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추세는 주가의 방향이 강하게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트레이더들이 즐겨 쓰는 개념으로 영어 원문으로는 Trend라고 하는데, 동양에서도 쌀 가격 분석과 거래를 주특기로 큰 부를 쌓아올린 혼마 무네히사가 에도시대에 이미 가격의 추세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무네히사가 그랬듯이 기술적 분석이론과 추세이론은 항상 함께한다. 공부하다보면 기술적 분석이란 결국 추세를 어떻게 작을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라고 풀어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술적 분석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는만큼, 그 단점은 명확하다. 결코 절대적 예언이 아니며 주관적이기에 사후 분석은 쉽지만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만큼 확증편향에 빠져서 상황을 오독하기가 매우 쉽다. 다양한 지표 중 편향적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들을 일시적으로 선호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잘못된 판단에 너무 큰 베팅을 하면 순식간에 되돌리기 힘든 상황에 처할 큰 위험이 도사린다.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시 피해를 최소화할 대비책이 항상 머리 속에 있어야만 한다. 언제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을 해야하지만 인간인 이상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분석에 의한 매매가 가지는 절대적 우위를 <시장에서 살아남는 실전 추세매매기법>의 추세매매 전도사 토마스 카는, 완벽한 펀더멘탈 분석에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을 든다. 파악해야할 기업의 요소와 고려해야할 외부변수가 너무 많고 그것을 모두 이해하기도 쉽지 않으며, 심지어 시시각각 변하기에 개인이 혼자 완벽히 커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반면 기술적분석은 비교적 명확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개인의 판단력에 의해 힘을 발휘하기에 단기간에 매우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기도 한다. 토마스 카는 퀀텀펀드의 짐 로저스가 남긴 "부유한 기술적 분석가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라는 말 앞에, 부유한 기술적 분석가들을 몇 소개해주겠다는 도발을 날린다.
일찍이 추세매매의 전도사 역할을 하며 다수의 추세매매 저술을 하였던 토마스 카가 자신의 대표적인 저작 중 하나인 <추세매매 기법>에 펀더멘털 분석 필터를 더하는 내용을 추가하여 개정판을 내놓았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이래 트레이딩과 연구를 지속하는 동안 이전에는 자신이 신경쓰지 않았던 몇 가지의 새로운 발견을 하였는데, 그것을 독자들에게 일러주기 위하여 책에 새로운 챕터를 추가하였다는 것. 펀더멘털 분석 외에 다른 요인을 믿지 않는 이들은 상당히 어리둥절할만한 행보이지만, 토마스 카는 기술적 분석에 펀더멘털이라는 필터를 약간만 씌워도 기술적 분석의 단점이 더욱 보완되고 매매가 완벽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작년부터 국내에도 소위 하이브리드 매매라고 부르며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을 혼합한 트레이딩을 추구하는 이들이 보이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실전 추세매매기법>은 추세를 활용하는 트레이더가 되기 위한 A-Z가 담긴 교과서와도 같은 책이다. 이 두꺼운 한권으로 마인드셋에서부터 추세의 개념과 활용, 기술적 분석 도구들, 자금관리기법, 이 방식으로 성공한 대가들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심지어는 트레이딩용 컴퓨터 마련에 필요한 쿠폰까지 일러줄 정도. 가치분석 위주로 투자하는 이들도 추세의 개념이나, 기술적 분석 활용에 대한 막연한 편견만으로 그것을 거부하기 보다는 나의 투자에 확률을 더해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