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과학책 - 거대 괴물 · 좀비 · 뱀파이어 · 유령 · 외계인에 관한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존재 증명
쿠라레 지음, 박종성 옮김 / 보누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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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참신한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려면 상당한 지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pg 8)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가벼운 과학책 읽기가 또 다른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일본의 과학 전문 작가가 쓴 책으로 총 31장에 걸쳐 

다양한 문화컨텐츠에 존재하는 과학적 질문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을 들려준다.

후반 인덱스를 제외하면 약 350페이지 정도로 보통보다 살짝 두꺼운 편인데 무려 31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니

읽기 전부터 깊이에 대한 걱정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그런 걱정은 상당부분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 책은 내가 먼저 접해본 다른 비슷한 종류의 과학책들처럼 

특정 상황이 현재 기술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차별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현재 기술로서는 어디까지 재현이 가능하다'라거나

'현재 이런 부분은 재현이 어렵다'라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금 작가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총 동원해서 최대한 광선검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광선검이 광선검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1. 무엇이든 흐물흐물해진 버터를 자르듯 두 동강 낼 수 있어야 하고

2. 광선검끼리 부딪쳤을 때 소리가 나야 하며 3. 스위치를 켜면 길이가 늘어나야 한다. (pg220)


이렇게 먼저 조건을 제시한 뒤, 1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 2번을 위해서는 저런 기술 등등 

완벽하진 않아도 우리가 원하는 광선검에 가까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제시를 해준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pg 165)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사례가 위에 등장하는 그림이다.

귀신의 존재 여부를 과학적으로 100%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현대 기술로 사람이 귀신을 봤다고 충분히 믿고 느낄 수 있을만한 장치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비슷한 사례로 공룡의 부활에 관련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쥬라기공원처럼 과거의 화석 같은 것에서 공룡 DNA를 추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현재 공룡과 가장 비슷한 생물종이 조류라고 한다면 조류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과 비슷한 형태의 생물을 창조하는 것은 

오히려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어차피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뭔가 있는 것에서 추출하는 것이 쉬울법한데 과학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정말 알수록 신기한 것이 과학의 매력인 것 같다.


단순한 과학적 사실의 나열도 좋지만 저자가 중간중간 적절히 유머를 잘 섞고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이다.


도핑 호르몬은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호르몬을 복용하거나 투약했다고 해도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호르몬을 주입한 후 운동을 해야 근육이 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차피 운동을 할 거라면 약 부작용을 떠안느니 

차라리 아무런 처방도 하지 않고 오로지 운동만 열심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pg 90)


위 문단처럼 유머러스하게 결말을 내고 있는 챕터도 상당히 많아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처음 책을 받고 목차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신의 존재를 묻고 있는 마지막 장을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이 부분은 별다른 과학적 지식 보다는 일반적인 시각들을 나열하고 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다만 작가의 종교관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종교계 대학에서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자가 할 생각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을수록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약속하는 신을 강렬히 원하기 마련인데,

통증이 극심한 상황일수록 생존을 위해 뇌가 감각을 차단하듯이 

이 역시 우리의 뇌가 자기 방어 기제를 가동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pg 345)


아쉬운 부분이 없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미적인 측면과 정보적인 측면을 놓고 보자면 재미적인 측면에 훨씬 더 방점을 찍은 책이지만

그 덕분에 지루함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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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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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나는 심리치료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런데 사실 이들의 고통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대감, 자기 조절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왜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는지 정말 의문이다. (pg 247)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과거에 트라우마 하나 없는 사람이 그렇게 많겠나 싶기도 하고 과거의 일들을 지금 들춰내 인식한다고 한들

지금의 내 삶이 어떤 방식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들 때문이었다.

 

물론 위 리스트 전부에 해당하진 않겠지만, 위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달리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느 한가지 정도는 해당할 법한 문장들이기는 하다.)

내 생각에 나는 한 서너 가지 정도는 해당되는 것 같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릴 적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절감,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

생애 초기에 상처 받은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바로 이런 것이다.

- 이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 나는 환영받지 못한다.

