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캣 냥냥 한자 백과 위시캣 냥냥 백과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SAMG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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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명 '파산핑'이라 불리는 '티니핑'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혜성처럼 등장한 '위시캣'.

이미 많은 어린이 팬을 확보한 IP인지라 관련된 굿즈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부모의 스트레스도 같이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학습'이라는 본능적으로 싫지만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분야와의 접목은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아이와 같이 읽게 된 이 책은 제목처럼 위시캣과 함께 한자를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어릴 때 한자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은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국어를 고등한 수준으로 잘 쓰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꼭 한자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기보다는, 한자의 종류만이라도 많이 알고 있으면 처음 접하는 단어를 볼 때에도 문맥을 통해 그 단어의 뜻을 제법 그럴듯하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자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의 거부감을 상당히 완화해 줄 수 있다.

시험을 치듯 외워서 문제를 풀고 맞히는 개념이 아니라 그저 귀여운 위시캣 캐릭터들을 감상하면서 곁다리로 한자를 하나 둘 읽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수록된 가벼운 퀴즈들도 머리를 식혀줄 정도의 난이도여서 위시캣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오래도록 두고 읽으며 수록된 한자들과도 친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pg 10-11)

몇 개의 글자만 알면 읽을 수 있는 국어와 달리 한자는 글자 그 자체에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국어 사용자 입장에서 한자의 복잡한 구조와 방대한 분량은 학습에 장애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자 공부의 장점도 분명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자를 재미나게 접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이미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 IP를 활용하는 것일 텐데, 이 책 역시 그런 시도의 일환이라 우리 딸처럼 위시캣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한자와도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자의 방대한 분량을 고려할 때 한도 끝도 없이 나올 수 있는 위시캣이라는 캐릭터와의 궁합이 괜찮은 편이다.

이미 본 책에 수록된 한자도 160자나 되지만 한자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방대하고 위시캣 역시 이번 시즌에서 끝날 리 없을 것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캐릭터와 한자들로 발매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딸아이가 언제까지 위시캣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이 올 때까지는 신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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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뚜식탈출 3 - 위험한 일상 서바이벌 뚜식탈출 3
서후 지음, 김기수 그림, 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뚜식이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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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벌써 세 권째 접하는데 아직도 그림체에는 익숙해지지 않는 '서바이벌 뚜식탈출'의 최신작이다.

여전히 호감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림이지만 딸아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걸 보면 나름의 매력은 확실한 모양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재미나게 알려주기 때문에 학습만화로서의 기능도 충실한 시리즈다.

첫 에피소드는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 많이 하는 캠핑장에서의 이야기다.

물론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캠핑장이야 위험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겠지만, 보다 자연과 가까운 곳이라면 아이들이 조심해야 할 이런저런 위험 요소들이 많다.

특히 추락할 수 있는 가파른 절벽이나 벌,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들은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좀비 소동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학교생활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재미나게 알려준다.

특히 무언가를 먹다가 기도에 걸렸을 때 응급조치로 할 수 있는 하임리히법과 갑자기 누군가가 쓰러졌을 때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이 무슨 응급처치를 하겠나 싶겠지만 최근에 중국의 6세 어린이가 목에 사탕이 걸린 동생을 하임리히법으로 살리는 영상이 공개되어 큰 화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응급처치에는 남녀노소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응급처치가 필요할 일이 발생하지 않는 편이 가장 좋겠으나, 사고는 인간의 의지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린이들도 중요한 응급처치 방법을 익혀두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일상과 도로에서 발생할법한 위험 수칙들을 재미난 일화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일단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은 필요하지만 재미없는 교육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 책은 개그 요소가 처음부터 끝까지 베이스로 깔려있기 때문에 재미있어서 읽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 같다.

약간 적응이 필요한 비주얼이지만 보다 보면 또 정감이 가는 매력적인 뚜식이네 가족과 함께 안전한 일상을 보낼 지혜를 재미나게 배울 수 있어서 아이와 부모 모두 만족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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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끼다 2 나는 새끼다 2
권혁준 그림,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원작, 이정은 구성 / 서울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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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 한 권으로 아내와 아이의 최애 책으로 등극한 '나는 새끼다' 시리즈의 2권이 나왔다.

