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청색과 분홍색 표지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책을 펼치기 전까지 이렇게나 많은 상념에 빠지게 할 줄 상상도 못했었죠. 오로지 책 표지의 색깔에 매혹되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커트 보니것의 <갈라파고스>는 여느 소설 책과 다른 몰입요소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죽을 사람 앞에 별표를 표기해 두는 저자의 특이한 표식이 재밌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서 다음 페이지로 손이 자꾸 넘어갑니다.

보통 책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이 전개되겠지?라며 일정부분 예상을 하며 독서를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작가의 강점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블랙유머 때문인지 상상 그 이상의 주제가 넘실대는 책이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지형적 특성에 착안해서 인류의 멸망과 신인류의 탄생을 그려낸 커트 보니것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인간의 무한한 욕심의 끝은 어디인가? 우리는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나?하는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을 무한 루프로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작가가 표현한대로 3킬로그램짜리 뇌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치명적인 결함이었을까요? 우리의 뇌는 형편없이 크기만 한 것일까요? 결함이 없도록 뇌의 크기가 작아진다면 환경오염이든 전쟁이든 인류가 자멸의 길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화자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합니다.

"넌 인간이 선한 동물이라고, 그래서 결국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다시 에덴동산으로 만들 거라고 믿겠지."
- 279쪽

유해한 환경을 만든 것도 인간이지만 무해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지 않을까...하는 희망찬 상상으로 책을 덮어봅니다.

<갈라파고스>를 출간한 에프(f)는 종이책의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는 푸른책들의 임프린트입니다. 저는 숀탠의 <뼈들이 노래한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꾸준히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로 간 고래
트로이 하월 지음, 리처드 존스 그림,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책을 구입하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든 검색을 하는 주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첫째가 입에 달고 사는,
공룡/도깨비/고래/호랑이/사자...

그림책에 이러한 주요 키워드에 해당하는 그림이 있으면 우선을 읽습니다. 한번 더 읽을지 말지는 내용의 흥미여부에 달려있지만요.

그래서 이번에 고른 <바다로 간 고래>도 순전히 고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사는 것과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중에서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옳은 선택일지 고민하게 하네요.

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한 어항에서 살고 있는 고래, 웬즈데이는 어항이 원래 본인의 집이자 고향인줄 알며 지내요.

한 번씩 어항 안에서 높이뛰기를 하다가 저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를 보며 저긴 어떤 곳일까? 궁금해하긴 하죠.

그러던 어느날, 파이퍼라는 소녀가 웬즈데이의 고향은 여기 어항이 아니라 바다라고 합니다.

웬즈데이는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바다로 가보기로 하고 어항 안에서 있는 힘껏 도약을 해 봅니다.

바다에 다다랐을 때 웬즈데이는 파이퍼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작가의 헌사에 나왔던 라디오헤드의 "bloom"이라는 곡에서 영향을 받은게 아닐까 싶네요.

라디오헤드의 "bloom"이라는 곡은 BBC 자연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2>에서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ocean bloom"이라는 곡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했었습니다.

라디오헤드의 "bloom"은 환경보호, 인간과 동식물의 공생 등과 같은 주제에 영감을 주는 곡인가 봅니다.

앞면지에서 봤던 고래는 드넓은 바다에 혼자라 외로워 보였는데, 두 마리의 고래 모습이 뒷면지에 보이니 마음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네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항보다는 위험요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바다가 웬즈데이에게는 낙원이자 휴식처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빛깔 하얀 빛깔
달로브 이프카 지음, 김서정 옮김 / 보림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보다 훨씬 그림책에 대해 잘 모르던 작년 가을, 저는 덜컥 보림출판사의 외국 창작 그림책 전집인 지크시리즈를 구입했지요.

이유는 그림책을 잘 모르니 어떤 책이 좋은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림책 세계는 조금 궁금하고 해서 그냥 출판사만 믿고 구입을 한 것이었어요.

지크시리즈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그림책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중 한 명이 달로브 이프카라는 작가입니다.

<밤나들이 고양이>라는 책을 만든 작가인데 첫 느낌이 상당히 강렬했어요. 밝음과 어두움의 색 대비를 잘 활용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작가의 이름 외우는게 쉽지 않은데 단숨에 외웠습니다.

반갑게도 이번에 보림출판사에서 1963년에 초판이 인쇄되고, 원판이 손실되어 원화를 복원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2015년 복간된 <검은 빛깔 하얀 빛깔>의 번역본을 출간하였습니다. 달로브 이프카 작가님의 작품이지요.


<검은 빛깔 하얀 빛깔>에는 두 마리의 개가 등장합니다.
까맣고 작은 개, 하얗고 작은 개가 주인공인데, 뛰놀며 하루를 함께 보냅니다. 어두워진 밤에는 꿈 속에서 각자 야생을 돌아다니기도 하지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만나 꿈 이야기를 나눠요.


밤은 점점 깊어지고 어두워졌어요.
깊이 잠든 둘은 각자 꿈을 꾸었어요.


출판사의 소개의 글에 보면 <검은 빛깔 하얀 빛깔>의 배경에 흑인 인권 운동이 있다고 하는데 이 구절에서 특히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꿈을 꾸었다는 문장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연설문이 상기되기도 하고요.