-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

-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

-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pg 66)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트라우마는 흔히들 말하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겪은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가지게 된 

'정신적 결함' 정도로 심각한 수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하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사실은 어릴 적 트라우마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특정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설명하면서 어릴 적 경험에 기반하여 설명하는 책들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이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들과 조금 다른 점은 이 '어릴 적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이다. 

보통은 그 트라우마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트라우마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아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를 인식하는 것 자체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일 뿐이지 인식하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은 어릴적에 겪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어 현재 다양한 부정적인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내 상태에 더욱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조금 더 상세히 말하자면 특히 지금 '내 신체 상태'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몸이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결국 과로하게 되고 번아웃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이들은 몸의 상태가 아주 심각해진 이후에야 비로소 자기 상태를 자각하게 된다.

여기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보는 능력을 '신체 내부 감각'이라고 한다. 

이렇듯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게 되고 결국 욕망을 충족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체념하거나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pg 68)


저자가 말하는 몸은 정신과 함께 나를 구성하는 요소인데, 현재의 우리가 지나치게 정신에만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어 

몸은 소외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이런 현상을 '몸과 정신이 해리'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게 된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이러한 해리 현상은 정신은 물론 몸에도 건강상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몸과 마음이라는 것이 서로 떨어져 각기 기능할 수 있는 별도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몸은 그냥 있는 그대로 우리의 몸이다. 

그리고 내가 내 몸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지를 더 의식해야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 몸을 대한다. 

장담하건대 절대로 타인의 몸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g 153)


어릴 적 이런 트라우마가 생기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특히나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은 곁에 부모가 없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독일인인데 만약 저자가 우리나라의 가장 '일반적인' 육아의 시작이 생후 2주동안 부모와 물리적으로 격리되는 조리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되면 한국인의 태반은 이러한 트라우마를 기본적으로 안고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트라우마의 원인들 중에는 현재 만 3세가 덜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자신도 반성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대게 사람들은 아이들의 경계선을 잘 지켜주지 않는다.

거리에서 낯선 강아지를 만질 때보다도 더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을 만진다. (중략)

어른의 경우에는 서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함부로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아이라면 이런 룰을 무시하기 일쑤다. (중략)

아이일 때 이런 경계선을 일상적으로 침범받으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언제든지 나의 공간에 침범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된다. (pg 231-232)


아이를 예뻐해준다는 명목으로 아이가 놀고 있을 때에도 습관적으로 아이를 끌어 안거나 뽀뽀를 하고는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사실은 아이가 스스로 지키고 싶은 사회적 경계선을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육아가 정말 어렵긴 한 것 같다. 어릴 적에 워낙 부모님 사랑을 잘 못받고 자라서 내 아이는 꼭 원없이 안아주리라 마음 먹었는데...)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개인 입장에서 어떻게 이러한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게 사실 가장 심각한 단점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해리된 정신과 몸이 다시 통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동양에서 말하는 명상법처럼 자신의 신체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를 의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충족시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의 욕구란 단순히 '배가 고프다, 자고 싶다' 같은 생리적 욕구라기 보다는,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애써서 그 사람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하지 말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라는 의미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려움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점에서 다소 맥이 빠질 수 있는데 육체적 상처의 치료도 병원에 가면 더 잘 치료받을 수 있듯이, 

정신적 상처의 치료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 잘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트라우마가 생긴 과거의 배경에만 이성적으로 집중하는 기존의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치료사와 내담자가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라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진정성 있는 인간 관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치료사와 맺는 관계는 성적인 요소가 배제된 한정된 기간의 사랑 관계이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거나 포옹해주는 것은 유대 관계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스킨십이다. 

이런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는 심리치료가 과연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많은 내담자가 치유 과정에서 또다시 혼자 버려졌다고 느끼면서 유년기의 경험을 반복한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관계 지향적이고 신체 지향적인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pg 244)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무슨 말인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현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해결책인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도 낯선이와의 신체 접촉 자체를 굉장히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유아기가 지나고 나면 가족과도 신체접촉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에서 심리 치료사와 스킨십을 나누는 치료 과정에 동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의견에 머리로나마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래의 구절 때문이었다. 


나는 심리치료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런데 사실 이들의 고통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대감, 자기 조절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왜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는지 정말 의문이다. (pg 247)


나도 위 주장에는 100% 동의한다.

