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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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에 대한 관심 속에는 '이 모든것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그 의문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없다.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며 사유하는 생명체로서 가지는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그를 증명하듯 문화와 지역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남겨진 세상의 탄생에 관한 독특한 설화들이 전해지고 있다.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나마 지엽적인 문제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광대한 우주가 지나온 기나긴 시간들을 생각하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넓은 우주의 작은 별 하나에 살아가는 연약하고 미미한 생명체일 뿐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나를 과도하게 옥죄어오는 감정들과 현실의 문제로부터 조금은 초연해지고, 한편으로는 미지의 세계 앞에 겸손하게 된다. 그래서 우주라는 테마는 때때로 철학과 연계되고 인문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제네시스>는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을 발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세계적인 실험 물리학자 귀도 토넬리가 최신 물리학의 관점에서 우주 탄생의 중요한 7가지 순간을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작가의 이력뿐 아니라, 성경을 인용한 것에서부터 보이듯, 우주의 탄생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있어서 인문학적 접근을 항상 곁들인다는 점이다. 과학적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아무리 교양지식이라고는 해도 물리학 관련 내용을 가볍게 읽고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제네시스>는 유명 물리학자가 펴낸 책 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친절하고 눈높이 낮은 설명과 함께 신화와 철학, 영화, 예술 등 인문학적, 문화적, 미학적 접근을 하여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어판을 옮긴이가 철학전공자라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을 말해준다.

물리학 관련 설명들이 조금은 생소한 탓에 한 눈에 진도를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한번 적응하고 나니 흥미롭게 읽혀나갔다. 어렵고 딱딱한 개념들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인문학적 시각이 갖는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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