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 당신이 몰랐던 반쪽짜리 한국사
최중경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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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적 기록에는 기록자의 관점이 남는다. 사소한 사실도 인지 과정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여지가 다분한데, 하물며 그것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람과 사람들 간의 사회적 사건이라면 기록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은 더더욱 크기 마련이다. 많은 역사 기록들이 그 진위를 인정 받기위해 최대한 객관적인 척 하지만, 결국 그 뒤에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리고 보존되어 전승되는 기록은 대개 승자의 기록으로, 승자의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의도가 마냥 숨어있을 수 만은 없다. 역사적 기록이란 다방면에서 남게 마련이고, 같은 현상 혹은 동시기 다른 현상에 대한 설명과 앞뒤가 맞지않는 부분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본기와 열전의 내용이 다르거나, 선대의 내용과 후대의 내용이 다르거나,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의미의 유물이 발굴되는 등의 경우이다. 이러한 괴리를 파고들면 왜곡 뒤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은 우리 사회에 흔한 상식으로 알려진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리고자 한다. 왜곡을 시정하고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여, 조상들이 내렸던 결정에 대한 올바른 분석을 토대로 현재의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매번 외세의 힘을 잘못 이용하는 순간마다 나라의 운명이 잘못된 방향으로 꺾였다. 당의 힘을 빌려 삼한통일을 이룬 신라는 결과적으로 당을 내쫓기는 했으나, 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죄다 빼았겨 이후로 영원히 회복하지 못했다. 고려는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하며 맹렬히 싸웠지만, 원명교체기의 혼란으로 충분히 공략가능한 상황에서 이성계가 고구려 영토 수복을 위한 군사를 명분없는 쿠테타에 이용하여 새 나라를 건국하고 안위를 보장받으려 명나라의 신하국을 자처해버린다. 세계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던 조선 말에도 역시 동학농민운동 진압에 이미 골병든 청나라를 끌어들이고, 아관파천을 비롯해 일본의 조선에 대한 입지를 도리어 강화하는 여러 악수를 둔 끝에 식민지로 전락한다. 식민지의 결과는 해방이 아니라 현재로 이어지는 민족과 국토의 분단이었다.

이 책에서는 조선을 명분없이 세워져 자신의 안위와 현상을 지키는데 급급했던 국가로 바라본다. 얼핏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주장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사실 크게 잘못된 생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상당히 중립적 시각에서 써내려간 책이라고 생각한다.

백제 멸망의 미스터리부터, 원명교체기와 명청교체기, 근현대까지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이순신에 대한 부분이다. 이 책 역시 이순신이 구국의 영웅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순신이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민족의 운명을 영원히 바꾸는 진정한 의미의 민족 성웅이 될수도 있지 않았을지 제기하는 의문이 참 흥미롭다. 국내 요직을 거쳐 세계은행 이사직을 역임했던 역사매니아 저자의 과감하지만 균형있는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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