정신질환이 점점 더 일반화되어 가는 현상은 물론 정신과 치료 자체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숫자 역시 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독서 후 많은 것을 얻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심리를 치료함에 있어서 몸이 중요하다는 시각 자체는 매우 신선하고 좋았다. 

또한 정신적인 상처 역시 신체적 상처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와 함께하면 더 쉽게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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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하여 - 암, 호스피스, 웰다잉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1년의 기록
석동연 지음, 김선영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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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나는 여태껏 이토록 평온하고 고요하게 미소 짓는 아빠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울면서 웃는다. (pg 203)



대한민국 성인남녀 사망원인 1위로 늘 꼽히는 암.

개인적으로도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다.

암이 가족력이 있는 병이다보니 아버지의 큰 누님이신 고모도 암 투병을 하신 경험이 있다.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괜찮으신지 걱정이 되던 차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이 책은 암으로 투병하던 아빠를 간호한 경험이 있는 한 만화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4컷 만화로 그린 책이다.


아래처럼 암 환자와 함께하면서 생기는 일상을 4컷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나이든 환자를 돌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닐텐데 귀여운 그림체 때문인지 마냥 힘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만화로 그려진 간병의 희노애락만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암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임종 직전까지 환자가 어떤 절차로 치료를 받게 되며 환자와 보호자가 어떤 심리상태일 수 있는지

비교적 상세히 제시되어 있다.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 덕분에 딱딱함 없이 쉽게 읽어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쉽게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에서는 암이라고 하면 보통 절망적인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의사가 굳은 표정으로 '6개월 남으셨습니다.' 하면 등장인물들이 크게 놀라며 긴박한 BGM이 흐르는 클리셰는 지치지도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본 암은 보다 현실적인 병이었다.

건강검진 활성화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암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아졌고 약물과 치료방법의 발달로 완치도 제법 된다고 한다.

물론 완치되었다 하더라도 재발이나 전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 번 걸리면 평생 신경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두께에 만화로 된 책이니 금새 읽을 수 있지만 보다보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아빠와 그를 지켜보는 딸.

물론 당사자만큼이야 힘들겠냐마는 아픈 가족을 지켜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부정해 보지만 병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감동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정보전달 측면에서도 전문의의 감수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고 있다.

주변에 암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 혹은 나처럼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래부터는 사족이다. 


책과의 인연도 우연은 아니라는 말을 가끔 하는데...

이 책을 받고서 며칠이 지났을까. 장모님이 건강검진 중에 폐암 의심 소견을 받으시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아직 조직검사를 해야 확실히 알게되는 상황이지만 장모님과 아내가 큰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조직검사 후 별일 아니기를 빌고 또 빌지만, 또 혹여 암이라 하더라도 1기에 발견했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도치않게 아내도 꼭 읽어야 하는 책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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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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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그러나 자신의 인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자신이 누군가의 분신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누구나 자신의 분신을 원하는 것 아닐까. 그걸 찾지 못해서 모두들 고독한 것은 아닐까. (pg 568)



책을 다 읽고 두 번 반성했다.

첫 번째는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생각보다 두꺼워 '읽으려면 꽤나 걸리겠는데'라고 생각했던 내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는 점이다. 

휴일을 맞아 무심코 표지를 열었는데 한 번 책을 손에 잡고나니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놀아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TV를 틀어주고 나는 옆에서 이 책을 읽었을 정도로 몰입감이 엄청났다. 

결국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다 읽는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는 이렇게 강력한 몰입감을 주는 작가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접했다는 부끄러움이었다. 

말 그대로 책을 읽으면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터라 텍스트로 스릴을 느낀 것이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이어서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라인은 생각보다 심플한데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상당히 스릴있었다.

홋카이도에 자신이 엄마와 아빠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있던 마리코라는 여자가 있었다. 

학창시절 집에 화재가 발생해 엄마가 사망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코는 마음 한 구석에 엄마가 아빠를 의심하여 

가족을 모두 죽이고 자살하려는 목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마리코는 분명 자신의 출생에 미심쩍은 면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 뿌리를 추적하기로 한다. 


한편 도쿄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TV에 출연하고 싶은데, 엄마가 극렬히 반대하는 후타바라는 여자가 있었다.

