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할까? 베스트 지식 그림책 4
비르지니 모르간 글.그림, 장미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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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반드시 듣게 되는 질문인데 의외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아빠는 회사에서 하루종일 뭐해?'인 것 같다.

그냥 '일하지'라고 말하면 그 일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아이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 나와서 접하게 되었다. 


일단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끄는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복장으로 각자 자신의 직업을 대표하는 물건들을 들고 있어서 책 속에 어떤 직업들이 나올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눈치가 빠르다면 표지만 봐도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이 책에서는 수많은 직업별 그림 속에 성별과 인종이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성 역할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매 장마다 잘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꼭 반대로만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성과 여성이 균등하게 등장하고 

인물들의 피부색도 각양각색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직업에 대한 소개 역시 무작위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병원에서, 건설 현장에서 등등 아이가 실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장소를 주제로 직업들을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와 실제로 동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소개해줄 수 있다. 


특히 아이 입장에서는 자주 드나드는 마트(상점)나 병원 등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마치 게임 속 NPC처럼 

당연히 그 자리에 존재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모두 엄마나 아빠처럼 노동하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비록 그 중 직원은 '인사담당자' 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빠가 이 비슷한 일을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냥 일반적인 구분인 교수, 직원, 학생으로 나눠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여담으로 출판사에서 본 책과 관련된 독서활동지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운 받아서 아이와 함께 활동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펴보니 5살짜리 우리 아이에게는 살짝 어려워 보이지만, 이제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정도의 아이라면 

부모와 함께 재미나게 작성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https://blog.naver.com/randomhouse1/222477675778


지금 딸이 5세라 부모가 읽어줘야 하는데, 읽어주기에 글밥이 살짝 많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꽤 장시간 집중력있게 잘 따라오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매우 뿌듯했다. 
스스로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더 재미나게 보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오랫동안 책장에 두며 아이가 커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보는 첫걸음이 될 것 같다. 

 
(책과 함께하는 좋은 부모 코스프레는 오늘도 계속된다.)

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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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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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또 다시 찌르는 듯한 공포감이 당신의 뇌를 쥐어짠다. 

당신을 향해 돌진하는 암흑. 그리고 그 때 당신은 이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그건 마치 세상에 태어나는 느낌 같다. (pg 290)



죽은 아내를 되살리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의지로 탄생하게 된 AI 로봇.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애비게일의 설정이다. 

이런 종류의 SF물을 너무도 좋아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접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좋아하는 개인 취향상 독서를 하면서 '숨막히게 재밌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덮는 순간 그 관용어를 문자 그대로 느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500페이지 정도로 살짝 두껍게 느껴지는 분량인데 일요일 하루를 몽땅 투자해 하루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주말에 늘상 하는 게임이나 음주도 이 책을 읽는 것을 방해하진 못했다.)


'어디부터 반전이라고 해야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역자도 후기에 비슷한 말을 남겼는데, 마치 재미난 미드를 보듯이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장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스포일러가 되면 작품의 재미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므로 스포일러 없이 소개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지만,

역시나 이 책은 반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읽는 것을 추천한다.



AI와 로봇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들은 사실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런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면 등장인물이 AI라는 사실 자체를 반전으로 삼는다거나 자신이 AI라는 태생적 한계를 인식하는 

다소 식상한(?) 전개를 예상하기 쉽겠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인 애비가 눈을 뜨자마자 

'믿기지 않겠지만 넌 내가 만든 AI 로봇이야'라는 식으로 애비의 정체를 알려주면서 시작한다. 

게다가 애비에게 가능한 기능이 무엇이고 불가능한 기능이 무엇인지도 초반에 다 알려준다.

주변 사람들이 애비를 기계로 봐야 할지 한 영혼으로 봐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도 등장은 하지만 작품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 스스로도 이 작품이 SF적 요소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심리 스릴러'라고 밝혔듯이,

AI 로봇이라는 설정은 그냥 설정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애비는 왜 탄생했고 그녀에게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뻔하게 예상되듯이 아내를 물리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단순한 이유는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애비에게는 생식기가 구현되어 있지 않다. 

먹고 마시는 등의 기능도 일체 없다. 

애비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추리해가야만 한다. 


팀은 당신을 숭배한다고 계속 말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것은 정말 당신일까?

