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조각 스티커 아트북 : 공룡 조각 조각 스티커 아트북 시리즈 4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클(싸이프레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트레스 많은 요즘 사람들.

집에 와도 머릿속에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떠나지 않을 때 단순한 일에 집중함으로써 머리를 비우는 힐링 취미들이 각광받고 있다.

주로 색칠하기나 퍼즐, 블록 맞추기, 그림 그리기 등 단순한 작업에 집중하는 취미들인데,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이런 책들만을 모아둔 코너도 생겨나고 있다.


컬러링북이나 DIY 명화 그리기 등도 그런 종류에 속하는 취미였는데, 복잡한 그림을 세밀한 칸으로 나누어 각각에 색을 칠하는 것이다.

단순한 것에 집중하게 해주는 효과도 좋고 완성하고 나면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되어 좋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준비와 뒷처리 과정이 너무 귀찮다는 것이 문제였다.

집사람이 물감으로 하는 DIY 명화 그리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재밌어하더니 나중에는 물감을 준비하고

다 한 뒤 붓과 파레트를 씻는 것이 귀찮아서인지 금새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책이 바로 스티커 아트북이다.

컬러링북이나 DIY 명화 그리기처럼 복잡한 한 장의 그림을 여러 칸으로 나눈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를 직접 칠해야 하는 귀찮음 대신 간편하게 스티커로 대신하게 해 준 것이다.

책을 집어드는 순간 누가 생각했는지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사람에게 부와 명예가 따르길 빈다.)


그 중에서도 본 책은 아이들을 위해 조금은 쉽게 제작된 버전이다.

그림마다 다르지만 대략 50~80개 정도의 스티커들을 붙이면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된다.


표지는 요렇게 생겼다.

역시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부동의 넘버원, 티라노사우루스가 표지 모델을 맡고 있다.

아직 이 책을 온전히 함께 하기엔 아이가 좀 어리지만, 공룡을 너무 좋아해서 표지와 그림만 봐도 '우와' 소리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스티커들이 예쁘게 분할되어 있다.

그림에서 숫자에 맞는 스티커들을 붙여나가면 된다.

스티커의 크기도 영역에 따라 손톱만한 크기에서 손가락만한 크기까지 다양하다.

깨알같이 적힌 글씨를 보며 차근차근 붙여 나가야 하므로 아이들 집중력 향상에 꽤나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스티커는 번호순으로 제작되어 있고, 그림 속 숫자는 완전히 랜덤이어서 번호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붙이기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그림을 보며 그림에 있는 숫자를 스티커에서 찾아 붙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다.

완성된 모습.

아동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스티커의 크기가 꽤 큰 편인데도 완성하고 나니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걸 뭣하러 하나 싶은 마음도 좀 들었었는데 하고나니 묘한 성취감이 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같이 해 볼 요량으로 좀 남겨두려고 했는데 왠지 내가 다 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에 수집 한참 할 때에도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제품들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붙여가는 재미가 있었다.  


육아중인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스티커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는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손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스티커만 보면 그렇게 좋아한다.

가구며 바닥이며 여기저기 스티커를 붙여대서 부모들에게 짜증을 안겨주기 쉽지만,

이 책을 건네준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하게 스티커로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동화가 아이를 망친다 - 부모가 아차 하는 사이
유종민 지음 / 타래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자발적으로 동화를 고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순전히 부모의 선택에 의지하며, 부모의 입을 통해 동화의 스토리를 파악한다. -중략-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하게 된다.

자신이 이미 어렸을 때 읽었고, 남들도 다 읽는 동화인데 뭐가 문제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스스로 중독된 사람은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야 하는데, 잘못된 선택을 남도 아닌 자신의 자식에게 대물림한다는 데 있다. (pg 29)



나는 틀리지 않았다.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아이가 슬슬 말귀를 알아 들어감에 따라 책을 읽어주는 일이 많아졌다.

읽어주다 보니 어릴적 나도 봤던 내용인데 이상하게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다.


기억나는 것중에 하나가 '완두콩 공주'라는 동화였다.

침대에 콩을 숨겨놓고 그 콩 때문에 불편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공주만이 진정한 공주라는 황당무계한 내용이었다.

그때도 한번 보고서는 다신 같이 보지 말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그 동화가 무려 동화의 거장 '안데르센'의 동화였다.


이 책에서는 거장 안데르센은 물론, 동화로 유명한 그림형제의 작품들과 우리나라의 고전문학까지 아우르며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들이 아이들에게 의도되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들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악영향이 바로 '성 역할의 고착화'일 것이다.

