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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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과 시민들의 인심을 얻는 정치력이 주된 요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술적 측면이 역사를 논할때 쉽게 간과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SF영화나 만화 등 극화에서는 압도적인 기술의 힘으로 열세를 극복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경우가 잦다. 그것이 그야말로 극적이고 표현에도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서양 중세판타지에서는 현대 기계문물 혹은 마법으로 표현되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주로 첨단 기술의 전투형 로봇으로 표현된다. 개인적으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는데, 기술의 발전과 전쟁의 상관관계가 이야기의 배경에 짙게 깔려있다. 절대적으로 힘의 차이가 큰 강대한 세력이 기술의 힘을 150% 활용하는 소수의 영웅에 의해 깨부수어지는 장면들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는 한다.

모든 극화는 결국 현실에 기댄 상상력이기 마련. 마법 혹은 시대를 앞서나간 고도의 기술들로 표현되는 모습이 현실의 역사에서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바로 실제 전쟁에 나타나는 과학기술들이 그것이다. 특히 서양에서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 인간과 실용적, 실증적 측면에 집중하기 시작한 문화의 발전이 과학을 발전시켰으며, 이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동양문명에 비하여 뒤쳐졌던 서양문명이 이 시기부터 빠른 속도로 동양의 사회 발전을 앞지르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는 제국주의 시대 서구열강의 전 세계 지배로 이어지게 된다. 일례로 조선 말 신미양요 당시, 미국의 거대 전함과 최신식 소총에 조선군은 구식 소총으로 맞서 전사자 243명 대 3명이라는 압도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서구사회의 전쟁사에서 과학기술이 실제로 어떠한 변화를 이끌었는지 들려준다. 본래 중세까지의 과학은 개인적인 관심사와 취미의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 과학자는 전문 직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근대 초기에 와서야 슬슬 국가가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 주는 기술의 강력함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과학자들을 고용하여 특히 전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앙투안 라부아지에부터, 프랑스의 왕립 과학 아카데미, 에콜 폴리테크니크 등 과학자가 국가에 등용되기 시작한 초기사례가 나와있다. 공교롭게도 이 초기 이야기들은 모두 프랑스인데, 나폴레옹의 대두와 함께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던 당시 프랑스 위상의 원인을 바로 과학자의 적극 등용과 육성이 어느 정도 제공했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대영 독립전쟁과 프랑스의 과학육성 도입을 시작으로, 각종 살상무기와 야전용 섬유의 개발, 핵폭탄과 수소폭탄, 현대의 정밀유도무기까지 전쟁과 과학에 관련된 역사를 디테일하게 알려주어 매우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전쟁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여태까지 전쟁에서 과학의 역할에 주목한 저작물이 많지 않았으나 딱 적절한 서적이 출간되어 반갑고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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