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태생적 문돌이의 양자역학 짝사랑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식 이해를 잘 못하니 교양서 수준으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해 준다는 책을 보면 여전히 관심이 간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집 강아지가 알아들을 정도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한다는 도발적인(?) 문구를 보고 덥석 집어 들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아무렴 저자네 강아지보다는 잘 알아듣겠지 했었는데 나름 물리학자가 키워서 그런지 강아지의 이해력과 통찰력이 상당해서 생각보다 따라가기 쉽지는 않았다.
서두에 수록된 물리학자 김범준 교수의 추천사를 보면, 강아지는 거시 세계를 인간처럼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신비로운 양자 세계를 더 잘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되는 우리의 거시 세계에 대한 경험이 워낙 확고해서 양자의 미시적인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다른 양자역학 교양서와 마찬가지로 양자의 입자-파동 이중성과 불확정성의 원리, 코펜하겐 해석 등으로 시작한다.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그나마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되새기는 느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곁가지로 전자의 입자성을 입증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조지프 존 톰슨)와 전자의 파동성을 입증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조지 패짓 톰슨)가 서로 부자지간이었다는 재미난 토막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이어서 다중우주 해석이 나오는데, 이 책의 저자는 다중우주 해석에 보다 관대한 편이다.
이전까지 읽은 책들에서는 대체로 검증 불가능성 때문에 다중우주 해석에 비판적인 쪽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어쨌든 양자역학은 실험적으로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충분히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어지는 양자 제논 효과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개념이었다.
측정이 곧 양자의 상태를 한 쪽으로 고정시키기 때문에 제논의 역설처럼 계속해서 관측을 하면 양자를 특정 상태에 고정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제논의 역설이 양자역학에도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계속해서 익히 들어봤던 양자 터널 현상과 양자 얽힘을 지나 양자 공간이동까지 신비로운 양자 이야기가 이어진다.
양자 공간이동은 이전에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이 책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영문으로 '텔레포트'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에 양자 공간이동이라고 하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차원 문을 열어 이동하는 것 같은 현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보다는 팩스로 문서를 보내고 원본은 파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양자역학 개념들과는 달리 현상을 알고 나면 오히려 더 실망스러운(?) 부분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이동은 내가 이동하면 내 상태를 온전히 유지한 채로 장소만 옮겨지는 것을 상상하는데, 양자 공간이동을 통하면 여기 있는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고, 다른 쪽에 지금의 나와 똑같은 내가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마치 '미키17'처럼 나랑 똑같은 존재가 저쪽 편에 생겨났지만 원본인 내가 파기되는 마당에 그걸 진짜 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었다.
9장에서는 가상 입자와 양자 전기동력학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세 번을 반복해 읽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가상의 입자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순식간에 없어지는데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밝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어떤 쓰임이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 부분은 관련 내용을 더 상세히 다룬 다른 교양서들을 통해 보충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렵지만 있어 보이는 '양자'라는 개념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자들이 소개된다.
양자역학을 활용해 '무한 에너지', '대체 의학' 등 사람들이 혹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인데, 당연히 모두 사기꾼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사이비 과학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친절한 과학 교양서가 꼭 필요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