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대지 - 간도, 찾아야 할 우리 땅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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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지리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은, 19세기 당시 동양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실크로드 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도 한 그는 청나라를 직접 여행하며 조사하였고, 도중에 조선 상인들을 만나 호감을 가지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 소설 <잃어버린 대지>는 이러한 기록을 영감으로 하여, 만약 리히트호펜이 중국을 조사하다 김정호의 연구를 발견했다면...?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한다.

김정호는 지도만으로는 완벽한 정보를 담을 수 없으므로 지리서와 함께 보아야 한다며 총 32권의 대동지지를 편찬하였는데, 편제와 달리 26권 국경과 변경 방어에 대한 내용인 변방고는 전하지 않는다. 기존에는 그가 책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생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잃어버린 대지>에서는 사실은 변방고는 완성되었고 모종의 이유로 사라졌음을 가정한다. 변방고가 실재하였다면, 필히 중국과 맞닿은 백두산과 간도 부근의 조사와 서술이 존재했을 것이다.

간도는 사실 조선시대부터 꾸준히 중국과 영토분쟁을 해왔던 지역이다. 실질적 점유와 역사적 근거 측면에서 모두 유리한 독도와는 달리, 간도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현재는 중국의 영토이다. 일본이 조선의 권리들을 침탈한 상태에서 마음대로 협약하여 넘겨준 이래로 중국이 영토로써 지배하였으며, 북한 정부 수립 이후 또 국경 관련 협정이 있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두 협약 모두 인정할 수 없는 사항이지만, 현재 한반도 이북 지역조차도 지배를 하고 있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는 할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간도 지역은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우리민족이 모여사는 지역이라 한다. 그때는 일제의 지배가 조금 덜한 탓에 피난하여 터전을 일구던 장소이며,현재는 그 이래로 후손들이 모여살며 중국정부로부터 자치권까지 인정받은 조선족 거주구역이라 한다. 역시 실제로 우리 주민들이 지배해 온 공간인데 억지로 빼았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당시 일본 역시 처음에는 간도를 두고 청과 분쟁을 벌였었다고 한다. 이제는 조선이 곧 자신들의 영토이니만큼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다른 열강들의 압박 속에 곧 간도를 포기하게 되었다. 더구나 아직까지 존재했던 대한제국 인사들과 국내언론 역시 간도 문제에 갑자기 미지근해졌는데, 당시 시각에서는 이미 일본에 국권이 침탈된 상황에서 환경적으로 일제의 감시가 덜하던 간도를 일제에 빼았길 처지에 놓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측면도 있던 때문이라고 한다. 어차피 일제의 입장에서는 분위기를 봐서 재차 만주로 진출할 생각이었기에, 일시적으로 간도를 포기하는게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는 영원한 영토 상실로 이어졌다.

<잃어버린 대지>는 우리 주민들이 엄연히 살아가던 땅인 간도가 과거 어떤 배경하에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시 그를 조명하는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 따르는지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이다. 그리고 그 핵심 단서는 김정호가 지은 대동지지의 누락된 26권 "변방고"이다. 처음 읽을때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헷갈리기도 하였으나 읽어나갈수록 대략적으로 상상력이 추가된 부분과 사실의 경계가 그려졌다. 그래도 사실관계를 짚어주는 코너가 실려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변방고가 단지 미완성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라진 책이며 이를 찾으면 간도의 실마리도 풀린다는 얼개가 해외의 팩션 소설들만큼 흥미롭고, 역사적 장면들도 작가가 그리는 생동감 속에 느껴볼 수 있어 흥미와 역사적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현재에는 국가와 국경이 고착화되었지만, 사실 긴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도 국경도 항상 유동적이었다. 긴 미래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당장 가까운 홍콩만 해도 영국에게 빼았겼던 땅을 중국이 다시 반환받지 않았는가. 식민지 혹은 자치구가 분쟁끝에 독립하는 일도 계속 일어났다. 우리의 영토로 남을 수 있던 땅에 대해 인식하고 잊지않는 것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잃어버린 대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간도 문제의 핵심을 분명히 짚고 우리에게 다시 일깨우는 팩션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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