 재직했던 직장에서 퇴사했다. 자발적 퇴사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회사는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나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작년 말부터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은 게 눈에 보였고, 연초부터 인원 감축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닥쳐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2월의 첫 출근 날, 보통의 하루가 끝나고 퇴근 무렵 부서장의 호출로 이어진 면담 자리에서 나는 일방적인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인수인계로 이어지는 며칠간의 시간이 지나 이 책의 광고를 보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책을 받게 됐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제대로 와닿은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고심 끝에 재판을 준비하고 밤을 새워가며 소장을 작성했던 일을 보면서, 그에 준하는 법원 판결문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최진영 작가의 <일주일>이라는 책 리뷰를 쓰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책에 언급된 일부 상황은 내 동기들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바로, 대학생 실습이라는 제도였다. 내가 나온 학과는 실습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방학 기간에 교수가 소개하는 업체로 실습을 나가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 달 차비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방학 기간 내내 사업장으로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


저자는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그저 불법적으로 회사를 점거하고, 업무 방해를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현실을 지적하는데, 그 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노동자는 사업자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대일로 내 권리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노조가 필요하다. 나는 이번 권고사직 사례를 통해 노조의 필요성을 몸소 겪었다. 권고사직에 해당하는 서류의 문구 하나를 바꾸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와 같은 보통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싸워주는 분들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내 일도 아니지만,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 책이야말로 많이 읽혀야 한다. 우린 다 자기 밥벌이를 위해 을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적대하는 인식이다.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들인데도 노동조합이라면 무슨 불편을 일으키는 조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는 노조가 만들어지면 무슨 큰 손해라도 입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노조를 없애기 위해 꾀를 부린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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