아니면 당신이라는 관념일까? 그러니까 그의 창조물, 이 놀라운 성취물을 사랑하는 걸까?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바쳐진 이 놀라운 기념비를? (pg 195)



스포 방지를 위해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겠으나, 장담컨데 이 책의 결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닐 것이다. 

(난 심지어 다 읽고 결말 부분을 두 번 더 읽었다.)

이 책의 특이한 서술 방식(시점)이 책의 반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정도가 스포를 피하는 최대한의 힌트라는 점만 일러둔다. 

여하간 특출난 재미를 주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기계로서 근사하다는 게 아니에요. 한 사람으로요. 힘든 상황이지만 거기에 끌려 다니지 않잖아요.

 당신은 강하고 영리해요. 절대 물러서지 않죠. 당신은..." 그는 적절한 비유를 찾는다.

"마치 장애가 있는데 그걸 수퍼 파워로 바꾼 것 같아요." (pg 454)


작가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책을 읽기 전에 작가를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책을 다 읽은 후 난 당연히 작가가 여성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찾아보니 중년 남성이었고 이미 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작가였다. 

그 중에 이미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는 작품도 있다고 하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서둘러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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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단편 만화 - 심심한 일상에 냥아치가 던지는 귀여움 스트라이크
남씨 지음 / 서사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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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자주 보내곤 하는데 그 커뮤니티에서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귀엽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동물'

개처럼 재산을 지켜주지도, 다른 가축들처럼 고기나 알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곁에 남아있는 이유가

귀여움 하나 때문이라는 우스개소리인 것이다. 


집사람이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워낙 알레르기가 심해 같이 고양이 카페를 가도 한 시간을 채 못버티고 나오고 만다. 

고양이에 대한 갈증(?)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냥짤로 해소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보고 싶어서 접하게 된 책이다. 


제목도 심플하게 '고양이 단편 만화'.

작가의 책 소개에 따르면 원래 연재하던 다른 작품의 중간 삽화 정도였던건데 이게 인기가 더 많아서 

연재하던 작품은 중단되고 고양이 만화만 책으로 발간되었다는 웃픈 소식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중간 삽화 정도였던 것에 충실하게 1-2페이지, 3-4컷 정도의 길이로 된 이야기들이 쭈욱 나열된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 

'고양이들이 고유의 습성을 유지한 채 의인화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그려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저작권 상 한 페이지만 소개하면 이런 식이다. 

기껏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어 놓고 한다는 짓이 책상 위에서 떨어뜨리기. 

이렇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한번 웃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pg 242)


작가가 그린 고양이들이 대체로 이렇게 표정이 없어서 더 귀엽기도 하고 더 웃기기도 한 것 같다. 


중간중간 작가가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낀 소회나 고양이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대가 많을 것 같았다. 

(pg 140-141)

만화의 내용이 매우 짧고 서사가 쭈욱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한 호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보다는 

게임 중 로딩할 때라던지 컵라면 물 붓고 기다리는 시간 등 짧게 읽을 수 있도록 손에 잘 닿는 곳에 두고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왜 웃긴거지'라는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재미난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집사람은 책이 배송온 날 쭉 읽어 보더니 '이건 평생 소장 각이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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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타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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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지난 번 '데이빗' 이라는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작가의 다음 작품이 발간되었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물론 원래 웹툰이고 연재도 오래 전에 끝났지만 아직 아날로그의 마음을 간직한 인간인지라 종이책으로 보고 싶은 욕망이 아직 강해서

책이 나올 때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지난 번 데이빗이 돼지의 몸에 담겨 태어난 인간의 영혼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이번에는 자아를 가진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의 정의를 묻는다. 


전작인 데이빗은 내용을 대충 알고 봐도 재미가 있었던 반면, 에리타의 경우 조금이라도 스포일러를 당하면 사실상 재미가 상당히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스포에 주의하며 쓰려고 노력은 하겠으나, 데이빗의 팬이라면 에리타는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보기를 추천한다.



에리타의 세계관은 먼 미래에 인간이 영생을 바라며 만들었던 포루딘이라는 물질에서 시작된다.

포루딘은 세포를 보존할 수 있었지만 대기중에 노출되면 독성을 띄는 물질이었고, 무분별하게 포루딘을 생산하던 인류는 결국 

멸종에 이른다. (이 때 포루딘에 노출된 인체는 단순히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기괴한 모습의 괴물이 된다.)