이 부분은 최근들어 이 책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이어서 그렇게까지 새롭게 들리진 않았다.

신데렐라도, 백설공주도, 콩쥐도, 춘향이도 항상 여성은 스스로 해결하기 버거운 어려움에 빠지고

어디선가 왕자나 장원 급제한 남성이 나타나 구해준다. 그러고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

남성은 아무 연관성도 없지만 아름답긴 한 여성의 어려움을 기꺼이 제거해주고 여성은 마치 보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을 내어준다.

(심지어 초면에 키스도 서슴치 않는데 여성은 그 사실을 알고서도 화 한번 내지 않는다.)

이런 동화 속 스토리 전개는 비단 동화 뿐만 아니라 아직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사라져가는 추세라지만)

이런 현상에 대한 설명은 이 책에 저자가 잘 해두어서 관련 페이지를 꼭 인용하고 싶었다.


(pg 187)


이 책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성 역할의 고착화'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심어주는

다양한 편견들에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동화에서 주인공이나 선한 인물이 여자라면 아름답게, 남자라면 잘생기게 그린다.

반면 악당이나 주변 인물의 경우 못생기게 그린다.

특히 그림 동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포맷이 주를 이루면 아이는 못생기고 추한 것은 악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pg 42)


이런 인식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이런 동화에 노출되다 보면 은연중에 예쁘고 잘생긴 아이는 뭘해도 좋게 보이고,

못생긴 아이는 왠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생기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그런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PC방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얼굴을 공개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댓글로 그의 외모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살인하게 생겼다는 둥, 게임이나 애니 같은 것만 보는 히키코모리 같다는 둥 그의 외모를 둘러싼 조롱이

그의 반인륜적인 범죄행위 자체나 경찰의 미흡했던 초기 대처에 대한 규탄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 만약 그 용의자와 닮은 아이가 주변에 있다면 어떻겠는가?

혹은 나 자신이, 혹은 내 아이가 그 용의자와 닮았다면 어떻겠는가?

외모를 욕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는 안도감만으로 사람의 외모를 행동의 결과와 매칭시키는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러한 언행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는 인식하지 못한다.  


좀 더 생각해 보면, 비단 좋고 나쁜 이미지만 편견을 갖게 하는 것도 아니다.

안경을 쓰면 똑똑하다, 키가 크면 우유부단하다, 뚱뚱하면 지저분하다, 마르면 신경질적이다 등등

외모와 등장인물의 성격을 매칭시켜 고착화하는 동화가 생각보다 많다.

이런 매체들을 접하다보면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외모로 분류하게 되고,

상대방과 이야기 한번 나눠보기도 전에 선입견을 갖게 된다.


이런 편견 외에도 고전 문학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폭력성도 지적하고 있다.


문맥상 백설 공주와 왕자는 일면식도 없다. 당연히 본 적도,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남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백설 공주는 의식이 없는 상태다.

그런데 왕자는 단지 백설 공주의 미모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키스하는 것으로 나온다.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의식이 없는 여자에게 키스를 한 것은 엄연히 성추행이다.

비록 그 키스를 받아 백설 공주가 잠에서 깨긴 했지만, 그렇다고 왕자의 잘못이 정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pg 123)


요즘 같아서는 바로 왕자 미투 사태로 언론을 떠들썩하게 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지만 백설 공주는 그에게 사랑에 빠진다.

심정지 상태여서 인공호흡을 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왕자 자신의 욕망에 의한 키스였는데도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전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계모는 하나같이 폭력적이다.

정말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주인공을 괴롭힌다.

그런 작품들을 보며 자라온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니 '계모라면 으레 성격이 나쁘겠지' 하는 편견이 자리잡는다.

어른들도 그런데 하물며 아이가 갖는 편견은 어떻겠는가. 반에 계모와 사는 아이가 있다면 어떤 눈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겠는가?


물론 저자가 고전 동화들이 갖는 교훈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편견이나 폭력성을 심어주지 않고도 교훈을 줄 수 있는 동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전 동화들이 이미 몇 세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요즘 세상에는 맞지 않으니

요즘 세상에 맞는 동화가 많이 나와줘야 한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애들 보는 동화를 가지고 너무 민감하게 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곧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배우게 될테고 남들 다 보는데 우리 애만 안보면 뒤쳐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여기 흠잡을 데 없이 멋진 스포츠카가 있다. -중략-

그런데 딱 한가지 결함이 있다.

