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호기심을 위한 뇌과학 만화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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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적을 아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만, 이는 사실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한 앎을 중요하게 여기는 말이다. 생명체의 뇌는 복잡한 신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진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일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이다. 그런데 고도로 발달한 뇌는 생존을 위해 나에 대한 상대방의 사고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타자에 대한 탐색은 거꾸로 본질적인 나 자신에 대한 사고를 발달하게 하였다고 한다. 마치 거울을 보듯 상대방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효율적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뇌과학 만화>의 저자는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뇌과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공 혹은 직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저자는 단지 지적인 호기심과 스스로에 대한 탐구 차원에서 공부한 뇌과학 지식을 혼자 정리하고 다듬는 차원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깊이는 얕을수 있지만 그만큼 쉽고 낮은 눈높이에서 관련 지식을 전달할 수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주식매매를 하면서 나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게 통제가 되지 않는 경험을 수시로 하였고, 때로는 내 몸이 나의 것이 아닌 듯 그 어떤 것도 내 의지대로 실행하거나 고쳐나갈수 없는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대체 왜 생각하는 것과 다른 행동이 반복되고 사소한 습관도 영 고쳐지지 않는 건지, 생각을 거듭하다 나 역시 어느새 뇌구조와 그 활동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보게 되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의문에서 접하게 되었는데, 저자도 비슷한 계기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기에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자 뇌과학에 관심을 갖는 많은 독자들에 힘이 되는 책일 것이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이 어떠한 행동을 할 의지를 가지기 이전에 이미 뇌 속에서 행동을 지시하는 전기신호가 먼저 발생한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로 추론해보건대 인간의 행동은 그 이전까지 누적되어온 경험과 환경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무의식 수준에서 결정되며, 완벽한 자유의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이러한 행동양식에 유전적 요인이 주된 영향을 미치기에, 사실상 모든 인간은 각자의 운명을 타고나는 것과도 같다는 "뇌과학적 운명론" 또한 가능한 주장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왜 사람은 고쳐쓰기 힘든 것인지, 내 행동이 왜 의지를 갖고 바꾸려해도 그대로인지 조금은 알것도 같다. 하지만 누적된 환경과 경험에 의해 나의 다음 행동이 결정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를 특정한 환경에 노출하고 또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의지적인 사고를 이어간다면 결국은 그것이 나에게 누적된 경험이 되어 언젠가 달라진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흥미를 갖고 접근하더라도 생물과 과학에 무지한 독자들이 뇌과학을 단번에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뇌과학의 넓은 범위를 소개하면서도 딱 어렵지 않을만큼의 깊이만 전달하고, 또 삽화가 함께하여 이해를 돕는다. 저자 역시 자신의 책이 본격적 뇌과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머리속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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