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 1 - 설충 나루사와 료 시리즈 1
도바 슌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혼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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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를 무대로 한 나루사와 료 시리즈 1편.  니가타 현경 수사 1과 형사인 나루사와 료는, 니가타 현경에서 전설적인 명형사로 추앙받았던 할아버지와, 수사 1과의 귀신이라 불렸고 현재 우오누마 경찰서 서장인 아버지에 이어 3대 째 경찰로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불화로 거의 연락을 않고 살아가던 그가, 우오누마 지역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아버지 뿐 만 아니라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한 노파가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자가 50년 전 '텐케이카이'라는 종교집단의 교조라는 게 밝혀지고, 이어 교단의 간부 한 명이 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과거의 종교집단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사건이 아닐까를 의심하며 수사를 계속해 가는 료는 신참형사 오니시와 파트너가 되어 끈질긴 탐문 조사를 통해 점차 진상에 다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의 가족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고 고민하는 료.  우연히 사건의 목격자로 재회하게 된 첫사랑의 그녀는 료가 경찰을 관두기를 바라고, 이들과 갈등을 빚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료가 선택한 결과는...

 

사실 추리소설로서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은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다.  초반부터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고, 결말의 반전 따위는 별로 없다.  오히려 작가는 이런 부분 보다는, 주인공의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더 깊게 다루고자 의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제목의 부제이기도 한 '설충'이라는 것이, 겨울이 가까워질 때 길이나 집 처마를 조용히 날아다니는 하얀 벌레로, 그 설충이 날아다니면 본격적으로 눈이 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즉, 곧 다가올 큰 변화를 고하는 전조인 것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이 소설은 주인공 나루사와 료가 존재 기반의 큰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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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상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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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모두 같은 반인 고교 3년생 남녀 학생 8명이 평소처럼 학교에 등교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은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상하게 여기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이들은 학교 문이 열리지 않고 시계도 5시 53분에 멈춘 것을 발견한다.

 

갇힌 학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이들은 한 급우가 두 달 전 자살한 사건을 떠올리나 그 친구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즉, 모인 8명 중에는 자살한 친구가 섞여 있음을 깨닫고, 이내 자신들이 지금 누군가의 머릿속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가운데, 각자의 사연이 펼쳐지고, 저마다 죽은 친구가 누군지 기억을 해내며 한명씩 사라지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마지막에 밝혀진 자살한 친구는 누구이며, 이들이 놓인 곳은 누구의 머릿속인지, 그리고 돌아간 친구들은 다 살아 있는 건지를 내내 궁금하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중간에 각자의 사연들이 살짝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왕따, 성적고민, 진로, 교우관계, 가정환경 등 10대들이 갖는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한 걸음씩 성장하는 그네들의 이야기도 진지하고, 상처받기 쉽고 상처주는 데도 서슴치 않는 10대 특유의 예민한 감성을 밀도있게 잘 그려냈다는 느낌이다.  자살한 친구가 누구인지는 사실 예견된 바라 좀 싱거웠지만, 그래도 반전도 있고 중간에 놓인 복선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재미도 소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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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맨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6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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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공동주택 (이름만 거창하지 실제로는 낡은 4층짜리 연립주택), 그랜드맨션에 모여 사는 입주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 단편집이다.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노년층이거나 실직자, 빈곤층들이고, 한명씩 주인공이 되어 사건의 중심에 서는 7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술트릭의 대가라는 평가에 맞게, 읽다보면 지금껏 이해하고 있던 내용이 아니라 반전을 맛보게 되는 기발한 트릭이 숨어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이를 느끼고, 아, 계속 이런 식이겠구나 하며 기대를 품게 되고, 이러한 기대감은 끝까지 이어진다.  거대하고 긴 호흡의 범죄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 에피마다 뒷통수를 치는 긴장감이 기분좋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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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달력 1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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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을 읽고 장용민 작가의 책이 더 읽고 싶어져 찾아 읽게 된 "신의 달력" 1 & 2권.
 
