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니더호퍼의 투기 교실 - 찰리 멍거 조지 소로스도 극찬한 천재 투기꾼 이야기
빅터 니더호퍼 지음, 신가을 옮김 / 액티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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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투자와 투기를 엄격히 구분하여, 투기 말고 투자를 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투기와 투자가 얼마나 다른지, 또 왜 투기를 하면 안되는지, 그들의 주장을 아무리 들어도 도무지 모르겠다. 결국 눈에 불을 켜고 돈을 좇는 행위 아닌가. 투기도 투기 나름의 법칙이 있다. 투자나 투기나 결국은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그것을 이용하는 자들이 승리한다.

<빅터 니더호퍼의 투기 교실>은 저자가 스스로 투기꾼을 자처하는 몇 안되는 서적이 아닐까 싶다. 빅터 니더호퍼는 굉장히 독특한 인물인데, 대학재학중 투자조합을 설립하여 비상장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전미 스쿼시 챔피언 기록을 보유하였다. 논문을 통해 '통계적 차익거래와 시장 미시구조 연구의 아버지'라는 평을 들었으며, 졸업 후 캘리포니아대 금융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 후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던 중 조지 소로스와 손잡고 채권과 외환거래를 전담하며 16년간 연복리 35%의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휘말리며 두번의 큰 파산을 겪기도 하였다.

<어느 주식 투자자의 회상>이 자연스레 생각난다. 대공황 시기 천문학적인 공매도 포지션으로 성공하였던 전설적 투기꾼 제시리버모어를 한 기자가 취재하여 소설형식으로 저술한 책이다. 그는 추세추종에 기반한 피라미딩식 불타기 전략으로 큰 부를 쌓았으나, 또한 몇번의 큰 파산을 겪은 바 있다. <빅터 니더호퍼의 투기 교실>은 20세기 후반 버전의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라 할 만하다. (참고로 빅터 니더호퍼의 할아버지는 제시 리버모어와 함께 활동하였던 트레이더였다고 한다.) 다만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직접 저술하였고, 사회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자랑했던 터라 단순 트레이딩 뿐이 아닌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은 돈 버는 시스템의 확립이나, 구체적인 매매의 방법론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다만 빅터 니더호퍼 특유의 다재다능한 천재성이 십분 발휘되어, 스포츠, 보드게임, 음악, 수학, 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인용하여 트레이딩을 설명한다. 그 넓은 스펙트럼으로 사회문화 다방면의 이야기를 쉴새 없이 풀어놓기에, 모든 이슈를 트레이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투기적 사고"를 배울만 하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소설과도 같은 흥미로운 문체로 딱딱하지 않게 투기와 시장, 심리, 게임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지 소로스의 추천사처럼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유용한 통찰력이 가득한 책"이라 할만하다.

그는 스스로 투기꾼임을 드러내고, 투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모두가 주식판에서의 투기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심지어 투기꾼이 본인은 건전한 투자자임을 어필하고 싶어하는 위선도 종종 보인다. 투기꾼들은 단지 시장에 유동성이라는 숨을 불어넣는 거름과 같은 존재들이다. 자신이 투기꾼임을 인정한다면, 그만큼 투기에 맞는 게임을 하면 그 뿐이다. <빅터 니더호퍼의 투기교실>은 투기거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솔직하고 유쾌하게 털어놓은 트레이딩계의 문학 작품이라 할 만 하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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