포루딘의 위험성을 알고 있던 한 과학자가 자신의 딸을 살리고 인류를 멸종에서 구원하고자 만들어낸 만능 로봇 가온과 그가 돌보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자 과학자의 딸 에리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 회상 장면을 제외하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대화가 가능한 등장인물은 총 셋이며 이들 모두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온전한' 인간의 카테고리에서는 벗어나 있다.

셋 다 자기 자신을 인지하고는 있지만(즉, 자아가 있지만) 자신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자와 

자신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자가 만난다.

작가는 이 둘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과연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외관상으로 인간과 차이가 없고, 스스로도 자신이 인간이라 믿는 프로그램은 인간인가? 

심지어 누구도 그가 프로그램인지를 모른다면?


개인적으로는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제기되었던 질문이 다시금 떠올랐다. 

프로그래밍화 된 존재지만 스스로가 자신을 인간이라 믿으며 사는 것과 매트릭스 속 베터리지만 가상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인간이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실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볼 때에도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다.

사실 인간은 타인이 나를 인간으로 인지해줄 때에만 진정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늑대소년이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이지만 사회화된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신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심지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각능력과 신체능력까지 가졌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경우에는 인간으로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존재가 자신을 사람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또한 흔히 말하는 '통속의 뇌'도 등장하는데, 통속의 뇌와 밖에서 활동하는 인공지능을 비교해보게도 만든다.

물론 독자 입장에서는 같이 서사를 함께하는 존재들에 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는 조금 아쉬웠지만 말이다. 



만화 에리타는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주며 단순한 만화 읽기에서 복잡한 철학적 생각들을 해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물을 때 '자아의 인식'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하는데, 

에리타 속 인물들은 이미 자아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물론 그 자아의 인식 자체도 프로그래밍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 나름의 결론을 내기가 쉬웠다. 

이전 작품인 데이빗이 다 읽고난 뒤에도 데이빗을 사람으로 봐야 할까, 아닐까를 고민하게 했다면 

에리타는 '이건 사람이라고 봐야지'라는 결론이 보다 쉽게 나오는 느낌이었다. 


전작인 데이빗보다는 책이 살짝 두꺼워진 느낌이지만 중간중간 전투신도 있고 컷들의 크기도 커서 읽는 속도는 더 빨랐던 것 같다. 

던져주는 질문들이 데이빗보다는 가볍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d몬이라는 작가가 준비한 사람 3부작 중 2편을 끝냈다.

마지막이라고 하는 브랜든은 또 어떤 질문들을 던져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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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이야기
유경현.유수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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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기업에서 다음 달 월급을 10만 원 깎는다고 하면 다들 난리가 날테지만, 플랫폼에서는 매달 단가를 500원 깎으며 
 '왜? 라이더들이 많으니까.'라고 하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죠.
 AI라든지 알고리즘이 내놓은 거의 신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면 비합리적인 사람처럼 보일 뿐이니까요." (pg 121)


집사람이 쿠팡 새벽배송을 처음 사용했던 날이 생각난다.
잠들기 전에 주문한 아이 기저귀가 출근하려고 문을 열자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출근 인사를 마치고 기저귀 박스를 집안에 내려놓자 집사람이 '세상 진짜 좋아졌다'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불현듯 '이걸 갖다준 사람은 대체 몇 시에 일을 시작한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스치고 지나쳤던 문제의식을 제대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소위 말하는 긱 워커, 각종 플랫폼을 통해 단기성 계약을 통한 노동을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배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배달기사들의 수입이 짭짤하다는 둥, 자영업 때려치우고 배달 시작한다 등등의 뉴스들도 제법 들려왔다. 
정부를 까기 위한 문구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결국 전 국민의 배달기사화냐라는 식의 조롱도 들려올 정도였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배달기사들은 진짜 떼돈을 벌고 있을까?


