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고대로부터 인간이 자신을 표현해온 수단 중 하나였다. 굳이 자신에 대해 묘사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남긴 예술은 일종의 기록으로서 당시의 사회와 문화, 사상이 드러나는 표현이었다. 초기의 예술들은 당시의 인간이 자연을 두려워하고 또 신성시했음을 알려주고, 이는 점차 신에 대한 경외심과 믿음으로 변화되어감을 고대와 중세의 예술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종교주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꾸로 신의 자식인 인간에게 사상의 초점을 옮겨가게 되고,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 중심의 전혀 새로운 사고가 현생 인류에게 자라났다. 그러한 생각은 결국 모든 것을 이성과 합리에 집중하게 하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촉발시켜 인류가 수천년간의 문명 발전을 아득히 앞지르는 고속 발전을 가능케 하였다. 발전에는 가속이 붙어 현재 인류는 점점 더 빠른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인간 사회의 발전 과정이 당대의 예술에 모두 녹아있다. 예술은 인간이 생각을 표현한 도구이고, 생각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술은 결국 시대정신이 직관적으로 드러난 인간 생각의 산물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장구한 세월 속에 인간의 인식과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유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 예술은 그러한 시대의 생각들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그 자체로 인간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제시하고 정의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때문에 예술의 역사에 대해 아는 행위를 통해 두가지 다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역사의 흐름에 따른 시대정신의 변화과정을 이해하면서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적 미에 대한 안목과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사실 예술작품의 미적 측면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고찰하는 이들이 많이 사라진 시대라고 생각한다. 워낙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고 자극이 넘치는 세상이다. 미술관을 찾고 각종 전시를 찾아다니는 것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예술 자체에 대한 관심과 고찰 때문이라기보다는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교양있는 나 자신"에 대한 기분을 소비하고 주변에 과시하기 위함에 가깝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누적되어온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미적 안목을 키우는 것은 모든 창조적 활동의 원천이 될 수 있고, 그를 통해 스스로의 "진짜"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저 남에게 보여지는 가짜 나가 아니라. 적용되는 영역도 매우 넓어 스스로의 외적 스타일링에서부터 주거 혹은 상업공간의 실내디자인, 업무적 결과물에의 부분적 인용 또는 상업적으로 제작하는 작품의 모티브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공부하여 얻어진 근본적인 감각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샬럿 멀린스의 <예술의 역사>는 태고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구 예술의 주류흐름을 시대적, 포괄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태고의 예술은 그 자체로 당대의 유일한 역사기록이고, 인간의 생각의 산물인 예술의 역사는 결국 시대정신의 흐름과 같기에, 이 책은 서구 문명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른 유럽의 생활상과 정치적 변천을 예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의 역사>는 예술과 역사 중 역사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진 텍스트북으로, 아쉬운 점은 소개되는 예술에 대한 책인데도 작품들의 삽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물론 그 모든 것을 다 넣었다면 이 책은 여러권으로 나뉘어지거나 백과사전처럼 거대한 책이 되었을 것이기에 이해되는 부분이다. 소소의 책 출판사에서 고고학, 시, 철학, 문학, 과학, 종교 등 이미 다양한 분야의 역사 시리즈를 출판했다는게 매우 흥미롭고 전권 세트로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