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택시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 때문인지 나라가 달라도 택시 문화에는 보편적인 면이 있는 모양이다.

택시 안에서는 기사와 승객으로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개인 신상부터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저자의 직업은 우주생물학자로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택시로 이동하는데, 이때 택시 기사와 나눈 이야기들을 엮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여는 첫 질문은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다.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정과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일단 생명이 탄생해야 하고, 그 생명이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생명체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동 수단(꼭 택시처럼 생기지는 않았어도)을 발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타인을 위해 경제적인 대가를 받고 그 이동 수단을 운행해 주는 일종의 분업 사회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저자는 택시 기사와 함께 여러 질문에 답하면서 우주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다음번에 택시를 탈 기회가 있으면, 생명의 여행을 가능케한 시간과

진화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는 의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다음의 놀라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

하나는 우리가 우주에서 택시 기사가 있는 유일한 세계에 있을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우리은하와 다른 은하들 곳곳에 촉수가 달린 채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택시 기사들이 수많이 존재하면서 승객을 태우고 외계 도시들을

씽씽 달리고 있을 가능성이다.

(pg 32)

우주생물학자로서 저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행성은 역시나 화성이다.

인류의 화성 진출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그 자원과 노력을 지구를 살리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화성은 단지 더 먼 우주로 향하기 위한 전초기지라고 생각할 수도, 그저 희소한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식민지와도 같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화성 진출이 곧 지구를 포기하는, 완전한 이주의 개념은 아닐 것이라 말한다.

그러기에 화성의 환경은 너무도 척박하기에 기술력을 아무리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지구가 소행성 충돌과 같은 우주적 재난에 직면하더라도 인류가 절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화성을 비롯한 다른 여러 행성에 인류가 진출하는 것은 곧 보험과 같은 개념이지 절대 지구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책의 주제가 우주와 생물이니 가장 궁금하고도 자주 언급되는 질문은 바로 '우주에 정말 우리밖에 없을까?' 하는 질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지구 외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이기에 이 질문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지구 밖에서는 지적 생물은커녕 단순한 구조의 미생물도 발견한 적이 없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골디락스 존에 퍼져있는 그 수많은 행성들 가운데 지구와 같은 행성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 믿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외계에도 생명체가 있지만 이성을 가질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을 가능성, 지적 생명체가 있지만 외부로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거나 행성 간 여행 기술을 보유하지 않았을 가능성, 우리보다 월등한 존재가 있지만 마치 동물원의 동물을 관찰하듯 우리를 관찰하며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정말 우주상에 생명체는 오로지 지구에만 있을 가능성까지 아직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기에 과학자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외계인의 존재 여부도 모르지만 만약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겼을지, 의사소통은 가능할지, 우리에게 친절할지 혹은 적대적일지 등 여러 궁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자는 무엇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지만, 그들이 성간 여행을 성공해 우리와 접촉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과학으로는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답한다.

우주선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다른 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중력을 이해해야 하고, 방문하려는 행성의 구성 성분 정도는 분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방법은 그 종에게 우주에 대한 통찰력을 무한히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이런 방식으로 사고하는 다른 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직 인간만이 과학적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과학은 어떤 종이 자연의 작용 원리를 이해하는 데

체계적인 진전을 이루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우리와 외계인 사이에 그 밖에 어떤 차이점이 있건 간에,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무언의 이해를 통해 첫 접촉을 하는 사치를 누리게 될 것이다.

(pg 211)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도 아직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물과 무생물을 원자의 구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이 무엇인지를 탐구한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기에 이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의 본질을 발견하기 위한 탐구를 깊이 진행할수록

우리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지구라는 생명의 오아시스를 보존하는 것에서부터 먼 세계들에 사회를 건설하고

다른 곳에서 생명을 찾는 것에 이르기까지 큰 도전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기술적 노력에서 우리 자신의 궁극적 목적을

발견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주의 생명을 이해하려는 탐구 자체가 목적이다.

이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발견들이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자기 인식과 지각에 색을 더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pg 368)

하드커버에 300페이지 후반대로 꽤나 두툼한 책이지만, 내용이 그리 현학적이지 않고 다루는 질문과 답변이 재미난 편이어서 꽤나 즐겁게 읽은 것 같다.

이 책이 우주에 진짜 우리밖에 없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우주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로서의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