전체 주행거리가 5천 킬로미터가 넘을 경우 특정 속도에서 브레이크가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결함이 더러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략-

단한번이라도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이 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pg 283)


이미 중고등학생만 되더라도 자리잡힌 생각을 깨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때문에 되도록이면 아이에게 편견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동화를 아이가 알고 있다면, 아이 스스로 모순되는 부분이나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도록

같이 질문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디톡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까다롭게 동화를 고르면서 읽어주고 싶지 않은 부모라도 위 디톡스는 함께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우리 아이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지만, 나도 이 책을 읽고난 뒤부터는 같이 책을 보다 거슬리는 구절들을 발견하면

아이에게 한마디씩 덧붙이려고 한다.

'굳이 왕자를 만나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아냐', '계모라서 나쁜게 아니라 이 사람이 나쁜거야' 등등.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읽고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상깊은 구절

만약 사회에 좀비가 만연한다면 우선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지 환경 보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굶고 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설령 멸종 위기종의 마지막 한 마리라 해도 잡아먹음으로써 주린 배를 채울 것이다.

환경 보전은 경제나 치안 모두 안정된 사회에서나 안심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pg 171)

 

 

나름 책 읽는 것이 취미라고 하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최근에 본 책 중에서 누가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어떤 책을 추천할까?'


보통은 책을 다 읽고서 '와, 이 책이라면 정말 누구한테 추천해줘도 욕먹지는 않겠다' 싶은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읽는 내내 너무 재밌어서 당장이라도 추천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이 '자연과학'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특별하다.

뼛속부터 문과충인 나는 책을 볼 때에도 '자연과학'쪽은 좀처럼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서평을 남긴 책 중에서도 자연과학 서적은 처음일 것 같다.


(책의 뒷표지)


보통 자연과학 책이라 하면 갖는 선입견이 있다.

딱딱한 이론적 배경 설명과 수식, 그리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난무할 것 같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이 책은 뒷표지에 장식된 화려한 말들이 민망하지 않게 정말 '재미'가 있었다.

'조류학자'라고 하는 다소 희귀한(?) 직업을 가진 저자가 자신이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재치있게 풀어가고 있다.

(저자의 말로는 지인 중에 조류학자가 있을 확률이 연예인을 알고 있을 확률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챕터마다 하나의 새를 주제로 놓고 썰을 풀기 시작하는데, 그 썰의 전개 방식이나 문장들에 유머가 넘친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보통 차에 묻어 있는 하얀 새의 배설물을 우리는 '새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저자는 하얀 배설물은 오줌이라는 설명을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한다.


(pg112)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읽다보면 무심코 나도 모르게 빵터지게 만드는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제목과는 달리 저자가 새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이 모든 챕터에서 드러난다.

심지어는 새의 뼈까지 좋아해서 골격 표본을 최대한 모으고 있다며 오타쿠스럽게 고백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새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들도 최대한 쉬운 서술로 풀어놓았다.

심지어는 현존하는 새가 아닌, 한 식품광고에 등장하는 마스코트 새의 외모를 분석하여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지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유추하는 챕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밌었던 챕터였다.)


희귀한 연구 분야에 종사하다보니 생기는 어려움들도 생동감있게 전달하고 있다.

주로 무인도에서 연구를 많이 하는데 그러다보니 물자나 인프라가 없어 고생한 이야기들이 특히 인상깊었다.

밤에 연구를 하다 귀에 벌레가 들어가서 죽을 뻔한 이야기나 선착장이 없어 수십미터를 헤엄쳐 가야하는 이야기 등

마치 '정글의 법칙'을 보는 듯한 사례들도 많았다.


(pg 75)


최근들어 경기가 좀 침체되었다고는 하나 일본은 그래도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곳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생생한 오지를 경험할 수 있다니 새로운 느낌도 들었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연구지가 통째로 용암에 잠기는가 하면,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새로운 연구지가 생겨나기도 한다.

간척사업 말고는 일평생 지도가 바뀌는 일이 없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그런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환경 문제에 대한 시각도 몇몇 챕터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그 중 멸종위기에 처했던 '빨간위기흑비둘기'의 개체수를 다시 증가시킨 사례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한 종이 멸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며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만약 사회에 좀비가 만연한다면 우선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지 환경 보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굶고 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설령 멸종 위기종의 마지막 한 마리라 해도 잡아먹음으로써 주린 배를 채울 것이다.

환경 보전은 경제나 치안 모두 안정된 사회에서나 안심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pg 171)


앞서도 말했지만 조류학은 독으로도 약으로도 쓸 수 없는, 고상한 연구 분야이다.