역사학자였던 하워드 레이크는 어린 딸을 범죄에 의해 잃고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 채 자포자기한 생활을 한다.  새롭게 시작한 탐정 일도 관두려던 찰나 그에게 에밀리라는 여인이 나타나 '새뮤얼 베케트'라는 남자가 자신의 딸을 납치했었다며 그를 찾아줄 것을 요청한다.
 
수사를 통해겨우 그로 보이는 남자의 흔적을 찾는데, 이를 추적하던 끝에 그가 백여년 전에도 그 모습을 나타낸 걸로 보이는 기록을 찾으며 의문에 빠진다.  더욱이 그의 모습은 범죄자가 아닌, 오히려 거리의 성자, 더 나아가 예수의 모습이다.  점차 그의 족적을 살피며 나가던 중, 아이슈타인, 오펜하이머, 괴델, 콜럼부스 등과도 연결되어 있는 그의 행적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고대 마야 문명과 예수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편 세상은 요한계시록에 나온 종말의 징후를 보이고 있고, 신을 부정하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 신으로 보이는 자를 찾아 나서는 하워드의 여정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 가는데...
 
내가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동양작가의 서양 무대를 배경으로 한 서양 인물을 다루는 형식이긴 하지만, 고대 문명과 종교, 종말론 등을 다루는 작가의 현란한 지식에 압도되는 것 만은 분명하다.  심지어 그게 조금 지나쳐, 비싼 부페 식당에서 잔뜩 먹고 나와 속이 조금 불편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이 비유가 딱이다!)  화려하고 다양한 음식들에 환호하면서도 깊은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가짓수 많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은 느낌이기도 하다.  "불로의 인형"에서도 그랬듯이, 이 작품에서도 흡인력있는 도입부, 현란하게 전개되는 중간 부분을 지나 마지막에는 약간 힘이 빠지는 듯한 인상도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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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엔젤 - 라루스가 살인 사건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가사이 기요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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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인 저자가 처음으로 쓴 미스터리 소설이란다.  현상학적인 추리를 시도하는 탐정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의 첫 권이며. 

 

과거 지주였던 뒤 라브낭 가문의 이봉이 전쟁통에 실종되고, 토지 일부가 소작인 라루스가의 조제프에게 양도됐다는 서류에 따라 라루스가는 큰 재산을 갖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이봉에게서 온 듯한 협박장이 라루스 가문에 날라오고, 얼마후 조제프의 둘쨋딸 오데뜨가 살해되고 막내딸 조제뜨가 사라진다.  이후 계속되는 살인과 실종사건이 이어지면서, 사건을 수사하는 모가르 경정의 딸 나디아와 그녀가 우연히 사귀게 된 젊은 일본인 현상학자 야부키 가케루의 추리 대결이 펼쳐진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가문 간의 다툼인지, 죽은 줄 알았던 이가 돌아와 복수를 꾀하는 건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인 사건으로부터 나디아는 나름대로의 추리를 펼치며 자신이 이 사건을 해결했다고 믿으나, 가케루는 이 모든 전말을 자신의 직관을 통해 파악하고 범인을 쫓는다.  마침내 가케루가 밝혀낸 사건의 진실은, 과연 그의 말대로 '루시퍼'에 의한 범행인가...

 

현상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가져와 추리에 접목시킨 이 작품은 "흑사관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현학적인 추리소설의 하나인 듯 하다.  이해가 안 되고 어려운 부분은 그냥 스킵하면서 읽어나갔는데, 여기에 유럽에서의 이념대립과 사상갈등이라는 역사적 부분까지 가미되어 단순한 추리소설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추리적 부분에서는 범인이 비교적 쉽게 파악되면서 다소 싱거운 면이 있었다.  더군다나 서양을 배경으로 하는 동양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인해 읽는 재미가 반감된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내 취향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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