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노예 제도가 있던 시기의 이야기로 흑인 노예 제임스의 탈출기가 담긴 소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짐’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제임스는 자신이 살던 곳을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무언가를 누릴 권리도, 삶을 선택할 자유도 없는 이 땅은 그에게 어딜 가도 지옥일 뿐이다.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어버린 삶에 허락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이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흑인 노예인 제임스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이다. 언어의 사용은 권력과도 같았던 시기에 흑인 노예가 글을 안다는 사실은 백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임스는 이 사실을 숨긴 채 백인들 앞에서 파괴된 문법과 언어로 말한다. 그러니까 ‘언어’가 삶의 무기로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제임스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종이와 연필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긴다. 도망자로 살면서도 꼭 몸에 지니고 있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연필과 종이였으니까.노예 신분으로서의 처절한 삶은 제임스의 입을 통해 여러 번 서술된다. 가장 슬픈 말은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든 거기가 그냥 우리가 있는 곳이에요.(p288)"라는 문장이었다. 자유가 없는 그들에게 갈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노예제가 있는 곳일 뿐이니까.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은 특별하다. 그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p126)”이며, 실제로도 이름을 가진 ‘인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