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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평점 :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인간을 하나의 우주로 보는 시각이 고대로부터 존재했다. 적어도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때에는 이것이 그저 관념적인 시각이거나 철학적 공상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우주를 관찰하게 되고, 또 인간의 두뇌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뇌 속의 뉴런과 시냅스의 구조가 우주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단지 관념적 이미지를 넘어 실제로 인간과 우주가 닮아있다는 것이다. 철학적 사유가 과학적 사실과 만나는 지점이 너무나도 흥미롭다.
블랙홀이란 수소가 모두 연소되어 가스와 재만 남은 별이 중력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압축 붕괴하면서 나타난다. 그 안으로 별과 주변 물질, 에너지가 빨려들어가 사라지고, 깔때기 모양으로 공간과 시간을 왜곡하면서 점점 더 작은 점으로 압착되어 가는 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이 블랙홀은 그저 이론일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관측이 되는 현상이다.
기존의 블랙홀 이론은 그렇게 영원히 지속되면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블랙홀이 무한히 흡수를 지속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에 더해 블랙홀 속 물질들이 더이상 작아질 수 없는 최소 크기인 플랑크 별에 도달하면, 이것이 양자터널을 통해 다른 세계로 양자전이 하여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과 같이 시공간이 도로 팽창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 블랙홀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화이트홀을 통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모든 것이 돌고 돌며 반복된다는 윤회사상과도 비슷하게 들리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렇게 미지의 지점에서 다시 한번 초기의 철학과 과학, 종교가 한 뿌리였음을 느낀다. 사실 화이트홀은 아직까지 관측으로 증명된 바가 없이 그저 이론에 머물고 있다고 하며,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반론이 나오기도 한다. 아직까지 이론적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부분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때로는 철학적으로 화이트홀에 대해 설명한다. 이 화이트홀 이론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동양의 음양이론이 생각난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 작아지며 하강하던 블랙홀은 빅바운스를 하며 화이트홀로 다시 튀어오른다. 이는 옛사람들이 말하던 세상의 이치 그대로인데, 로벨리는 이를 과학적으로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화이트홀 현상이 실은 우리 우주의 시작이라는 빅뱅이 아닐까 하는 물음도 던진다.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정말로 세계의 윤회가 현실인 셈이다. 우주과학 서적들은 때로, 아니 매우 자주 철학서와도 같이 느껴진다. 우리의 존재론적 의문에 맞닿아 있어서일 것이다. 이를 통해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때로 나와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고, 또 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