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최근 내한하여 국내 예능에도 출연하고 있는 일본의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 본명보다도 대표작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로 잘 알려진 그는, 극중에서 각지로 출장을 다니는 동안 현지의 맛집을 찾아 음미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등장한다. 맛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혼잣말을 곱씹으며 음식을 먹는 독특한 구성의 드라마로, 이른바 혼밥을 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10년 이상 시리즈가 지속되어오고 있다. 성실한 비즈니스맨으로 등장하는 그가 어느덧 환갑을 넘기는 나이가 되었다고 한다. 배우의 실제 머리도 하얗게 새었다.
마쓰시게 유타카가 환갑을 맞아 책을 내었다. 지금이야 바다 건너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장수 시리즈의 고정 단독주연이지만, 40대가 되어서야 겨우 배우로써 자리잡았다고 한다. 방황하던 시절에 일본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인 선을 접하게 되어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선종이라고 부르는, 종교 자체의 엄격한 교리보다도 개인의 정신 수양에 초점을 두는 사상이다. 소를 찾아 여정을 떠난 동자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십우도>를 당시에 접하였었는데, 이번에 그 자세한 의미를 깊이 알고 싶어 마스노 순묘에게 물었다고 한다. 마스노 순묘는 일본의 스님이자 디자이너로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있는 인물인데, 한 잡지 대담 코너를 통해 만난적이 있던 사이인지라 부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 <불교 마음 수업>은 환갑을 맞아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는 마쓰시게 유타카가 묻고, 마스노 순묘가 답하는 <십우도> 해설집이라 할 수 있다.
십우도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다다르는 단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의 소를 찾아 나서는 동자는 진정한 나를 찾는 수행자를 뜻한다. 소의 행방을 전혀 모르는 지점에서 시작해서 실마리를 찾아나간 끝에 소를 발견하고 우여곡절끝에 소를 길들여서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소를 찾은 후가 재미있는데, 집에 돌아온 후 소가 없이 쉬다가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다. 8번 그림은 흰색 공간으로 남겨져 있는 것. 그리고는 자연이 나타나고, 또 그 후에는 사람 앞에 동자가 너그러운 포대화상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십우도가 끝난다. 찾아헤메던 소를 찾고 난 후에는 소에 대해 잊어버리고 그 후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며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자연과 합일하여 모든 것을 깨달은 후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나 깨달음을 전하는 모습으로 십우도가 마무리 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십우도와 그에 대한 해석을 읽으면서 문득, 이 과정이 자기수양이라는 추상적 행위뿐만 아니라 어떠한 일에 통달하는 과정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을 얻고자 하는 욕망, 실력을 통해 세상의 부와 명성을 얻고 싶은 욕망, 그것을 위해 끈질기게 애쓴 끝에 어느 정도의 수준에 다다르지만, 진짜 통달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어떠한 의도 없이 모든 행위 자체가 예술의 경지, 무위의 자연이 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이는 거꾸로 한 분야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잘 쌓인 실력 위에 마음을 완전히 비우는 고차원의 단계가 더 필요함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실용적인 행위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과정 속에 행위가 수행으로 변하고, 종국에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길 그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하는 대상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가도 마음을 비우지 못해 좌절하고, 종종 마음을 비울때 좋은 성적을 내는 나 자신의 매일매일이 저절로 떠오른다.
불교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마쓰시게 유타카의 개인적 경험들이 녹아 있기에 추상적이지 않고 에피소드들이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깨달음을 찾는 방법을 그림으로 전하는, 불교의 오랜 가르침을 두 사람과 함께 따라가는 여정이 제법 따듯하고 기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