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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혁명 - 3차 반도체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권순우 외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평점 :
예로부터 컴퓨터로 게임 좀 하던 사람들은 그래픽카드에 민감했다. 고사양의 게임을 구동하는데는 어느 정도 그레이드가 받쳐주는 그래픽카드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게임과 그래픽 작업을 하는 이들 외에 너도나도 그래픽카드를 찾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채굴과 AI산업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이다. 연산방식이 그래픽 연산과정과 유사하기에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여기저기 쓰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새 인공지능 연산용 GPU가 따로 나오고 있다. 이 GPU들을 묶어 서버를 구성한 제품이 대략 5억원 정도 하고, 이러한 서버가 최소한 1000개 이상 있어야 AI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하니 개인은 물론이고 왠만한 규모의 기업과 학교에서도 감당이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픽 카드가 어쩌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과 규모의 장비로 진화한 것인가.
신간 <AI 반도체 혁명>은 삼프로TV의 권순우 기자가 네이버클라우드의 AI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 담당팀과 공동집필하였는데, 대체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 온 결과 지금의 AI 반도체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말해준다.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가 반도체의 진화과정에 대한 것이고, 후반부에서는 AI 반도체의 특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엄청난 질주를 거듭한 끝에 한때는 애플과 MS를 밀어내고 1등 주식의 자리를 꿰차기까지 했던 엔비디아에 비해, MS와 함께 PC시장의 CPU를 지배했던 인텔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위세에도 불구하고 추락을 지속하여 다우지수 퇴출설까지 나오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컴퓨터를 만드는 IBM은 한때 반도체를 만드는 인텔과 협업하여 세계를 지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텔만 남았고 모두가 그것을 지켜보았다. 결국 두뇌를 만드는 일이 가장 주요한 사업이 되며, 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른바 '아이폰 모먼트'가 시작된 이래, 모바일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인텔의 시대에 종속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애플이 인텔과 계약을 하지 않고 자체적인 칩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과 같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물론 그 와중에 인텔이 1등 기업으로서의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다가 시대에 뒤쳐진 것도 사실인듯 하다.
책 전반에 걸쳐 시장의 천지개벽과 함께 새로운 기업들이 강자로 떠오르고 뒤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섹터인만큼 AI 반도체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각 책들의 주요 논점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책은 비전문가들이 AI 반도체에 대해 최대한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한다. 단지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공부하는 느낌이 아니라, 반도체 패러다임 변천의 역사와 내러티브를 통해 개념을 전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덜 딱딱하게 다가왔다. 세상을 가장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산업에 대한 교양지식 확장 측면에서, 그리고 그만큼 돈 되는 시장에 대한 스터디 차원에서 너무 무겁지 않게 읽어볼 만하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