새가 무엇을 먹든 어디를 날든, 사회나 경제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덕분에 일반 영리 기업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에는 세금이 투입된다. 국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성과를 논문으로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세상에 환원하는 것은 연구자에게 주어진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학술 잡지는 과학의 발전에는 기여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띄는 일은 거의 없다.

실질적인 스폰서인 국민이 성과물을 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pg 182)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류학'이라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부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위에 저자가 밝힌 것처럼 학술 잡지에 실릴 논문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 책처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연구성과를 접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도 국민의 혈세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어릴 적 새와 물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도감 속 새와 물고기 종류를 달달 외우고 다녔지만,

막상 그것을 먹고 사는 직업으로 연결시킬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이제는 다 까먹어버린 이름들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뼛속까지 문과충인 내가 조류학 전공자가 될수는 없었겠지만 조금이나마 조류학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쯤이면 응당 평점을 다섯 개 줘야 마땅할 것 같으나, 하나는 편집상의 문제로 제하였다.

요즘 책 답지않게 자잘한 오타들이 너무 많아서 책의 빛을 좀 가리는 것 같다.

(위에 예시로 든 75페이지 캡쳐에서도 '발휘하다는'이라는 오타가 들어 있다.)

책의 2쇄, 3쇄가 나온다면 꼭 오탈자 검수는 다시 해주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미있어서 주말에 놀아달라는 애도 무시하고 만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일본 문화(특히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잘 안다면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더 많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저자의 다른 책들이 있나 검색해봤는데 국내 온라인 서점에서는 뜨지 않았다.

이 책이 인기를 끌어 다른 저서들도 번역되어 나와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강왕 공룡 대백과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8
히라야마 렌 감수 / 글송이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읽은 육아 관련 책에서 어릴 때 도감을 가까이 하는 것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성장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감을 전집으로 사서 아이가 보기도 전에 질리게 만들지 말고,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주제들이 생기면 같이 서점에 들러 하나씩 사주는 것이 좋다는 팁도 있었다.


요즘 아이가 '아빠'와 '맘마'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하는 단어가 '티아'이다. (우리 딸은 왜 '엄마' 소리를 안하는지 의문이다.)

핑크퐁에 나오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부르는 단어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핑크퐁 영상에 나오는 귀여운 공룡 이미지가 좋은가보다 했는데 언제부턴가 쥬라기월드 퍼즐에 있는 티라노도

좋아하더니 장난감 가게에 가면 실물처럼 생긴 무시무시한 공룡 피규어를 봐도 '티아?' 하면서 좋아한다. (물론 무서워서 만지진 못한다.)

이 책을 보자마자 '티아?'를 외치는 아이가 생각나서 접하게 된 책이다.




 

일단 표지부터가 매우 정신없다.

아이들은 이런 정신없음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내가 어릴 때 보던 도감들은 대체로 밋밋한 표지였던걸로 기억한다.

생각해보면 아이들로 하여금 한번이라도 더 들춰보게 하려면 디자인부터 아이들 취향에 맞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표지는 확실히 이목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안에 내용도 굉장히 정신없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공룡들을 무질서하게 나열하지 않고 시간의 순서대로 배치한 점과 공룡의 서식지 및 먹이(초식, 육식) 등으로 분류하여

원하는 공룡들을 찾아보면서 즐겁게 독서할 수 있도록 신경쓴 부분들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 '최강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처럼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어느 공룡과 어느 공룡이 붙으면 누가 이길지를

마치 카드게임처럼 스탯을 부여하여 설명하는 것이 재밌었다.

책을 훑어보면서 한 4-5세쯤 된 아이들이 '야 무슨무슨 공룡이 젤 쎄!' '아냐, OOO사우루스가 더 쎄거든!' 하며 논쟁할 때

한 꼬마가 이 책을 들고 홀연히 나타나 논쟁을 종식시키는 재미난 상상도 해 보았다.


(pg 74)


또 한편으로는 공룡을 분류하는 기준, 서식지에 따라 어떤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는지, 공룡의 이름은 왜 그렇게 부여되었는지,

사람이랑 비교했을 때 크기가 어떤지도 설명하고 있어서 표지가 주는 이미지처럼 너무 흥미 위주로만 되어 있지 않고

'대백과'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을 수준의 정보도 포함하고 있어서 부모된 입장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특히 최근에 발견된 공룡 화석들에서 깃털이 같이 발견되면서 일부 공룡들에 깃털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학설들이 많아졌다고 들었는데,

그림에도 그런 것들을 반영하여 일부 공룡들에는 깃털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2014년에 발견된 화석에 의해 깃털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여두는 세심함도 돋보였다.


