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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 원전 강의 ㅣ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7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잊지 않는 것이 있다면,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소유 문제'라는 점입니다.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를 기초로 하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만이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라는 사실을 공산주의자들은 잊지 않습니다. (pg 307)
마르크스 관련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학 시절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다.
(물론 이제 서른 중반인 주제에 대학 시절이 '추억'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인가 싶지만)
대학 시절에 대한 기억 전체를 100이라 한다면 학회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그 중 60-70%는 차지할 것 같다.
"해방의 신새벽, 그 날까지 전진하는 성균인의 모임." 그 학회의 모토였다.
'해방'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모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과는 무관했던 학회지만 전공 공부 못지않게 많은 자료를 읽었고
선, 후배, 동기들과 열띤 세미나를 한 뒤 이어지는 술자리에서의 난상토론들이 내 대학 생활의 큰 부분이었다.
그 때 읽었던 마르크스 관련 자료들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완성된 책자로 된 자료보다는 선배들로부터 알음알음 내려온 복사물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공산당 선언 원문 자체는 매우 짧은 글이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인터넷에 원문과 해석문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한국어판 링크: https://www.marxists.org/korean/marx/communist-manifesto/index.htm)
하지만 짧은 글이니만큼 마르크스의 사상이 매우 압축적으로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더 큰 의미를 갖지 않나 싶다.
책의 편집부터가 원문을 읽어가면서 바로바로 해설을 접하여 이해를 돕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좌측 페이지에는 원문이, 우측 페이지에는 좌측에서 본 원문의 해설이 붙어있는 방식이다.
(책 소개 중 이 책의 구성 안내 페이지)
독특한 편집 덕분에 원문의 길이에 비해 책이 월등히 두꺼워졌다. (약 350페이지 정도)
하지만 설명이 매우 친절하고 쉬우며 중간중간 편집의 묘미로 사진이나 삽화 자료들도 들어 있어서 읽기에 지루함이 없었다.
이 책은 임승수 작가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시리즈 중 세 번째인데, 자본론, 철학 다음 책이다.
발행 순서는 젤 마지막이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이 책이 가장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마르크스 사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훑고 있는 텍스트가 공산당 선언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선언에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타 사상들에 대한 반박,
그래서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사회의 모습과 그 실현 방안들이 짧은 글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
자본론에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과학적으로 심도있게 분석해나가기 때문에
이 책을 본 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는 것이 순서상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철학'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마르크스의 유물론 철학을 다룬 책이라 한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으면
그 이해가 더 빠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마르크스 관련 책을 읽는다는 것은 특히나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촛불로 밝혀진 정의가 실현되고 언론에서 매일 떠들듯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얼마 전 치뤄진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이 압승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내 고향 구미의 시장이 민주당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진보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는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내 기준으로 볼 때 그렇게까지 진보적이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슬슬 경제 파탄이니 북한 퍼주기니 하며
여론을 몰아가는 시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댓글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보이던 무조건적인 문 대통령 찬양에서 벗어나
증세나 경제 침체, 최저임금 인상, 실업율 등을 근거로 소위 '까는' 댓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직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물론 그가 주장한 것이 100% 옳으니 이대로 하자고 주장하는 이는 현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던져주는데, 그 문제의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메시지를 두 페이지 정도만 골라본 것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만원은 사실상 불가능함을 선언했고(임기 내 노력하겠다고는 했으나)
인터넷을 보면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것 같다.
물론 임금 노동자의 다수는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을 수 있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규모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으므로 그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노동하지 않는 이들'이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지 않는가?
영세규모의 자영업자들이 힘든 진짜 이유가 최저임금을 받아가는 알바들 때문인지,
매출의 큰 포션을 가져가는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에 있는지는 왜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는가?
(뉴스에 댓글 다는 한가한 사람들은 모두 건물주들이기 때문인가?)
이처럼 공산당 선언이 갖는 의미는 현재 한국 사회에도 아직 유효하다.
이런 시점에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금 리마인드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열정과 앎을 나눌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던 대학 생활이 생각나 잠시 즐거운 기억에 잠기는 계기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