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의 주식 투자 법칙 - 주식으로 2300억을 번 일본 단타의 신
cis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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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8일, 일본 주식시장에 갑작스러운 매도 폭탄이 떨어진다. 신규상장회사인 제이컴의 주식을 누군가가 하한가에 무려 61만주를 던져버린 것. 이는 실시간으로 트레이딩을 진행하던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었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했다. 엄청난 규모의 매도에 보유자들 상당수가 패닉셀에 동참하였고, 이 현상은 당일 시장 전체의 하락을 촉발하였다. 그런데 이 현상이 단순히 누군가의 실수 혹은 잘못된 매도라 생각하고 대량의 주식을 사들인 개인 트레이더들이 있었다. 이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한 증권사 직원이 61만엔 1주 매도를 1엔에 61만주 매도로 잘못 주문하여 벌어진 해프닝으로 드러났고, 과감히 큰 물량을 베팅하였던 이들은 순식간에 가공할 금액의 돈을 벌어들였다.

이것이 일본의 전설적인 '제이컴 주식 오발주 사건'으로, 이 사건의 여파로 증권사와 도쿄거래소간 소송전이 일어나고 다수의 증권사들이 사건으로 인한 이익을 반환하는 등 당시 일본 증권시장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이날 업데이트된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 '직업: 무직'으로 기재된 한 개인 트레이더가 2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지며 '무직의 억대 부자 제이컴남'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는 BNF라는 닉네임을 쓰는 젊은 남성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일본의 대중에게 주식 트레이더의 세계를 알린다.

이 날 사건에 확신을 갖고 참여한 사람이 BNF만은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 CiS도 그날 10분만에 6억엔의 수익을 올렸다. 폭락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그는 IPO자료를 빠르게 열어 기발행 주식수량을 살펴본 후, 주문이 발행주식의 40배 이상 들어간 것을 보고 이 주문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가능한 많은 물량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순간판단력이다. 그리고는 잠시후 주문취소에 실패한 증권사가 다시 매입하자 주식은 곧 상한가에 들어갔고, CiS는 아까의 사태가 오류주문이었던 것이 확실한 만큼 자신의 매수와 수익이 무효로 돌아갈지도 모른단 생각에 상한가에 바로 매도하고 즉시 수익을 출금까지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사후에도 이어진 증권사 직원의 수많은 구제요청에도 결과적으로 주문은 무효가 될 수 없었고 그날의 가장 큰 승자는 매수후 홀드한 BNF가 되었지만, CiS도 빠른 판단력과 모든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는 디테일한 행동으로 확정적인 큰 수익을 얻었다.

<CiS의 주식투자법칙>은 '개인의 힘으로 니케이 지수를 움직이는 사내'라고 불리는, 일본의 단기 트레이더 CiS가 투자 관련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구체적인 매매 기술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고 일종의 에세이집에 가깝다. 제이컴 오발주 사건을 비롯한 자신의 경험과 매매에 대한 관점, 원칙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추세추종으로, 빠르고 잦은 손절에도 가끔씩 나는 큰 이익이 모든 손실을 커버한다.

그는 주식 매매를 "기술과 우연성과 리스크와 리턴이 적절한 비율로 섞인 최고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도박을 이 게임이라는 의미로 말하기도 하는데, 그가 흥미를 갖는 도박이란 무작위 운에 따른 불리한 게임이 아니라 게이머의 스킬에 따라 기대값이 높아질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즉 자신의 기술로 수익을 낼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게임으로 트레이딩을 본다는 것인데, 무척 흥미롭다. 보통 투자가 도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혐오 또는 경멸의 의미로 사고를 마비시키는 비이성적 행위라는 뜻에서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CiS는 트레이딩을 대놓고 도박과 병치시키며 스킬과 판단력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단기 트레이딩은 공부하는 초기에는 기술적인 측면이 중요하게 다가오지만, 깊게 파면 팔수록 트레이더 자신의 사고체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얼마나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된다. 자신의 행동습관과 사고체계를 평소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가 트레이더로서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므로, 이렇게 트레이딩 관련하여 경험을 나누고 영감을 전달하는 서적들을 탐독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단기 트레이더로 유명한 BNF는 이미 넘치는 돈을 벌어 주식을 그만두고 싶어도, 매매를 하지 않는 시시각각 자신이 뻔히 알고 있는 수익 기회를 놓치는 기분을 참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한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마치 눈앞에 끝없이 지폐가 날아다니기에 힘들어 죽겠는데도 주워담으러 가고 있다는 말투로 들린다. 그래서 여전히 매진하는 결과 건강도 악화되는 정도라고. 정확히 같은 말을 이 책에서 CiS도 하고 있는 점이 또 흥미로운 부분. 다행히 CiS는 일찌기 결혼하여 가족을 꾸렸기에, 건강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쓰면서 오후 매매는 하지 않고 있다고. 그야말로 신계 트레이더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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