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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철학의 세계 - 삶에 철학이 들어오는 순간 ㅣ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2
성창원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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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여정에 한 발 내딛기’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결과주의와 의무론, 관계주의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첫 파트에서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행복과 도덕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좋은 삶에 대한 경험주의와 비경험주의의 차이를 말합니다. 이어서 쾌락에 대해 말합니다. (양적, 질적)쾌락주의, 공리주의에 대해 말하고, 욕구만족이론과 객관적 목록이론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p.26의 예를 들어 좋음과 나쁨, 옮음과 그름을 말하면서 최선이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옮음은 반드시 좋음에서 나오는지 살펴보고 도덕 상식에서 희생의 범위에 대해 논합니다. 소극적 책임과 적극적 책임을 말하면서 공리주의의 한계를 알아봅니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라는 의무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면서 칸트의 철학을 끌어옵니다. 황금률과 정언명령에 대해 알아보고 욕구와 의무, 도덕적 가치에 대해 논합니다. 결국 좋음과 옮음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되물어보고 무엇이 최선인지 다시 생각합니다. 이렇게 결과주의와 의무론을 대비시키며 좀 더 깊이 들어가 이중결과원칙에 다다릅니다. 이 부분은 계속 등장할 만큼 중요한 관점이더군요. 전쟁에서 폭격의 예를 들며 트롤리 딜레마를 소개합니다. 이어서 죽임과 죽게 내버려둠에 대한 차이를 설명합니다. 이 관점도 계속 이어서 등장합니다. 도덕과 행복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둘 다 얻을 수는 없는지 결과주의와 의무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나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정당화될 수 있는 가능한 방식에 대한 논의로 넘어갑니다. 도덕적 관계주의를 다루면서 작가는 “‘-주의(-ism)’라는 명칭이 주는 경직성을 경계하십시오.”라며 경고(p.77)합니다. 평소 공감해오던 터라 이 부분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도덕적으로 살면 규제가 있지만 이보다 더 고귀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 나는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다룹니다. 물론 이 부분도 결과주의와 의무론, 관계주의의 입장에서 바라봅니다. 도덕적 책임, 자유의지와 결정론, 용납조건과 면제조건의 차이, 비난에 대한 세 가지 관점, 감정적 반응 모델, 위선의 한계, 편향성에 대해 말합니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니 해당 철학자들이 마치 말장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사유들이 쌓여서 법률의 근간을 이루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디까지 비난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법률적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이어서 약속 이행에 대한 의무와 권리의 관점을 돌아보고, 사회적 관행에 대해 말하면서 타인의 불행을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 로 넘어갑니다. 논거의 방식이-파트1을 자세히 소개한 이유입니다-파트1과 비슷하지 않나요? 이렇게 작가는 점점 범위를 확장해 갑니다. 이어서 다가올 미래세대에 대해 말하면서 세 번째 파트로 넘어갑니다. 여기에서는 바로 삶과 죽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여기에는 낙태와 안락사, 전쟁, 타인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대해 논점을 확장합니다. 네 번째 파트에서는 개인과 국가에 대해, 다섯 번째 파트에서는 임박한 AI시대를 다루면서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시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론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꼭 이렇게까지 몰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기도 하지만 이런 논의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더군요. 철학을 빙자한 자기계발서 같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조금씩 그 차이가 현실이 되고, 다양한 예들을 통해 개인적 경험들이 떠오르면서 ‘필요한 것들이었구나!’하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약속한 많은 ‘법률들에서 이러한 사유들이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더 불완전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의 판단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무엇이 도덕적으로 필요한 것들인지 지금이라도 정립해나가지 않으면 미래는 어두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철학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무턱대고 접하기 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의문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나’의 삶을 생각할 때 다양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철학을 접하면서 얼마나 내 삶이 아름다워졌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 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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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 북플레저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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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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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적으로 쓰인 SF’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인물,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다. 제목은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으로 성경에서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를 가리켜 한 말이다. 니체는 이 말을 자신이 쓴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오수완 작가도 분명 의도한 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성경의 여러 대목을 끌어와 – 다른 것들도 많지만 - 사용했다. 프롤로그 p.13에 “프라임교에서는 그것이 다시는 불로써 인간을 멸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합니다.”란 문장이 나온다. 이것은 창세기에 ‘노아의 홍수’ 사건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그 사건 후에 신이 다시는 물로써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제시한 것이 무지개다. 여러 곳에서 ‘신’과 ‘인간’이 대비되어 나온다. 주인공인 ‘서브’와 ‘노먼’ 그리고 그 밖의 인물들이 대비되는 것처럼. 필멸자, 절대자, 죄, 대속 등등 성경을 연상시키는 소재가 적지 않다.

