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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항해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로지의 딸 시어셔는 8년째 실종된 상태다. 로지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지만, 휴는 그런 로지를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대니가 로어링 베이로 돌아와 페리 선장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하고, 휴의 지지로 로지는 로어링 베이로 향하게 된다.
저자는 딸의 실종으로 무너지는 가족의 심리를 탁월하게 비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라 믿으며 희망을 놓지 않는 로지와 이제 그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휴의 충돌 과정을 보고 있으면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어 안타깝다. 아이의 생존을 믿고 싶은 마음도 이해되고, 이제 그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를 복기하며 사소한 일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선택으로 실종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책하기도 하는데 이들의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휴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로지의 상황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일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한 가족의 무너지는 삶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상처와 치유의 과정이 드러나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로지를 바라보는 마음이 괴로웠다.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은 실종된 시어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시어셔의 실종과 관련된 사건에 주목하지 않고, 로지의 관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독자도 이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멈춰버린다’라는 말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