엄마의 반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TV에 출연했지만 곧 이어 그토록 반대했던 엄마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다. 

자신의 방송출연과 엄마의 사망에 모종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홋카이도에서 한 교수가 찾아와 

엄마의 과거를 들려주겠다며 접근한다.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지만 후타바의 방송 출연을 시작으로 둘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후로는 스토리에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줄거리는 생략하지만, 사실 책 표지에 '인간의 탐욕과 오만', '신의 영역을 침범' 등의 문구가 있어서 사실 그 둘의 관계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책 제목 역시 '분신'이다.)


하지만 이 책의 스릴은 그 둘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 둘이 자신의 과거를 하나하나 캐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속도감있게 전개되어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늘어진다거나

답답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빨리빨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서술 방식 역시 마리코의 장이 끝나면 바로 후타바의 장이 시작되며 둘의 서술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각 장에 별도의 부제가 달려있지 않은데 그 점이 오히려 사건에 대한 흥미를 높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작품 내에 출산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찰이나 기술의 발전과 윤리적 가치의 충돌 등 

사회적인 내용도 적지않게 담아내고 있어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풍성함을 더해준 점도 좋았다. 


영화화 하면 상당히 재밌겠다는 생각에 검색해보니 이미 5편짜리 드라마가 일본에서 제작된 적이 있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5편 전부 찾아 볼 수 밖에 없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오버스러움이 간혹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책의 이야기 흐름을 충실하게 잘 반영하고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원작을 읽은 직후에 보니 원작과 차이가 나는 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원작에 등장하는 방대한 양의 등장인물들을 드라마에 적합하게 축소하고, 두 주인공(배우는 한 명이지만)의 조력자들의 관계가 

단순화되어 묘사된 점들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책의 결말이 다소 모호하게 끝나는 반면, 드라마는 보다 명쾌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속이 더 시원할 수는 있다. 

다만 책에서 느낀 스릴이 드라마에서는 아주 충분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스토리를 전부 알고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검색하다 보니 이전에 '레몬'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발매된 적이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레몬이 작품 내에서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기 때문에 스포일러성이 다분한 원제보다 오히려 나은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책에서는 파랑색 표지에 큼지막하게 노란 레몬을 그려두어 이런 면을 잘 살리고 있기도 하다. 


읽기도 금방 읽었지만 그 감동이 식기 전에 서평도 금방 쓴 느낌이다. 

바로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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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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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과학을 쉽게 이야기해주는 책들을 부쩍 읽고 있는 것 같다.

왜 꽃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은 책 5권 중 3권이 과학 관련 서적이다.

평생을 문돌이로만 살아온 자신에 대한 성찰(?)일수도 있고 그냥 SF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결국은 책까지 찾아보게 된 것일수도 있다.

여하간 지금 소개할 책도 과학 관련 서적이다.

위트 있는 제목에 다소 귀여운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 지식을 정말 쉽게, 

나같은 평생 문돌이도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진 책이다. (저자 자신도 문돌이라 죄송하다는 표현으로 끝을 맺고 있다.)


총 7개의 주제를 알려주는데, 1장에서는 질소 비료에 관한 인류의 발전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책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인구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과학적 성과가 바로 질소 비료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기계화니 전산이니 통신이니 발전할 여유가 생기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답답해서 책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질소 비료의 순서가 끝나면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단위'에 관련된 내용이 등장한다. 

길이, 부피부터 시작해서 시간과 언어까지 등장하는 매우 폭넓은 주제이다. 

특히 시간에 대한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긴 내용을 정리하면, 어쨌든 핵심은 '시간이 지금처럼 정해진 데에는 특별한 과학적 이유가 없다'이다. 


(전략) 날짜를 정한 율리우스는 새 달력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생일이 포함된 7월(July)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는다. 

또한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취임하기 위해 기존 달력의 11월을 1월로 선포하고 새해를 바로 시작했다. (중략)

그래서 기존의 새해의 시작인 March는 3월이 되었고, 8이라는 뜻을 가진 October는 10월이 되었다. (pg 95)


현재도 별자리 점을 볼 때 사용하는 12개의 별자리가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것이다.

