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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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적으로 쓰인 SF’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인물,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다. 제목은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으로 성경에서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를 가리켜 한 말이다. 니체는 이 말을 자신이 쓴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오수완 작가도 분명 의도한 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성경의 여러 대목을 끌어와 – 다른 것들도 많지만 - 사용했다. 프롤로그 p.13에 “프라임교에서는 그것이 다시는 불로써 인간을 멸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합니다.”란 문장이 나온다. 이것은 창세기에 ‘노아의 홍수’ 사건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그 사건 후에 신이 다시는 물로써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제시한 것이 무지개다. 여러 곳에서 ‘신’과 ‘인간’이 대비되어 나온다. 주인공인 ‘서브’와 ‘노먼’ 그리고 그 밖의 인물들이 대비되는 것처럼. 필멸자, 절대자, 죄, 대속 등등 성경을 연상시키는 소재가 적지 않다.

 

‘작가가 왜 니체의 유명한 말을 차용했을까?’ 계속 이 질문을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인류의 99%가 절멸한 상황의 미래를 배경으로, 그 사건을 ‘강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예수의 강림이어야 할 텐데 그리 묘사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기독교계가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뭔가 다른 대상이 필요했고 그게 ‘노먼’이다. 노먼은 ‘프라임’이라는 존재로 불리고 그로 인해 인류는 겨우 1%만 생존했다. 그 후 ‘지텍’이란 곳에서 사건이 생겼고 프라임은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 후 30년이 지났고 지텍에서 있었던 제1회 엑스포에 이어 제2회 엑스포가 ‘노바텍’에서 개최되고, ‘서브’가 ‘노먼’을 찾으러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서브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p.17 “너희들은 변하지 않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라는 인물을 통해 그리스도교로 시작된 – 플라톤이 시작인가 – 이원론을 가차 없이 무너뜨린다. 이상적 세계를 부정하면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이 작품에서는 니체의 말을 끌어왔지만 누군가 ‘노먼’을 세상에 보냈는지 사실 그 이름도 나이도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도 모르는 것이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졌지만 필멸자이다. 그러면서 노먼과 서브는 같은 존재이지만 다른 존재로 묘사된다. 그들과 주변 인물들도 대비되긴 하지만 노먼은 서브를 위해 ‘준비’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 부분은 신약성서의 ‘사도요한’을 연상시킨다. 서브 또한 노먼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인지한다. 그럼 서브가 진정한 프라임인가? 서브는 노먼의 존재성을 극복한 또 다른 존재인가?

노먼은 서브를 만나자마자 서브가 보통의 인간이 아니란 걸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지텍에서 한 번 더 인류를 절멸로 몰아넣는다. 그가 왜 그랬을까? 이미 인류를 1%만 남겨놓지 않았던가. 굳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래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인데 반해 인류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상태라서? 프라임교를 믿는 목사 ‘진’과 서브도 대비된다. 진과 서브는 공통적으로 성폭력을 당하지만 진은 여전히 이원론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다. 니체에 의하면 좀 더 높은 인간쯤에 있는 사람이다. 반면 서브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진도 그들을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은 인간들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그런 인간을 보는 노먼은 서브가 인류를 새롭게 이끌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p.176 ‘노트’에도, p.185 ‘에필로그’에도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서브의 이야기로 시작해 서브의 독백으로 마친다. 서브는 노먼에게 자신이 읽은 책 중에 ‘노먼’이란 소년이 나오는 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이렇게 독자가 상상할 곳이 많다. 위에 열거한 것들 뿐만 아니라 여러 대목에서 절제 된 작가의 문체를 따라가다 문득 문득 그렇게 되었다. 이 작품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보고 싶다. 이 작품은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SF로는 최초라 한다. 선정위원들의 말을 보니 이 작품이 왜 선정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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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산책방의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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