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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쟁이 열세 살 사계절 아동문고 59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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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에 학교에서 학부모총회를 한다길래 갔다가 좀 놀랐다.

올해 1학년 아이들은 하나같이 순하고 착실해서 과잉행동이나 발달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고, 특히 우리반에는 결손 가정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고 참 다행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학부모총회에서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끊임없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줄을 세우려드는 사회에서 열세 살 성우가 아무 걱정없이 산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그러고보니 성우말대로 엄마와 누나가 참 별나긴하다.)

신문기사를 보면 이혼, 재혼 가정이 많다고 야단인데 실제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은 게 아니라 성우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처를 꽁꽁 안에 가둬두는 거겠지.

이 작가, 아이들이 말 못하고 꾹꾹 누르고 있는 걸 참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폭별에게 성우가 위안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은 열세 살 걱정쟁이들의 걱정을 풀어놓는 것만으로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걱정쟁이에게는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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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거리 점방 느림보 청소년 1
선안나 글, 고광삼 그림 / 느림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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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참 좋다.

단숨에 읽고 나서 오랫동안 책을 어루만졌다.

이 책은 그림도 화려하지 않고, 책도 그리 두껍지 않아 눈에 띄는 책은 아니다.

이름난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아니고, 여기 저기 요란하게 소개된 책도 아니다.

가끔 책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읽고 나니 마음이 꽉 찬 느낌이다.

좋은 동화책은 인물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는 대부분 억지스럽고 일부러 만들어낸 것 같은 주인공들이 나와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다.

붙들이 아저씨는 그렇지 않다.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마을 풍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붙들이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

시장에서 구걸을 하는 아저씨를 보고 당황하는 붙들이게게 다른 넋두리나 설교를 늘어놓는대신 

"빌어묵고 살지 말고 벌어묵고 살아야지." 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붙들이 어머니도 참 좋다.

키가 큰 사람이 있으면 작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붙들이처럼 못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는 거라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붙들이 어머니가 참 좋다.

그런 어머니를 기억하기 때문에 붙들이 아저씨도 작고 조용하지만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오래간만에 좋은 동화책을 읽어서 참 좋다.

동화 주인공은 어린이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 진실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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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네 산골 일기 - 청년사 풀꽃문고 5
송성일 지음, 류준화 그림 / 청년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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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 아빠가 책 뒤에 한 얘기,

이 다음에 자라서 농부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슴을 쳤습니다.

쌀 개방 때문에 들끓고 있는 농촌을 생각하니 그 말이 더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습니다.

고급 식당에서 밥 사먹는 것은 별로 아까워하지 않으면서도, 도토리며 은화를 사서 사이버 공간의 내 집 꾸미는 데 들어가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도 쌀값, 고추값, 배추값 비싸다고 야단을 떨던 내 모습이 생각나 부끄러웠습니다.

송화네 식구들과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라가 보니 고추가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고춧가루가 매운 것은 농민들의 피와 땀이 섞여 있어서 그렇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리뷰가 너무 무거워졌지만, 사실  이 책 하나도 안 무거운 책입니다.

송화네 식구가 조금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송화네 곁에 있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맙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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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찬가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이충민 옮김 / 새물결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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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따뜻하다.

저자 알렉상드로 졸리앙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어린 시절에는 '센터(장애인 기숙시설이 아닐까)'에서 지냈고, 자라면서 일반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철학자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가치없다고 여긴다. 특히 직업을 갖지 못하고 평생을 보호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그런 혐의가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알렉상드로는 그렇게 센터에서 지내는 친구들에게 '인간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얘기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조건 속에서 날마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직업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센터에서 보낸 어둡고 답답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힘들게 '괜찮아?'라고 물어주는 동료였다고 한다.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또박또박 말을 할 수 없는 친구지만 진심을 담아 괜찮냐고 묻는 친구와, 그 물음에 담긴 우정을 알아채는  저자. 두 사람 모두 참 아름답다.

그런데, 이 책은 나를 아프게 한다.

저자가 센터 직원들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저절로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장애학생들의 사소한 행동에 대해 몇 시간 동안 논쟁하고, 토론하다가도 퇴근 시간에 원생이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화를 내는 직원들의 모습.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서 무슨 고귀한 일을 하는 양 생색내고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모습. 자신들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 교만과 자만심만을 앞세우는 사람들.

아프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한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인지,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약자의 찬가.

사실 약자 아닌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약자임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약자들에게 허세를 부린다. 우리 모두가 약자이면서도 내가 약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느라 마음에 병을 얻는다.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을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내가 약하다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럽지도 않고, 감출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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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릇 이야기 - 도기 자기 도자기, 풀꽃문고 4
이지현 지음, 조승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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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과 현장학습을 자주 가는데, 도자기 만드는 곳에도 갔다.

갈 때마다 아쉬운 건,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만드는 데만 온 신경을 쏟게 된다는 거다.

미리 반죽을 하 해 놓은 흙으로 모양을 만들고, 말리지도 않았는데 그림을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 쯤 기다리면 완성된 작품을 받을 수 있다.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게 뭐지? 원래 도자기는 이렇게 만드는 게 아닌데,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만 뭔가 더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다음부터는 현장학습을 가기 전에 <우리 그릇 이야기>부터 꼭 읽어봐야겠다.

스무고개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우리 도자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도기와 자기는 무엇이 다른지, '진품 명품'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그 외우기도 어려운 자기의 이름은 무슨 뜻인지, 왜 청자 다음에 백자가 나왔는지. 꼼꼼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 하나, 그냥 <도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그릇 이야기>인 것도 참 좋다. 임진왜란 때 얼마나 많은 도공들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끌려갔는지, 일제 시대때는 우리 청자를 훔쳐가기 위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읽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일본에서 그렇게 우리 도자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욕심을 내는 동안 정작 우리들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면 좀 부끄럽기도 하다. 너무 흔해서 귀한 것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거겠지만, 지금이라도 많이 알고 사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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