지금은 아이가 그림을 보면서 '우오' 거리는 것이 전부이지만, 오래 가까이에 두고 나중에 글을 깨치게 되면 아이 스스로

원하는 공룡들을 찾아보면서 학습하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 원전 강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상깊은 구절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잊지 않는 것이 있다면,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소유 문제'라는 점입니다.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를 기초로 하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만이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라는 사실을 공산주의자들은 잊지 않습니다. (pg 307)



마르크스 관련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학 시절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다.

(물론 이제 서른 중반인 주제에 대학 시절이 '추억'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인가 싶지만)

대학 시절에 대한 기억 전체를 100이라 한다면 학회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그 중 60-70%는 차지할 것 같다.

"해방의 신새벽, 그 날까지 전진하는 성균인의 모임." 그 학회의 모토였다.

'해방'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모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과는 무관했던 학회지만 전공 공부 못지않게 많은 자료를 읽었고

선, 후배, 동기들과 열띤 세미나를 한 뒤 이어지는 술자리에서의 난상토론들이 내 대학 생활의 큰 부분이었다.

그 때 읽었던 마르크스 관련 자료들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완성된 책자로 된 자료보다는 선배들로부터 알음알음 내려온 복사물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공산당 선언 원문 자체는 매우 짧은 글이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인터넷에 원문과 해석문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한국어판 링크: https://www.marxists.org/korean/marx/communist-manifesto/index.htm)


하지만 짧은 글이니만큼 마르크스의 사상이 매우 압축적으로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더 큰 의미를 갖지 않나 싶다.

책의 편집부터가 원문을 읽어가면서 바로바로 해설을 접하여 이해를 돕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좌측 페이지에는 원문이, 우측 페이지에는 좌측에서 본 원문의 해설이 붙어있는 방식이다.


(책 소개 중 이 책의 구성 안내 페이지)


독특한 편집 덕분에 원문의 길이에 비해 책이 월등히 두꺼워졌다. (약 350페이지 정도)

하지만 설명이 매우 친절하고 쉬우며 중간중간 편집의 묘미로 사진이나 삽화 자료들도 들어 있어서 읽기에 지루함이 없었다.


이 책은 임승수 작가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시리즈 중 세 번째인데, 자본론, 철학 다음 책이다.

발행 순서는 젤 마지막이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이 책이 가장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마르크스 사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훑고 있는 텍스트가 공산당 선언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선언에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타 사상들에 대한 반박,

그래서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사회의 모습과 그 실현 방안들이 짧은 글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


자본론에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과학적으로 심도있게 분석해나가기 때문에

이 책을 본 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는 것이 순서상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철학'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마르크스의 유물론 철학을 다룬 책이라 한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으면

그 이해가 더 빠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마르크스 관련 책을 읽는다는 것은 특히나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촛불로 밝혀진 정의가 실현되고 언론에서 매일 떠들듯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얼마 전 치뤄진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이 압승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내 고향 구미의 시장이 민주당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진보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는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내 기준으로 볼 때 그렇게까지 진보적이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슬슬 경제 파탄이니 북한 퍼주기니 하며

여론을 몰아가는 시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댓글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보이던 무조건적인 문 대통령 찬양에서 벗어나 

증세나 경제 침체, 최저임금 인상, 실업율 등을 근거로 소위 '까는' 댓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직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물론 그가 주장한 것이 100% 옳으니 이대로 하자고 주장하는 이는 현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던져주는데, 그 문제의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메시지를 두 페이지 정도만 골라본 것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만원은 사실상 불가능함을 선언했고(임기 내 노력하겠다고는 했으나)

인터넷을 보면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것 같다.


물론 임금 노동자의 다수는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을 수 있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규모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으므로 그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노동하지 않는 이들'이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지 않는가?

영세규모의 자영업자들이 힘든 진짜 이유가 최저임금을 받아가는 알바들 때문인지,

매출의 큰 포션을 가져가는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에 있는지는 왜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는가?

(뉴스에 댓글 다는 한가한 사람들은 모두 건물주들이기 때문인가?)


이처럼 공산당 선언이 갖는 의미는 현재 한국 사회에도 아직 유효하다.

이런 시점에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금 리마인드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열정과 앎을 나눌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던 대학 생활이 생각나 잠시 즐거운 기억에 잠기는 계기이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