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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 - 뇌는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만드는가 ㅣ 프린키피아 7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운명이란 무엇인가? 태어날 때부터 한 인간의 인생의 대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미신신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때로는 무시당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 있으며,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다른 출발선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적 조건 뿐 아니라, 신체적인 조건도 그러하다. 환경적으로 가난하더라도 강인한 신체나,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난 이들은 성장하면서 환경적 불이익을 모두 극복할만한 큰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그만큼 타고난 것은 인간의 인생을 처음부터 어느 정도 결정한다.
결국 인간의 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말은 이런 측면에서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유전과학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정신 혹은 영혼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이 사실은 유전적인 요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사실마저 드러나게 되었다. 정신력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던 과거의 믿음과 달리, 인간의 생각과 정신 마저도 육체적인 상태에 의해 결정되고, 결국 그 육체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정신까지도 유전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90년대 이후 발견된 뇌가소성 개념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죽을때까지 발전할 수 있다. 앞의 다른 요소들과 달리, 타고나고 정해져있는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써나갈수 있는 가능성은, 두뇌의 발전에 있다는 것이다. 뇌가 발전한다는 것은 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을 넓혀나가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뇌의 뉴런이 생각의 가지를 뻗어 점차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들을 따라가다보면 문득 혼란해진다. 그렇다면 대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것인가.
우리가 신년마다 보는 올해의 운세, 이것 역시 운명론이다. 이른바 사주명리는 자신이 타고난 시간에 대응되는 글자를 매칭하여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 사주를 본다는 행위에는 나에 대해 알아본다는 의미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답은 바로 나에 대해 바로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있다. 현재의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을때 비로소 뇌의 신경가소성이 온전한 힘을 내어 진짜 나를 발전시키기 시작한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상당히 값진 깨달음이다. 오랫동안 미신적 주제로 치부되어온 운명의 미신적 요소를 걷어내고, 과학적 요소에 의해서 인간이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아주 흥미로운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