성체가 되어도 귀여움을 유지하는 동물도 많지만 그런 동물들도 대체로 어렸을 때는 더 귀엽기 마련이니 아예 새끼 동물들로만 채워진 이 책은 곧 귀여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영상매체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출판물임에도 아이가 책 도착 소식에 보던 TV에서 눈을 돌려 반가움을 표시할 정도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이번 2권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귀여운 아기 동물들이 15종이나 등장한다.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고양이나 토끼, 강아지도 물론 있지만 이번 2권에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동물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기린이나 얼룩말처럼 동물원에 가야 만나볼 수 있는 동물들의 새끼 때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재미를 더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카멜레온이나 아프리카왕달팽이처럼 '귀엽다'라는 수식어가 썩 어울리지 않는 동물들도 있어서 해당 부분을 유심히 봤는데 그런 동물들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상당히 귀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대상의 크기가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보다 작기만 해도 우리는 그 대상을 귀엽다고 인식할 수 있는 모양이다. (물론 아프리카왕달팽이의 성체는 20센티까지 자란다고 하므로 '귀여운' 순간이 길지는 않다.)

여하간 그런 동물들이 가진 의외의 매력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어릴 때에는 귀엽게 느껴지게 태어난다고 한다.

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포유류는 태어난 후 일정 기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무력하기 때문에 다 큰 개체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다 큰 개체의 보살핌을 얻기 위해서는 귀엽게 태어나는 것이 훨씬 유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출산율이 줄어드는 만큼 반려동물 인구는 늘어나는 느낌이다.

그만큼 인간 역시 어느 정도의 돌봄 노동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육아가 점점 더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되어가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나 하는 망상을 해본다.

하지만 반려동물 역시 생명이기에 동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의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아기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 뒤에는 이러한 동물들이 세심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생명체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본래의 서식지를 떠나게 한 만큼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상기시켜주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번 2권 역시 집안의 두 여인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주며 그들의 최애 책으로 등극할 것 같다.

앞으로 나올 책들에는 보다 관찰하기 어려운 동물들이 더 많이 나와서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를 공부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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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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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택시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 때문인지 나라가 달라도 택시 문화에는 보편적인 면이 있는 모양이다.

택시 안에서는 기사와 승객으로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개인 신상부터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저자의 직업은 우주생물학자로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택시로 이동하는데, 이때 택시 기사와 나눈 이야기들을 엮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여는 첫 질문은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다.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정과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일단 생명이 탄생해야 하고, 그 생명이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생명체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동 수단(꼭 택시처럼 생기지는 않았어도)을 발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타인을 위해 경제적인 대가를 받고 그 이동 수단을 운행해 주는 일종의 분업 사회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저자는 택시 기사와 함께 여러 질문에 답하면서 우주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다음번에 택시를 탈 기회가 있으면, 생명의 여행을 가능케한 시간과

진화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는 의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다음의 놀라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

하나는 우리가 우주에서 택시 기사가 있는 유일한 세계에 있을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우리은하와 다른 은하들 곳곳에 촉수가 달린 채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택시 기사들이 수많이 존재하면서 승객을 태우고 외계 도시들을

씽씽 달리고 있을 가능성이다.

(pg 32)

우주생물학자로서 저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행성은 역시나 화성이다.

인류의 화성 진출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그 자원과 노력을 지구를 살리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화성은 단지 더 먼 우주로 향하기 위한 전초기지라고 생각할 수도, 그저 희소한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식민지와도 같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화성 진출이 곧 지구를 포기하는, 완전한 이주의 개념은 아닐 것이라 말한다.

그러기에 화성의 환경은 너무도 척박하기에 기술력을 아무리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지구가 소행성 충돌과 같은 우주적 재난에 직면하더라도 인류가 절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화성을 비롯한 다른 여러 행성에 인류가 진출하는 것은 곧 보험과 같은 개념이지 절대 지구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책의 주제가 우주와 생물이니 가장 궁금하고도 자주 언급되는 질문은 바로 '우주에 정말 우리밖에 없을까?' 하는 질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지구 외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이기에 이 질문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지구 밖에서는 지적 생물은커녕 단순한 구조의 미생물도 발견한 적이 없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골디락스 존에 퍼져있는 그 수많은 행성들 가운데 지구와 같은 행성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 믿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외계에도 생명체가 있지만 이성을 가질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을 가능성, 지적 생명체가 있지만 외부로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거나 행성 간 여행 기술을 보유하지 않았을 가능성, 우리보다 월등한 존재가 있지만 마치 동물원의 동물을 관찰하듯 우리를 관찰하며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정말 우주상에 생명체는 오로지 지구에만 있을 가능성까지 아직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기에 과학자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외계인의 존재 여부도 모르지만 만약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겼을지, 의사소통은 가능할지, 우리에게 친절할지 혹은 적대적일지 등 여러 궁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자는 무엇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지만, 그들이 성간 여행을 성공해 우리와 접촉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과학으로는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답한다.

우주선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다른 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중력을 이해해야 하고, 방문하려는 행성의 구성 성분 정도는 분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방법은 그 종에게 우주에 대한 통찰력을 무한히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이런 방식으로 사고하는 다른 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직 인간만이 과학적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과학은 어떤 종이 자연의 작용 원리를 이해하는 데

체계적인 진전을 이루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우리와 외계인 사이에 그 밖에 어떤 차이점이 있건 간에,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무언의 이해를 통해 첫 접촉을 하는 사치를 누리게 될 것이다.

