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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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는 문화가 녹아있다. 오랜시간에 걸쳐 쌓여온 지역민들의 생활과 생각이 스며들어 있다. 특정 지역에서 자라난 생각과 생활방식이 언어를 이루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가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사고를 확장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지 못하면 생각의 스케일이 작게 머물 수 밖에 없듯이, 외국어를 배우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사고의 틀도 좁게만 제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강의하고 있는 이진민 작가는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외국인의 시선으로 접하는 독일어에서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통해 독일어 단어들에 담긴 독일인들의 생각을 포착하여 재미있게 전달한다. Feierabend는 일과의 마감에 건네는 인사인데, 이 단어는 축제라는 뜻의 Feier와 저녁이라는 뜻의 abend의 합성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축제가 있는 즐거운 저녁이 되라는 말인데, 이 간단한 인사에서부터 독일인들의 문화가 확 느껴진다. 축제를 사랑하고 가족 혹은 이웃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저녁이 느껴지지 않는가? 현대 서유럽권 특유의 저녁이 있는 삶과 여유롭다 못해 조금은 느린 문화까지 사려해볼 수 있다. 


"Arbeit macht frei."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이 말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독일어 Arbeit는 우리가 아는 그 아르바이트이다. 원래 노동, 일 등을 뜻하는 말인데, 일본에서 이를 파트타임이나 비정규 일자리를 뜻하는 말로 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이들이 쓰러져간 죽음의 수용소에서 노동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도구이자, 실낱같은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우리 역시, 나아질 수 있다는 헛된 희망 아래 노동에 기만당하다가 갑자기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 아닌가. 책을 읽다가 나의 현실을 자각하고 돌아보며 외롭고 씁쓸한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답게 사소한 일상의 발견으로부터 출발한 흥미로운 사유들로 가득한 책이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만큼 남의 글에도 까다로운 편인데, 이진민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글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탁월한 센스가 있는 것 같다. 너무 감성에만 빠져 있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진민 작가는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선을 잘 오간다. 때로는 단순한 단어로부터 아기자기한 생각들을 전개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사회와 문화를 포착하기도 한다. 책도 여러권 냈고, 브런치 블로그도 하시던데 종종 들러 좋은 글들을 배워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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