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뇌 - 더 좋은 삶을 위한 심리 뇌과학
아나이스 루 지음, 뤼시 알브레히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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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종종 자신의 능숙한 기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잘 못하는 경우를 본다. 자신의 식견에 대해 묘사하며 하는 말이 '말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보면 안다', '왠지 그럴것 같았다'라는 식이다. 내가 공부하는 주식 트레이딩에서도 고수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왠지 주가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면서도 그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대공황 시절의 전설적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의 모습을 그린 취재소설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에도 나타나 있던 기억이 난다.

허풍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면, 이는 '직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느낌 혹은 판단.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갑작스런 신의 계시나 영적인 감각과 같은 미신적 현상인가? 과거엔 그것을 단지 그렇게 바라보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직관을 사용하는 사람의 뇌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기억과 감정 그리고 반사행동에 대한 부분이 활성화 되었다고 한다. 이 관찰결과로부터 '직관'이란, 인간의 뇌가 경험과 과거 결정에 대한 감정들에 기반하여 깊은 사고를 건너뛰고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신이 아니라 뇌가 나름의 논리체계를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주식 트레이딩 관련해서도 책에서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주식 차트의 흐름을 수없이 보고, 또 직접 매매하며 경험을 쌓다보면 언젠가 주가의 흐름에 대한 직관적인 감각이 생기니 수없이 복기하며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감각적인 판단이 근본적으로는 경험치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직관이 미신이 아니라 뇌의 논리적 시스템인 것과 같이,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마음, 생각을 분석하는데 뇌과학을 접목하면 상당히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맥락에서 창의성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졌다. 직관과 창의력이 그저 알 수 없는 미지의 감각이 아니라 뇌에 축적되어 온 경험에 의거한 일종의 시스템이라면, 역으로 많은 경험을 통해 그를 계발하고 증진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한가지 영역을 오랫동안 깊게 관찰하고 공부하면 그 분야에 대한 직관이 생기고,넓고 다양한 영역에 대해 두루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나가는 행위로 광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면 그로부터 창의성이 나타난다. 이는 뇌과학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뇌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뇌과학 서적은 일종의 인간 사용설명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개인적 차원에서 역시, 스스로를 계발하며 더 성숙하고 발전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사피엔스의 뇌>는 가벼운 문체로 흥미롭게 뇌를 다루어 딱딱하지 않게 뇌과학에 입문할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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