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얼마나 벌었는지 잃었는지가 아니다. 일정한 수익을 반복적으로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성공적인 매매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정한 원칙과 기준이 확고하며, 그 방법론이 유의미한 승률을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운좋게 한번 크게 벌어봤자, 자신만의 방법론과 노하우가 없다면 결국 번 것 이상으로 시장에 헌납하게 될 것이 뻔하다. 직접 겪어보면 깨닫게 되지만, 겪은 모두가 깨닫는 것도 아닌듯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하고자 공부하는 이들은 가치투자와 트레이딩이라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보이는 방법론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평가에 기반한 가치투자만이 건강한 투자방식이고 가격을 추종하는 트레이딩은 불건전한 행위라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던 것도 사실이나, 유튜브가 활성화됨에 따라 트레이딩계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노하우와 놀라운 성과를 공유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반전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의 저자 깡토는 개인적인 상황속에서 대립되는 두 방법론을 각각 따로 접하는 경험 끝에, 가치투자와 트레이딩을 적절히 섞어서 효율과 안정의 밸런스를 모두 잡은 하이브리드형 투자자가 되었다고 한다.
트레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추세"이다. 추세가 살아있는 가격을 좇아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을 노리거나, 다시 추세를 갱신하기 위해 돌파하는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주요 매매 전략으로 활용된다. 다만 추세는 인간의 심리가 거대한 군집을 이룬 시장에서 가격이 나타내는 고유의 성질일 뿐이며, 추세 그 자체가 어떤 사상이나 방식인 것은 아니다. 추세를 분석하고 따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추세 자체는 가격이 갖는 성질일 뿐이다. 추세를 비웃고 비난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그것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가치투자를 하면서도 추세에 대해 이해하고 좋은 타이밍을 노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저자 깡토는 가치투자로 성공하여 100억대 자산을 이룩한 뒤 그것을 섣부른 사업으로 거의 탕진하고, 가족들에게 뭐라도 남겨줘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자동화된 수익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 트레이딩에 대해 점점 더 깊이 공부하게 되었고, 트레이딩으로 성공한 이들을 만나면서 추세추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는 가치투자와 윌리엄오닐식의 이른바 CAN SLIM스타일 추세추종 트레이딩, 그리고 시스템 트레이딩적 요소를 모두 섞어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가 이러한 복합적 스타일을 구사하게 된 것은 삶이 그를 이끈 것도 있지만, 결국 직접 부딪혔을때라도 뒤늦게나마 편견을 던져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와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는 편견없이 다양한 방법론들의 장점만을 취하여, 트레이더에게도 최소한의 가치평가를, 가치투자자에게도 트레이딩적 관점을 가르쳐줄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더군다나 미국 주식시장과는 달리 정말 유별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국내 작가가 썼다는 점은 정말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3년 이상 준비하였다는 사실만큼 공들인 티가 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