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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 코스톨라니와의 인터뷰: 투자와 통찰력
앙드레 코스톨라니.요하네스 그로스 지음, 한윤진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가 아는 투자 대가들이 대개 미국인들인 반면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 유태인으로서 어렸을때부터 유럽의 여러지역을 돌아다니며 생활을 했다. 물론 전쟁의 불길을 피해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정체성은 유럽인이다. 20세기 전반부는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유럽 대륙 곳곳이 직접 전장이 되었던 시대이기에 당시의 유럽인과 한발짝 떨어진 미국인의 입장과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코스톨라니는 부다페스트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하며 평론가를 꿈꾸던 대학 시절 도중, 아버지의 지인인 한 자산가의 조언과 도움으로 파리의 증권가에서 투자공부를 시작하여 성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들은 유태인임에도 카톨릭으로 개종하였고 공산주의를 피해 이주했으며, 그는 또한 나치를 피해 스페인으로 또 미국으로 이민했다. 유태인이 혼란과 폭력이 만연하던 유럽에서 전화를 피해다니며 이주하며 장수하였다는 것 자체가 시류를 읽고 빠른 행동을 하는데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준다.
<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말년에 독일의 경제지 Capital의 칼럼니스트인 요하네스 그로스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인터뷰는 1998년에 진행되었는데, 1999년에 사망하였으니 황혼기에 인생을 돌아보는 기록을 남긴 셈이다. 그의 기존 저작물들에 비하여 이 인터뷰는 그의 삶을 전반적으로 조명한다. 유년기에서부터 투자를 배우기 시작한 청년기와 이미 자산가가 된 이후 유럽의 혼란을 피한 이민생활 등. 이는 인터뷰어인 요하네스 그로스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마치 코스톨라니 자서전과 같은 책으로 완성되어 후대의 우리들에게는 아주 귀중한 기록일 따름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전쟁과 사회혼란의 반복으로 찌든 20세기 전반 유럽의 전화 아래서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투자가가 영민한 판단과 행동, 그리고 그에 따라주는 행운으로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당시 유럽의 시대적 상황은 유태인들의 재산은 물론이고 생명까지도 위협했다. 유태인 뿐만이 아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혁명이 전쟁무기의 살상력을 인류 역사상 전례없는 수준으로 높여놓았으며, 각국은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자극하며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의 참화에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당하고 어이없이 사라져가는 시대였다. 코스톨라니는 당시 "유럽"의 "유태인" "젊은이"였다. 그런데 모든 참화를 다 피해갔다. 심지어 유럽의 혼란을 이용한 러시아 제국 국채 매입이나, 2차 대전 패전 독일 국채 매입 등의 투자로 막대한 자산증식에 성공한다.
코스톨라니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동안 성공한 투자가가 시대적 위기상황을 어떻게 선구적 혜안으로 미리 행동하며 극복해내는가를 보면서 투자와 인생의 큰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은 생존을 위한 분투기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베팅에 성공하는 성투의 연속이다. 한 세대 앞선 미국의 투기꾼인 제시 리버모어를 주인공으로 한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소설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 기반한 자전적 에세이에 가깝다. 코스톨라니의 <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 필적하는, 어떤면에서는 더욱 드라마틱한 자전적 인터뷰이다. 투자의 대가가 기지를 발휘하여 나치즘과 파시즘, 공산주의를 피해다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