심지어 처음 별자리를 측정한 이후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 현재 하늘과는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점을 보는 사람은 이런 과학적인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만약 조금 더 과학적으로 별자리 점을 보고 싶다면, 자신이 해당하는 별자리의 앞 별자리를 보면 된다. (중략)

물론 그렇게 본다고 해서 별자리 점이 과학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pg 93)


3장은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상당 부분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위트있는 문장들 덕분에 즐겁게 읽었다. 


4장에서는 성전환 기술을 통해 성소수자 이야기를 한다. 

저자가 문돌이인 것이 이 장에서는 정말 훌륭하게 잘 드러난다. (물론 공학도도 인권의식이 있겠지만 상대적인 표현이다.)

저자의 인권 의식이 개인적으로 나와 잘 맞는 것 같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인권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인권 운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논리 속에 산다.

그들에게 소수자는 실재하지 않는다. 

만약 가까운 사람 중에 소수자가 있거나, 그들의 존재를 '진짜' 인식하면 절대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폐지 수거를 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진짜' 알게 되면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누구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pg 212)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성소수자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타고나기를 성소수자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혐오하는 사람들 말대로 성장 환경 때문에 성소수자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모두 인위적인 존재다.

아파트 지어놓고 침대 위에서 자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밤에 전등을 켜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당신이 오럴섹스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인간은 누구나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산다. 

문화 자체가 인위에서 시작한 것이다. (pg 214)


위 까지는 책 전체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또 저자의 멋진 표현들을 기억하기 위해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는 바로 빅데이터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현재 가장 핫한 키워드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외치지만 실상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몰랐던 부분이라 관심을 끌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 빅데이터가 될텐데 문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이전에는 정해진 목적을 위해 데이터를 모았다. 하지만 빅데이터는 일단 데이터를 모은다. 

그 데이터가 이후 어떻게 사용될지 저장되는 당시에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뽑혀 올라와 정보가 된다. (pg 279)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보단 강국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고 있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그 이유가 우리나라는 단순히 데이터를 빨리 주고 받는 데에만 신경을 썼지 그 데이터들을 축적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뭔가 이유도 상당히 우리나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빨리')

물론 이미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니 이제부터는 축적하는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상당히 재미난 실제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허리케인과 딸기맛 과자의 상관관계였다. 


미국의 한 마트 업체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허리케인이 돌면 특정 브랜드의 딸기맛 과자가 유독 잘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왜 허리케인이 돌면 유독 그 딸기맛 과자가 잘 팔리는지 원인을 분석할 수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유'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팩트가 그러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 마트에서는 허리케인 경보가 있을 때 해당 지역에 그 딸기 과자를 잔뜩 들여놓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사례가 빅데이터가 신격화되는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다. 

사람들은 데이터가 주는 객관성이라는 가면에 매료된다. 

하지만 데이터에는 가치가 들어 있지 않다. 

계속해서 마트를 예로 들면, 평소에 마트를 자주 가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구매 실적은 당연히 마트 빅데이터에 적게 수집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전문가는 저소득층이 자주 사는 물품들의 실적이 낮으므로 더 이상 팔지 않을 것을 권하게 될 것이다. 

이때, 과연 이 조치가 합당한지를 저자는 묻는다. 


초기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로그인하면 사용자가 '보고 싶다'고 체크해놓은 영상을 추천 영상에 띄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이 보겠다고 한 영상을 보지 않았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훌륭한 다큐멘터리나 작품성이 높은 해외 영화를 언젠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보고 싶다' 버튼을 누르지만, 

실제로는 늘 보던 가벼운 드라마와 비슷한 작품만을 계속 시청하는 것이다. (pg 290)


허리케인과 딸기맛 과자의 상관관계와 넷플릭스처럼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빅데이터. 

우리는 빅데이터가 주는 결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부분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철학의 발전이 함께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모양이다. 


인간의 방식을 습득한 기계는 인간의 편견까지 그대로 물려받는다. 

이전에 존재하던 소수자 배척은 빅데이터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런 배척이 과학이란 이름으로 공정함으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pg 318)


마지막 챕터에서는 기후와 일기예보 관련 내용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위트있는 문장, 풍성한 정보로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었다. 

다소 특이한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다음 책들이 기대되는 작가도 한 명 더 알게된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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