이 책은 배달기사 등 각종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책이다.
책의 제목에 포함된 '별 다섯 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일을 한 후 고객들로부터 받는 평가를 의미한다.
이 평점이 결국 다음 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별점에 상당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영업자들이 힘든 이유'라면서 진상 리뷰를 쓰는 음식점 이용자들에 대한 비판들이 올라오고는 하는데, 
음식점 외에도 가사노동, 운전, 배달, 메이크업, 심지어는 애완견 산책까지 내가 모르고 있던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득을 얻고 고객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면 계속해서 다음 일을 수주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평소에 잘 하다가도 최근에 평점이 몇 번 깎이면 결국에는 일거리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플랫폼 노동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에서 일을 받지 못하면 결국 실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이다. 

플렉스를 매일 울고 웃게 하는 배송 단가와 배정 물량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쿠팡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수년간 누적된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일매일 새로운 '채용 조건'을 만들어 낸다. (pg 17)

그러면서도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부차적으로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위험은 온전히 본인들의 몫이다.
이들이 모두 개인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배달을 예로 들면, 배달 수단인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온전히 배달기사가 부담한다. 
때문에 유가가 치솟으면 때로는 최저시급보다 못한 급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이 아무리 오른다 해도 이들이 받는 수수료는 이와 무관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평점이 중요한 플랫폼에서는 노동자들이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이라면 본래 계약은 청소만 해주는 것이지만 사비를 들여 구입한 방역 제품으로 소독까지 서비스로 해주는 등 
부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받는 수수료 단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높은 별점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비용을 추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사용자 측면에서는 그러한 경쟁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출혈경쟁이 되고 있을 뿐이고, AI로 돌아가는 플랫폼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플랫폼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권력의 정도가 달라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비용은 낮아지는 반면, 모든 부담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하거나 불안정한 노동을 감수해야 하며, 
이런 구조적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pg 58)

"기업에서 다음 달 월급을 10만 원 깎는다고 하면 다들 난리가 날테지만, 플랫폼에서는 매달 단가를 500원 깎으며 
 '왜? 라이더들이 많으니까.'라고 하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죠.
 AI라든지 알고리즘이 내놓은 거의 신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면 비합리적인 사람처럼 보일 뿐이니까요." (pg 121)
 
이렇게 사람을 갈아 넣음으로써 돌아가는 플랫폼들은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며 우리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겠다는 듯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반면 체스판을 설계한 플랫폼 기업은 해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창업한 우버는 2019년 뉴욕 증시 상장 당시 1200억 달러(135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단숨에 100년 기업 GM과 포드를 뛰어넘었다. 
우버 기사들의 시간당 수입이 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8.5달러인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pg 204)
 
우리나라에서도 2조를 줘도 안판다고 했던 '배달의 민족'은 결국 5조에 팔렸다. 
배민이 처음 스타트를 끊은 것이 2010년이니 불과 10년만에 이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이렇게 돈을 쓸어담고 있을 때 그 속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은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팬데믹 시대, 배송 박스를 든 쿠팡 플렉스들은 마치 어릴 적 우리에게 선물을 전해 주던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다.
산타클로스가 목숨을 걸고 굴뚝을 통과해야 했다면, 팬데믹 시대 산타클로스는 감염병의 위험을 무릎쓰고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산타클로스보다 선물 박스에 더 관심이 많다. (pg 25)

아래의 페이지는 내 손으로는 차마 타자로도 못치겠어서 사진으로 옮긴다. 
 
(pg 112)

실상은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상대방의 서비스를 이용할 뿐인데도 마치 그 사람을 본인이 산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못 배워 먹었으면 상대가 저런 말과 행동을 모두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할까 싶기도 하고,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면서 자신의 우월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부류들은 대체 평소에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드는 구절이었다. 

위에서 소개한 대로, 플랫폼 노동의 어두운 측면에 많은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하지만 경력 단절이 있거나 특별한 경력이 없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쉽게 뛰어들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존재하고, 
자신이 고객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고객이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플랫폼의 매력 중 하나이다. 
사실 위에서 제시한 대부분의 단점들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몰리고 그렇기 때문에 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므로
그 장점들이 사실 단점을 야기하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플랫폼에 기반한 경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호황을 누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속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또 다른 플랫폼의 이용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식 고용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체하고 있다. 
극도로 유연화된 노동시장 속에서 노동의 단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을 뿐이다. 

일개 소비자에 지나지 않는 입장에서 무슨 뾰족한 대책이 생각날리는 없지만, 
그저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을 대함에 있어서 최소한의 예우라도 갖추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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