 

‘작가가 왜 니체의 유명한 말을 차용했을까?’ 계속 이 질문을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인류의 99%가 절멸한 상황의 미래를 배경으로, 그 사건을 ‘강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예수의 강림이어야 할 텐데 그리 묘사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기독교계가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뭔가 다른 대상이 필요했고 그게 ‘노먼’이다. 노먼은 ‘프라임’이라는 존재로 불리고 그로 인해 인류는 겨우 1%만 생존했다. 그 후 ‘지텍’이란 곳에서 사건이 생겼고 프라임은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 후 30년이 지났고 지텍에서 있었던 제1회 엑스포에 이어 제2회 엑스포가 ‘노바텍’에서 개최되고, ‘서브’가 ‘노먼’을 찾으러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서브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p.17 “너희들은 변하지 않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라는 인물을 통해 그리스도교로 시작된 – 플라톤이 시작인가 – 이원론을 가차 없이 무너뜨린다. 이상적 세계를 부정하면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이 작품에서는 니체의 말을 끌어왔지만 누군가 ‘노먼’을 세상에 보냈는지 사실 그 이름도 나이도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도 모르는 것이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졌지만 필멸자이다. 그러면서 노먼과 서브는 같은 존재이지만 다른 존재로 묘사된다. 그들과 주변 인물들도 대비되긴 하지만 노먼은 서브를 위해 ‘준비’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 부분은 신약성서의 ‘사도요한’을 연상시킨다. 서브 또한 노먼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인지한다. 그럼 서브가 진정한 프라임인가? 서브는 노먼의 존재성을 극복한 또 다른 존재인가?

노먼은 서브를 만나자마자 서브가 보통의 인간이 아니란 걸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지텍에서 한 번 더 인류를 절멸로 몰아넣는다. 그가 왜 그랬을까? 이미 인류를 1%만 남겨놓지 않았던가. 굳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래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인데 반해 인류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상태라서? 프라임교를 믿는 목사 ‘진’과 서브도 대비된다. 진과 서브는 공통적으로 성폭력을 당하지만 진은 여전히 이원론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다. 니체에 의하면 좀 더 높은 인간쯤에 있는 사람이다. 반면 서브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진도 그들을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은 인간들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그런 인간을 보는 노먼은 서브가 인류를 새롭게 이끌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p.176 ‘노트’에도, p.185 ‘에필로그’에도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서브의 이야기로 시작해 서브의 독백으로 마친다. 서브는 노먼에게 자신이 읽은 책 중에 ‘노먼’이란 소년이 나오는 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이렇게 독자가 상상할 곳이 많다. 위에 열거한 것들 뿐만 아니라 여러 대목에서 절제 된 작가의 문체를 따라가다 문득 문득 그렇게 되었다. 이 작품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보고 싶다. 이 작품은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SF로는 최초라 한다. 선정위원들의 말을 보니 이 작품이 왜 선정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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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산책방의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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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5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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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유전자는 수많은 질료 중 무엇과 연결-접속-결합 했을까?’

 

저자는 이 책을 지난 1972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6년에 출판되었고 한국에는 – 을유문화사에서 1993년에 초판이 발간되었다. 정말 오래된 책임에도 제목만큼은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들 중 하나다. 한번은 읽어봐야지 했던 작품을 이제야 읽게 되어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생물학이나 관련 지식에 문외한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에 무엇도 익숙한 것이 없다. 오히려 학자나 저서, 전문용어도 다 찾아봐야 하니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은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읽었다.

