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과학책 - 거대 괴물 · 좀비 · 뱀파이어 · 유령 · 외계인에 관한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존재 증명
쿠라레 지음, 박종성 옮김 / 보누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참신한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려면 상당한 지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pg 8)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가벼운 과학책 읽기가 또 다른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일본의 과학 전문 작가가 쓴 책으로 총 31장에 걸쳐 

다양한 문화컨텐츠에 존재하는 과학적 질문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을 들려준다.

후반 인덱스를 제외하면 약 350페이지 정도로 보통보다 살짝 두꺼운 편인데 무려 31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니

읽기 전부터 깊이에 대한 걱정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그런 걱정은 상당부분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 책은 내가 먼저 접해본 다른 비슷한 종류의 과학책들처럼 

특정 상황이 현재 기술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차별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현재 기술로서는 어디까지 재현이 가능하다'라거나

'현재 이런 부분은 재현이 어렵다'라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금 작가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총 동원해서 최대한 광선검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광선검이 광선검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1. 무엇이든 흐물흐물해진 버터를 자르듯 두 동강 낼 수 있어야 하고

2. 광선검끼리 부딪쳤을 때 소리가 나야 하며 3. 스위치를 켜면 길이가 늘어나야 한다. (pg220)


이렇게 먼저 조건을 제시한 뒤, 1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 2번을 위해서는 저런 기술 등등 

완벽하진 않아도 우리가 원하는 광선검에 가까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제시를 해준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pg 165)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사례가 위에 등장하는 그림이다.

귀신의 존재 여부를 과학적으로 100%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현대 기술로 사람이 귀신을 봤다고 충분히 믿고 느낄 수 있을만한 장치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비슷한 사례로 공룡의 부활에 관련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쥬라기공원처럼 과거의 화석 같은 것에서 공룡 DNA를 추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현재 공룡과 가장 비슷한 생물종이 조류라고 한다면 조류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과 비슷한 형태의 생물을 창조하는 것은 

오히려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어차피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뭔가 있는 것에서 추출하는 것이 쉬울법한데 과학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정말 알수록 신기한 것이 과학의 매력인 것 같다.


단순한 과학적 사실의 나열도 좋지만 저자가 중간중간 적절히 유머를 잘 섞고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이다.


도핑 호르몬은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호르몬을 복용하거나 투약했다고 해도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호르몬을 주입한 후 운동을 해야 근육이 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차피 운동을 할 거라면 약 부작용을 떠안느니 

차라리 아무런 처방도 하지 않고 오로지 운동만 열심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pg 90)


위 문단처럼 유머러스하게 결말을 내고 있는 챕터도 상당히 많아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처음 책을 받고 목차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신의 존재를 묻고 있는 마지막 장을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이 부분은 별다른 과학적 지식 보다는 일반적인 시각들을 나열하고 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다만 작가의 종교관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종교계 대학에서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자가 할 생각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을수록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약속하는 신을 강렬히 원하기 마련인데,

통증이 극심한 상황일수록 생존을 위해 뇌가 감각을 차단하듯이 

이 역시 우리의 뇌가 자기 방어 기제를 가동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pg 345)


아쉬운 부분이 없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미적인 측면과 정보적인 측면을 놓고 보자면 재미적인 측면에 훨씬 더 방점을 찍은 책이지만

그 덕분에 지루함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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