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문예 인문클래식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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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16세기 이탈리아의 관리이자 학자였던 마키아벨리가 쓴 책으로, 군주의 통치와 권력 유지 기술 전반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중세에서 초기 근대로 넘어가는 이른 시기의 저술임에도, 현대의 수많은 정치가들이 지금까지도 참고하는 불멸의 고전이다. 때로는 이 책을 참고했다는 이들의 이름이 우리에게는 독재자로 익숙한 이름들이기에 군주론이란 대체 어떤 책일까 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군주론>은 정녕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기만 한 전략서인가?

당시 이탈리아는 분열된 채로 주변의 강성한 통일왕국들로부터 침략을 받는 상황으로 피렌체 공화정에서 일하던 마키아벨리는 공화정이 무너지면서 추방되었고, 그 결과로 재기를 노리며 <군주론>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이탈리아가 강력한 중심 아래 단결한 중앙집권국가로 나아가고 자신 또한 그 한 가운데에서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연구한 이론인 것이다. 말하자면 단순한 사상철학이 아니라, 실제 집권을 위한 행동플랜에 더 가까운 것이다.

국가의 형태가 어떻게 분류가 될 수 있겠는가를 논하고, 그러므로 자신들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며 강력한 군주가 권력을 쟁취하고 또 유지하기 위해서 가져야할 전략들을 논한다. 이 부분에서 추후 오래도록 논란이 되는 면이 드러나는데, 바로 권력을 향한 비정한 암투의 기술들을 상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제시한다는 것이다. 독재자들이 즐겨읽는다는 이미지처럼 현대에도 비판을 받지만, 사실 당대에 이미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고 한다. 심지어 잔인한 일면이 가톨릭적 사상에 반한다고 여겨져 교황청에서 금서로 지정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사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것이 권력싸움에서 이기는 법이긴 하지만, 권력으로 대중을 찍어누르는 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말하는 권력투쟁은 권력자들 간의 다툼이다. 대중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지를 얻어야 함을 말하기에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로마제국의 성대를 끝내버린 암군 코모두스는 의회를 무시하는 한편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만 몰두했다고 하며, 군주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알려진 나치독일의 히틀러 역시 당시 독일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 아래 정치계를 쥐락펴락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세기 전인 15세기에 우리 한반도의 왕조였던 조선에서 이 군주론이 추구하는 것과 거의 정확하게 같은 일들이 일어났었다는 점. 조선 건국 직후 왕자 중 하나일 뿐이었던 이방원이 수많은 공신들과 형제를 죽이고 왕위를 가져가서 오히려 나라를 안정시켰다. 그때 정리된 권력층은 다음 세대에 총명하고 애민정신을 가진 군주가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는 넓은 기반이 되어, 한반도 왕조 역사상 손꼽는 성과를 남기게 한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이 일견 옳았음은 역사가 증명하기도 한다. 물론 그의 이론 일부를 떼어다 독재에 활용하는 사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우리 나라 현대 정치인도 군주론을 애독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군주론은 그야말로 내부에서 정치질을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다룬 책이지만, 오독과 오용의 가능성도 많은 책이다. 누군가들이 여기저기 오용을 많이 한다는 것은 어쨌든 그만큼 그것이 유용하고 본질을 꿰뚫는 생각을 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삼국지 세번 읽은 자와는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서양의 정치철학서로 완성된다면 바로 군주론과 같지 않을까. 통달한 사람은 그만큼 실생활에서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형의 무기를 얻게 되는 것과도 같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도 현실적인 행동이론서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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