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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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 백인들의 서구사회는 신 중심의 세계관을 뒤로하고 인간과 실용을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문명화라는 이름아래 온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발전된 과학과 기술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진보를 이룩하였고, 곧 압도적인 힘이 되어 경쟁자 혹은 피지배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그들의 진보는 인민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까지도 향상시켰으며, 소위 문명화된 사회는 자유와 평등, 이성과 법규범 등 인류보편적인 가치들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인도의 독립운동에 투신한 마하트마 간디는 본래 영국 유학을 통해 변호사가 된 엘리트였으나, 1등석 기차에서 인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쫓겨나면서 처음 자신의 정체성과 부조리한 식민지 사회에 대해 자각하였다고 한다. 서구사회는 문명화의 이름 아래 인류보편적 가치들을 외치지만 사실 그 가르침과 당위는 지극히도 백인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에만 한정될 뿐이었다. 그 외의 타자들은 백인중심 세계관에서 철저히 비문명으로 분류되어, "문명화"라는 미명아래 철저히 이용당하였다. "자칭 문명사회"로부터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에 대해 교육받았던 간디는, 그 가치가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에 맞서 싸우게 된 것이었다.

<세계를 움직인 열가지 프레임>은 인도계 영국인인 저자가 서양문명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들이 어떻게 세상을 가두고 있는지 밝힌 책이다. 100년 전에 비해 많은 부분이 나아졌겠지만, 여전히 인종차별과 정치적 올바름이 화두인 사회이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서양문명 프레임은 과학, 교육, 문자, 법, 민주주의, 시간, 국민, 예술, 죽음, 공동선의 열 가지이다. 각 토픽이 발전하고 세계를 구속하게 되는 과정의 역사를 고대와 현대를 오가면서 넓은 범위에 걸쳐 설명하고 있기에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재미도 있었고,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이 담겨있어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서양문명이 우리를 가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에 한정해서 생각해도 그 프레임의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저자에게 문명이란 나를 한번도 본적 없고 내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이들이 내 욕구와 또 다른 낯선 사람들의 욕구에 대해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것, 마치 새로운 여행지에 접근이 용이한 무료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어떠한 프레임에 의한 구속 없이 동등한 인간에 대한 배려가 곧 인류애라는 생각이다. 누군가 나를 동등하게 배려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개선해 나아갈 것인가. 저자는 어떤식으로든 기존의 프레임 너머를 인식하고 사고하는 힘을 기를 것을 당부한다. 단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좁은 시야에 갇히지 말고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더 크고 더 나은 무언가의 일부가 되려고 노력하여야만, 더 이상 일방적으로 타자화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뭉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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