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의 혼돈 - 1688, 세계 최초의 주식투자 설명서!
조셉 드 라 베가 지음, 조성숙 옮김, 김영익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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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새로 번역 출간된 <혼돈 속의 혼돈>은 1688년, 네덜란드에서 쓰여진 세계최초의 주식 서적이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상업과 금융업, 해운업이 유럽 내에서도 이른시기에 발달하여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전성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때문에 주식회사와 주식의 개념과 그 거래시장이 역시 네덜란드에서 선구적으로 나타나고 발전하였고, 그에 따라 관련서적 역시 최초로 등장하였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 서문에서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도서관장이었던 경제학자 아서 해리슨 콜의 소개글을 통해 이른 네덜란드의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 조셉 드 라 베가는 주식으로 다섯번이나 재산을 날린 경험 후에, 이 책을 통해 증권거래소의 관행들을 고발하기 시작하였다. 당대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무려 200년 후 독일의 리처드 에렌버그가 자신의 에세이에 인용하면서 주목받아 "세계최초의 투식투자 설명서" 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적극 추천하고 자신도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럽 증권거래소 연합에서는 그를 기리기 위한 "드 라 베가 프라이즈"를 제정하여, 지금도 유럽 증시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수상하고 있다고 한다.

책은 300년 이상 전에 쓰여진 만큼, 본문의 내용 자체는 짧은 편이라 글자가 크고, 덧붙인 글과 서문이 꽤 길다. 설명과는 달리 직접적 해설서가 아니라, 구술 대화를 기록한 문학의 형태를 띄고 있다. 투자자(조셉 본인)가 철학자와 상인과 대화하며 주식시장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기록하여 펴낸 것이다. 총 4개의 대화로 이뤄져 있고, 첫번째 대화에서는 주식거래의 시작과 개념에 대해, 두번째 대화에서는 불안정한 주가의 특성, 세번째로는 다양한 거래 유형과 주식시장의 세부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 대화에 이르러서는 투기세력의 시장조작 행위를 고발하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책을 읽다보면 극초기 주식시장에 이미 현대의 시장 모습이 다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수 없다.

인터넷과 개인컴퓨터로 순간의 변동성을 이용하여 매수 매도를 클릭하는 2023년 현재와, 중세를 막 벗어나 주식시장이 처음 조성되었던 1688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새로운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강세론자를 황소로, 약세론자를 곰으로 지칭하며 그들의 행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안티와 찬티라며 서로 비난하고 투자자를 현혹하는 우리 종토방에서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미 초기 시장에서 나타난 용어와 개념들을 설명하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 읽기에 매우 흥미롭다.

책이 크게 두껍지 않고 짧지만 흥미롭기에 가독성이 좋고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수 있지만, 담고 있는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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