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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과 치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8월
평점 :
서울은 백제시대에서부터 줄곧 한반도 국가의 수도로서 기능한 오래된 도시이다. 그만큼 현대에도 과거의 흔적이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서울이 가진 역사문화적 콘텐츠들은 생각 이상으로 방대해서, 때로는 새로운 기분으로 집을 나서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조금은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이 강제로 개화하고 식민지화되면서 서울 또한 급속도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갑작스런 변화는 현재의 21세기 대한민국의 서울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러한 연유로 구한말과 식민지,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혼란한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 과거로 남은 역사적 흔적들은 아픈 기억 그 자체이지만, 한편으로 현재의 여행자에게는 때로운 진한 여운으로 때로는 낭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걸으며 이런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모던 서울>은 특별한 책이 될 것 같다. 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에서 근현대의 서울이 품고 있는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 예술이 교차하는 이야기들을 한 권으로 묶어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근현대 서울의 모습을 묘사한 대표적인 기록이 바로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다. 소설가 박태원이 1934년에 조선중앙일보에서 두달간 연재했던 중편 소설로, 자신의 호와 같은 이름의 소설가 구보씨가 경성을 배회하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렸다. 그런만큼 당시 경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데, <모던 서울>에서는 그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며 현재의 종로 일대를 소개한다. 방안에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이미 근대와 현재의 서울 한복판을 시간을 오가며 거니는 느낌이 든다. 물론 가까운 주말에 해당 장소를 직접 걷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식민지 뿐만이 아니다. 해방 후에도 한국전쟁과 전후 수습기, 또 이어지는 기나긴 독재정권의 연속으로 인한 시민들의 저항 등 혼란한 사회가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은 90년대에 들어서고 나서야 모든 것이 현재의 기준에서 정상으로 보이는 사회가 된 것 뿐이다. 역시나 그 흔적들은 서울 곳곳에 남아있고, 이 책은 서울이 지나온 역사가 담긴 공간들을 엮어서 이야기와 장소를 함께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현재의 서울의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기에 현대 서울의 주요 스팟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각각의 꼭지들은 그 자체로 서울 테마여행 코스이기에 책에서 소개한 장소들을 따라서 주말에 혼자 서울 여행을 하기에 딱 좋다. 네 가지 챕터 하에 총 18개의 테마가 실려있어 당분간 어디갈지 고민할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현재의 서울이 구보가 말하던 서울과 겹쳐보인다고 말한다. 실체없는 새로운 돈을 좇아 일확천금을 꿈꾸며, 고층 빌딩이 자라나는 사이로 욕구들이 꿈틀거리는 권력 도시. 모던 서울을 찾아나서는 여정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기며 어딘가 마음 한켠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식민지 수탈과 전쟁으로 인한 파괴, 독재정권과 민주화 투쟁시대의 역사 대부분은 민중에 대한 폭력의 역사에 다름없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를 직접 마주함으로서 우리 사회가 지나온 시간들을 현재의 내가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고, 이는 또 나 자신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평온한 현재의 시대에서 과거를 느끼는 것은 한편 낭만적이기도 하다. 조만간 다시 혼자 서울 여행을 떠나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