(pg 211)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도 아직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물과 무생물을 원자의 구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이 무엇인지를 탐구한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기에 이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의 본질을 발견하기 위한 탐구를 깊이 진행할수록

우리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지구라는 생명의 오아시스를 보존하는 것에서부터 먼 세계들에 사회를 건설하고

다른 곳에서 생명을 찾는 것에 이르기까지 큰 도전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기술적 노력에서 우리 자신의 궁극적 목적을

발견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주의 생명을 이해하려는 탐구 자체가 목적이다.

이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발견들이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자기 인식과 지각에 색을 더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pg 368)

하드커버에 300페이지 후반대로 꽤나 두툼한 책이지만, 내용이 그리 현학적이지 않고 다루는 질문과 답변이 재미난 편이어서 꽤나 즐겁게 읽은 것 같다.

이 책이 우주에 진짜 우리밖에 없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우주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로서의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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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 프린키피아 2
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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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태생적 문돌이의 양자역학 짝사랑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식 이해를 잘 못하니 교양서 수준으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해 준다는 책을 보면 여전히 관심이 간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집 강아지가 알아들을 정도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한다는 도발적인(?) 문구를 보고 덥석 집어 들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아무렴 저자네 강아지보다는 잘 알아듣겠지 했었는데 나름 물리학자가 키워서 그런지 강아지의 이해력과 통찰력이 상당해서 생각보다 따라가기 쉽지는 않았다.

서두에 수록된 물리학자 김범준 교수의 추천사를 보면, 강아지는 거시 세계를 인간처럼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신비로운 양자 세계를 더 잘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되는 우리의 거시 세계에 대한 경험이 워낙 확고해서 양자의 미시적인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다른 양자역학 교양서와 마찬가지로 양자의 입자-파동 이중성과 불확정성의 원리, 코펜하겐 해석 등으로 시작한다.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그나마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되새기는 느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곁가지로 전자의 입자성을 입증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조지프 존 톰슨)와 전자의 파동성을 입증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조지 패짓 톰슨)가 서로 부자지간이었다는 재미난 토막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이어서 다중우주 해석이 나오는데, 이 책의 저자는 다중우주 해석에 보다 관대한 편이다.

이전까지 읽은 책들에서는 대체로 검증 불가능성 때문에 다중우주 해석에 비판적인 쪽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어쨌든 양자역학은 실험적으로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충분히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어지는 양자 제논 효과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개념이었다.

측정이 곧 양자의 상태를 한 쪽으로 고정시키기 때문에 제논의 역설처럼 계속해서 관측을 하면 양자를 특정 상태에 고정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제논의 역설이 양자역학에도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계속해서 익히 들어봤던 양자 터널 현상과 양자 얽힘을 지나 양자 공간이동까지 신비로운 양자 이야기가 이어진다.

양자 공간이동은 이전에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이 책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영문으로 '텔레포트'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에 양자 공간이동이라고 하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차원 문을 열어 이동하는 것 같은 현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보다는 팩스로 문서를 보내고 원본은 파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양자역학 개념들과는 달리 현상을 알고 나면 오히려 더 실망스러운(?) 부분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이동은 내가 이동하면 내 상태를 온전히 유지한 채로 장소만 옮겨지는 것을 상상하는데, 양자 공간이동을 통하면 여기 있는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고, 다른 쪽에 지금의 나와 똑같은 내가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마치 '미키17'처럼 나랑 똑같은 존재가 저쪽 편에 생겨났지만 원본인 내가 파기되는 마당에 그걸 진짜 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었다.

9장에서는 가상 입자와 양자 전기동력학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세 번을 반복해 읽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가상의 입자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순식간에 없어지는데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밝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어떤 쓰임이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 부분은 관련 내용을 더 상세히 다룬 다른 교양서들을 통해 보충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렵지만 있어 보이는 '양자'라는 개념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자들이 소개된다.

양자역학을 활용해 '무한 에너지', '대체 의학' 등 사람들이 혹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인데, 당연히 모두 사기꾼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사이비 과학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친절한 과학 교양서가 꼭 필요하다 할 것이다.

양자역학의 예측이 일상적인 통찰과 어긋나기는 하지만,

이론 그 자체가 상식을 완전히 넘어서는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결과를 약속하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몇 마디의 양자적 표현을 넣는다고 해서,

자유 에너지나 영원한 젊음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pg 317-318)

저자의 강아지가 생각보다 똑똑한 탓에 기대했던 것만큼 아주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양자역학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살짝 도전적이기는 하지만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교양서를 좀 읽어본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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