 

자연선택이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그래서 작가는 왜 유전자에 집중했는지, 그것을 두고 왜 이기적이라고 했는지 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엄청난 비유를 들고, 자료를 들어 설명하고 하나하나 반박한다. 그 메카니즘을 설명하기는 한계를 느끼기에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어렵지만 한번은 읽어보라고, 그래도 좋을 명저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자꾸만 ‘질료’가 생각났고, 그 수많은 질료들 중에 – 유전자도 - 하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개의 고원’에서 말하는 질료들이 무엇과 연결-접속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무엇이 된다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것의 성질은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정해지고, 변화하면서 대대로 유전된다. 종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진화’라고 한다면, 진화적 안정화 단계란 끝이 없다고 봐야 맞겠다. 작가는 이 변화에 대해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한다. 읽으면서 생각되는 점은, 그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유전자는 ‘존재’하고 오히려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것을 유전자라는 최소단위로 시작해서 그것이 종의 존재와 발전을 좌우지 한다고 주장하는 점 또한 놀라웠다. 끝없는 영토화와 탈영토화, 재영토화가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전자의 이러한 변화는 그렇게도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생존기계’란 말도 ‘기관없는 신체’, ‘추상기계’, ‘기계적 배치’ 같은 말을 연상시킨다. ‘천개의 고원’이 이 작품보다 나중에 나왔으니 참고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도 같다. ‘기계’라는 개념을 철학에서만 쓴 게 아니란 사실도 이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나’를 이루는 유전자에 대해 생각해본다. 부모에게서 각각 23권의 책을 받아 이루어진 내가 이제 더 이상 ‘나’의 유전자를 남길 수 없게 한다고 한다면, 자연의 흐름 – 진화의 법칙을 벗어나는 것일까? 유전자는 종의 유지를 위해 후대를 통해 유전자를 보존-발전 시키려 하지만 인간은 피임이란 수단을 통해 이것을 제어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건 무엇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이란 종은 무한히 변화하고 발전할 것임이 틀림없겠다. 아무리 인류멸망의 위협이 닥친다 하더라도 ‘인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인간은 ‘생존기계’니까!

 

이 작품은 이제 50주년을 맞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은 일생에 꼭 한번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작가의 의도를 잘 따라가면 곳곳에 재미있는 비유들과 원리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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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의 50주년 기념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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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어린 시절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말하는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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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살기 위한 결심’

 

여기(노비야) 과거의 기억도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잊은 채 바다를 건너온 이들이 정착한 곳이 있다. 이곳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버스도 무료이고 교육원 강좌도 무료이며 정착지원비도 나오는 곳이다. 심지어 아파트도 제공해준다. 이곳은 천국일까?

 

시몬과 다비드가 그곳에 “새로 온 사람들”로 등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둘 사이는 혈연관계가 아니며, 어린 다비드를 보호하고자 ‘작정한’ 시몬이 벨스타 수용소를 거쳐 이곳으로 왔다. 시몬은 마흔 살로, 다비드는 다섯 살로 ‘정해져’ 있다. 물론 이들의 실제 나이는 아니고 이들의 이름도 수용소에서 정해준 것이다. 다비드는 부모에 대한 정보가 적힌 서류를 분실하면서 부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이 이곳에 왔기 때문에 시몬의 보호가 절대적이지만 시몬은 무슨 이유(근본적)에서인지 – 그의 고집스러운 신념인가 – 다비드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만나기만 하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을 가진 채 마침내 만나게 된 이네스에게 다비드를 넘겨준다. ‘이건 뭐지?’하면서 생각이란 걸 해보지만 작가의 의도를 아직도 모르겠다.

 

다비드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데 다비드의 뛰어난 창의성과 상상력이 문제였을까 교사와의 갈등으로 다비드는 특수 교육기관으로 보내질 처지에 놓이지만 이네스의 고집은 절대 그곳으로 다비드를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고 심지어 그곳을 떠나 “집시”가 되겠다고까지 주장하기에 이른다. 디아스포라적이지 않은가! 체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무작정 타지역으로 떠날 것을 결심한다는 것,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런 결심을 한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해 보이지만 이들의 결심은 실행에 옮겨진다. 탈영토화로 이해해도 될까 싶다. ‘천개의 고원’에서 이런 탈영토화는 위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탈영토화와 재영토화가 반복된다고 한다.

