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위하여 - 암, 호스피스, 웰다잉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1년의 기록
석동연 지음, 김선영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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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나는 여태껏 이토록 평온하고 고요하게 미소 짓는 아빠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울면서 웃는다. (pg 203)



대한민국 성인남녀 사망원인 1위로 늘 꼽히는 암.

개인적으로도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다.

암이 가족력이 있는 병이다보니 아버지의 큰 누님이신 고모도 암 투병을 하신 경험이 있다.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괜찮으신지 걱정이 되던 차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이 책은 암으로 투병하던 아빠를 간호한 경험이 있는 한 만화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4컷 만화로 그린 책이다.


아래처럼 암 환자와 함께하면서 생기는 일상을 4컷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나이든 환자를 돌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닐텐데 귀여운 그림체 때문인지 마냥 힘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만화로 그려진 간병의 희노애락만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암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임종 직전까지 환자가 어떤 절차로 치료를 받게 되며 환자와 보호자가 어떤 심리상태일 수 있는지

비교적 상세히 제시되어 있다.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 덕분에 딱딱함 없이 쉽게 읽어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쉽게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에서는 암이라고 하면 보통 절망적인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의사가 굳은 표정으로 '6개월 남으셨습니다.' 하면 등장인물들이 크게 놀라며 긴박한 BGM이 흐르는 클리셰는 지치지도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본 암은 보다 현실적인 병이었다.

건강검진 활성화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암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아졌고 약물과 치료방법의 발달로 완치도 제법 된다고 한다.

물론 완치되었다 하더라도 재발이나 전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 번 걸리면 평생 신경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두께에 만화로 된 책이니 금새 읽을 수 있지만 보다보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아빠와 그를 지켜보는 딸.

물론 당사자만큼이야 힘들겠냐마는 아픈 가족을 지켜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부정해 보지만 병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감동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정보전달 측면에서도 전문의의 감수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고 있다.

주변에 암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 혹은 나처럼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래부터는 사족이다. 


책과의 인연도 우연은 아니라는 말을 가끔 하는데...

이 책을 받고서 며칠이 지났을까. 장모님이 건강검진 중에 폐암 의심 소견을 받으시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아직 조직검사를 해야 확실히 알게되는 상황이지만 장모님과 아내가 큰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조직검사 후 별일 아니기를 빌고 또 빌지만, 또 혹여 암이라 하더라도 1기에 발견했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도치않게 아내도 꼭 읽어야 하는 책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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