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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오백원! ㅣ 단비어린이 문학
우성희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3월
평점 :
(기다려, 오백원)
이 책은 어느 날 작가의 어머니가 딸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작가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4편의 이야기이다.
(기다려, 오백원)
도경이는 엉덩이뼈가 아프신 옆집할머니를 대신해서 강아지를 산책시키게 된다. 십분당 오백원을 받기로 하고. 강아지의 이름은 백이지만, 도경이는 오백원이라고 부른다. 백이는 유기견때 겪은 일로 뾰족한 송곳이랑 비를 무서워한다. 그런 어느 날 풀밭에 백이를 풀어놓았는데, 백이가 보이지않아 철조망을 헤집어보다가 그만 옷이 철조망에 걸린다. 간절하게 백이를 부르고 기도를 하자, 어디선가 백이가 나타나서 비와 철조망의 무서움을 극복하고 도경이를 구해낸다. 자신은 철가시에 긁혀 볼에 피가 흐르면서도..
"오백원의 뜨거운 심장이 내 가슴에 맞닿은 채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p26~27)
할머니가 자신의 얼마남지 않은 생앞에서 백이를 도경이에게 믿고 맡기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만, 너무 슬펐다.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
엄마,아빠가 돈 많이 벌면 데리러 온다는 게 몇년째인지 연락도 없자 솔이는 지쳐만간다. 매일 하얀 스케치북을 까만 크레파스로 채우는 솔이가 안쓰러워서 할아버지는 정원나무로 솔이를 초대한다.
"원래 나무에 들어 있던 애들을 내가 꺼내 줬단 말여.'(P38)
나무들은 기린, 타조, 독수리로 변하였고, 기린목에 올라타고, 타조등에도 타고, 초록 독수리가 만들어준 무지개 정원도 보았다.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솔이의 그림이 하얀 크레파스로 채워질 것 같다.
(깡패 손님)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별이는 분식집 아줌마와 결혼하려는 아빠가 미워서 방해하기로 한다. 분식집 아줌마를 팥쥐아줌마로 생각하고 별이는 문제아가 되어 자신을 기르는걸 포기하게 만들려고 한다. 토요일에 화장을 하고 일탈을 위해 로엘스 광장에 갔지만 노는 언니들에게 돈도 빼앗기고 겨우 탈출하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팥쥐 아줌마가 와락 별이를 품에 안는다.
"별이는 빠져 나가려 몸을 비틀다가 멈추었다. 그 품이 너무나 따뜻해서였다."(P71)
별이의 일탈도 진실된 마음앞에서 멈춘 것이다.
(달콤 감, 고약감)
지유는 자꾸만 기억이 흐려져가는 할머니의 기억을 살리려한다. 할머니는 오감, 육감에 대한 대답은 자신있게 하신다. 육감의 달콤감은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데, 앞집에 고약쟁이 할아버지가 이사를 온 뒤로는 감을 나눠주지 않아서 먹을 수 없게됐고, 고약감이 되었다.
"우리 할머니 감! 이거 먹으면 기억이 확 살아날지도 모르는데..."(P80)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아드리기위해 딸콤감 따기를 시도한 지유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할머니는 그런 지유의 정성가득한 마음에 감을 드시지 않아도 기억을 되찾으실 것만 같다.
네 가지 이야기가 모두 안타까운 상황들이지만 마음만은 진실되게 전달되고 있어서 그 진실을 알게될때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변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쉽게 읽혀지고, 간단한 이야기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어서 권장도서로 초등학교 친구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별을 슬프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더 나은 행복으로 가는 길을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