4색 별색 인쇄로 1963년의 초판을 구현해 낸 <검은 빛깔 하얀 빛깔>은 그림책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흑백으로 표현된 야생동물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라고 봐야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까투리>를 시작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글 작가에 권정생이라는 세 글자가 써 있으면 두말 않고 읽어 봅니다.

믿고. 보는. 권정생 선생님 책이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읽는 책마다 선생님의 생명에 대한 존엄이나 눈여겨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인데, 글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그림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앞표지와 뒷표지를 연결해서 보면 만구 아저씨가 송아지를 구입하신 것 같아요.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찾으신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봅니다.




고추를 시장에 내다 팔고 넉넉한 돈을 받은 만구 아저씨는 아주머니 치마도 사고, 술도 마시고 행복한 발걸음을 한 채 집으로 향합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귀갓길, 정말 아름답죠?



그런데 똥이 마려워 일을 봤는데, 지갑을 그만 똥 옆에 떨어뜨리고 말아요. 그러나 이를 모르고 신나게 집으로 갑니다.

밤이 되어 숲 속의 도깨비(톳제비) 가족이 돌아다니다가 만구 아저씨의 지갑을 발견하는데 과연 만구 할아버지는 지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에는 옛스러운 단어와 그림이 등장합니다.

안동 사투리로 도깨비를 뜻하는 톳제비 외에도 고추를 담았던 부대(자루),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만든 시렁 등 요즘은 보기 힘든 물건을 뜻하는 단어들이 책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림에서도 옛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 메밀껍질을 충전재로 사용하는 단단한 베개, 싸리 빗자루, 요강 등 어린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보았던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단편동화가 그림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지요.

현재까지 6권 출간되었는데 이후 출간될 그림책도 기다려집니다.

1.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김용철 그림)
2. 빼떼기(김환영 그림)
3. 사과나무밭 달님(윤미숙 그림)
4. 해룡이(김세현 그림)
5. 장군님과 농부(이성표 그림)
6.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정순희 그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궁금증 투성이었습니다.

'보스턴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이라는데 어떤 면에서 강한 끌림이 있는 책일까?
책 제목인 <파피>는 무슨 의미일까?
출판사 소개의 글에 나온 것처럼 "숨이 멎을 듯한 서스펜스"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궁금증은 책을 읽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파피>를 쓴 애비 작가는 책 이외의 곳에는 독자가 시선을 둘 수 없게 만드는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책을 읽기 전 궁금했던 파피라는 이름의 의미를 확인하고, 저는 작가가 우리 주변의 환경,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관심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흰발 생쥐인 파피를 비롯한 파피의 가족, 친척들의 이름은 모두 꽃이나 과일이름을 본따서 만든 것입니다.

파피는 양귀비꽃, 파피의 연인이었지만 미스터 오칵스에게 죽임을 당한 황금 생쥐 래그위드는 돼지풀, 파피 때문에 새로운 거주지로 이사를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흰발 생쥐들이 파피를 향해 등을 돌리지만 오직 한 사람, 파피의 사촌만이 그의 곁을 지키는데 그의 이름이 바질입니다.

이렇게 작가는 극의 이끌어가는 주인공 이름과 주변인물들의 이름을 자연에서 가져왔습니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생태 묘사가 상당히 세밀해서 작가의 동물에 대한 애정을 페이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작가는 파피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20쪽
하얀 털로 덮인 포동포동하고 둥그런 배, 주황빛이 도는 갈색 몸, 짙은 색의 커다란 귀, 둥그런 눈, 기다란 수염, 아주 작은 코, 분홍빛을 띤 발과 꼬리. 파피는 흰발 생쥐 중에서도 앙증맞고 작은 편이었다.

파피를 미스터 오각스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고슴도치 에레스에 대한 묘사는 이렇습니다.

125쪽
구부정한 자세를 하고 납작한 얼굴에 뭉툭하게 튀어온 주둥이와 희끗희끗한 수염을 가진 한 짐승이었다. 자다 깬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두 눈은 눈꺼풀에 거의 덮여 있다시피 했다.

번역본과 영어 원서의 책 표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원서 <poppy>에서는 흰발 생쥐들의 두려움의 대상인 미스터 오칵스를 전면에 배치하며 파피가 깃발을 들고 미스터 오칵스와 협상을 하러 가는 힘겨운 여정을 표현했다면,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한글 번역본<파피>에서는 두려움의 실체가 어디에서 다가오더라도 용기롭게 행동하는 파피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재현한 것 같습니다.

딤우드 숲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흰발 생쥐들을 위협적인 존재인 고슴도치로부터 지켜준다며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리 부엉이 미스터 오칵스와 흰발 생쥐들을 보호해주는 줄 알았던 미스터 오칵스의 실체를 알고 진실을 밝히려는 파피의 용기있는 정면 대결의 내용을 담고 있는 <파피>, 자유와 용기 그리고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가슴 속에 새겨주는 모험서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파피의 모험을 통해 "숨이 멎을 듯한 서스펜스"를 가득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