작품에는 적잖은 철학적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어렵다. 작가의 전작 ‘추락’을 읽었다지만 –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색채가 느껴진다. “옮긴이 해설”을 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예수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는 것도, 이 작품이 2013년에 출간되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옮긴이가 이 작품을 6~7년 전에 번역했다는 것도... 삼부작 중 나머지 두 작품은 아직 국내에 소개도 되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여기(Aqui)”란 제목으로 프리미어 상영을 가졌다는 것도 참 독특한 부분이다. 옮긴이는 이것을 국내 출판계의 현실로 “우리의 현실은 부끄러움이라는 말 갖고는 표현이 안 된다.”라 표현했다.

 

이 작품은 한번 읽어서는 문장들을 이해하지도 못하겠더라. 재미가 있고 흥미를 계속 끄는 이야기지만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삼부작 중 나머지 두 작품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하니 궁금하지만 언제 소개될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속히 삼부작을 온전히 읽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계속 출간해주길 기대한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자고 추천해야겠다. 그럼 좀 쉬워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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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헤세드의 서재(@hyejin_bookangel)님의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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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지음 / 잇스토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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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욕망은 집착을 낳고 집착이 좌절되면 복수를 낳는다.’

 

표지의 깨지는 향수병 라벨에는 “지옥”이란 단어가 보인다. 지독히도 중독성이 강한 이 향은 마약검사에도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쥐스킨트의 ‘향수’와는 다른 대목이다. 두 소설 모두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주인공 또한 파멸을 맞지만 ‘향수’는 장편이고, ‘조향사’는 단편이다. ‘향수’는 고전 반열에 이르지만 ‘조향사’는 어떨까?

 

스토리는 단편이라 언뜻 보면 단순하다고 볼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 원인과 결과를 순서대로 배치하지 않아서 긴장감을 끌어올린 것과 드라이한 문체와 긴박한 이야기 전개가 힘을 더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친구 다정을 구하기 위한 정화의 노력, 과거의 철없던 행동을 끝까지 책임지는 드높은 도덕관념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을 라캉으로 보면 좀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이런 면은 ‘향수’도 그러하다. 알 수 없는 향수를 만들고 그것으로 사람을 조정하고 지배하는 것이 그러하다. 욕망은 대상a를 향한다. 가난으로 비롯된 욕망도 육체적 욕망도 마찬가지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마냥 인간은 끊임없이 그것을 향해 내달린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이 깊은 수렁은 벗어나기 너무나 어려운 미로와 같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마침내 껍데기로 전락한 다정의 모습 – 텅 빈 무의식에 놓인 완벽한 상태가 아닐까 - 에서 무너져가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엿보게 된다. 무엇을 핑계로 내세우든 상관없다. 그 끝은 모두 같을 테니까. 다정의 모습과 정화의 부친이 같은 결말을 맞는 것은 원인이 같기 때문이리라. 반면 기자가 되어 자기극복의 면모를 보이는 정화는 자신이 마땅히 받았을 모든 것을 잃었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화는 욕망에서 벗어난 것일까? 니체로 보면 한순간의 자기극복, 즉 위버멘쉬의 모습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이 대단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특히 정화의 팔을 물어뜯는 다정을 끝까지 놓지 않고 끌어안는 모습이라니... 그 고통을... 그 원한을 품어내는 정화의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수없이 자문했다. 하지만 꼭 해야겠다. 비록 출판사가 싫어하고 어쩌면 작가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처음 받아들고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아니, 어떻게 책을 이렇게 만들지?’하며 혼자 씩씩거렸다 – 이놈의 직업병이란! - .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 인쇄소에, 제책사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알 수 있다. 이 한 곳에서도 이렇게 많은 책이 나오는데 전국적으로는? 그렇다. 아주 쉽게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그 와중에도 빛이 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드물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외면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독자에게 내보이는 작품이 가질 법한 품위는 잃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그리고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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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모(@knitting79books)님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knitting79books

@swimmis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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