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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역사를 만나다 - 역사에 정도를 묻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10월
평점 :
역사는 반복된다. 시공간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에, 한정된 인간심리가 만들어내는 사건들도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인물이 달라지고 기술발전에 따른 환경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역사의 페이지를 들여다보면 꾸준히 유사한 패턴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새롭게 태어난 세대가 유년기와 성장기에 갖게되는 가치관은 당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그들이 사회의 기득권이 되는 시간이 오면 세상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반복되면서 사회가 움직이고 사건들이 발생하기에 결국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지나온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1. 현재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난관을 타개하고 좋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알 수 있고, 2. 다가올 미래가 어떠할지에 대해 예측해볼 수 있다. 역사가 반복되기 때문에 과거가 그대로 미래를 비추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아는 것은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발전적인 이득이 될 뿐 아니라, 개인적 측면에서도 인생의 지침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치, 역사를 만나다>는 평생 사마천의 사기를 연구해 온 저자가 중국의 고대사 중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에 유의미한 메세지가 될 수 있는 토픽들을 뽑아 쓴 칼럼들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10년 전에 연재하였던 칼럼들이 다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2024년 현재의 시류를 보면서 글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내게 되었다고 한다. <사기>는 기원전 90년에 쓰여진 중국사 상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당시에도 이미 아득했던 태고로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사마천이라는 이가 일생을 바쳐 정리한 것이다. 개인이 정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관점과 통찰력으로 정사서들을 제치고도 최고의 역사서로 꼽히며, 그 자체로 치밀한 인간탐구서라고 할 수도 있다.
<사기> 자체가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탐구인 만큼, 정치나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어도 글 자체로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진시황을 만든 거상 여불위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비교한 대목이 눈에 띈다. 여불위는 타국에 인질로 잡혀있는 왕자에게 투자하여 그가 진의 장양왕이 되자 실권을 잡았으며, 장양왕이 예상외로 요절하자 그 아들을 계속 보필하여 그가 시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길을 닦았다. 철두철미한 준비와 안목으로 정확히 투자하고, 유사시 대안까지 마련해놓은 결과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것. 그러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투자"가 충분한 결실을 보기도 전에 들통나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그가 스스로 남긴 리스트에 오른 모든 이가 그와의 연결을 부정하였다. 철저하지 못하였으며, 안목도 좋지 못한 반증이라고 저자는 여불위의 성공사례와 비교하며 말한다. 이렇게 과거의 역사를 읽으면서 현재의 정치에 대입해 보는 사고력의 확장에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