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공룡 서바이벌 대백과 - 봐도 봐도 신기한 체험하는 바이킹 시리즈
이진원 옮김, 고바야시 요시쓰구 감수 / 바이킹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다섯 살이 된 딸 아이 덕분에 공룡 책을 엄청 보고 있는 요즘이다.

이 나이대가 되면 무조건 공룡 이름을 잘 외우는 패시브 스킬이 자동으로 장착되는 모양이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워낙 열광하는 주제이다보니 서점에 가면 공룡 관련 책은 물론이고 단어카드, 퍼즐, 장난감까지 

공룡을 다룬 컨텐츠들이 즐비하게 구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책을 고를 때 얼마나 차별점이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텐텐데, 책마다 특징들이 달라서 

아이가 좋아한다 하더라도 집에 있는 책과 비교해 아이가 흥미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장에 비슷비슷한 내용에 비슷비슷한 그림들이 나열된 책들이 주루룩 꽂혀있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단순히 공룡들을 쭉 나열해 둔 그림 도감이 아니라 공룡을 생물학적인 기준으로 분류해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같은 초식 공룡이라 하더라도 트리케라톱스과와 스테고사우루스과는 생김새가 매우 다른데, 이렇게 생김새가 다르면

보통 섭취하는 음식이나 생활 환경, 생태와 습성들도 매우 다르다.

이렇게 카테고리로 묶어 공룡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생김새가 단순히 '종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식성, 생활 습관 등 과거의 공룡 세계를 보다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쉽게 정리하자면 이 책은 공룡책을 좀 본 아이들, 즉 '숙련자용' 공룡책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룡책을 사서 보는 독자의 연령대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재미를 더해 줄 목적인지 

십 여장 정도의 공룡 카드도 동봉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이 카드를 아이에게 주면서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름이 같은 공룡이라 하더라도 책마다 그림체가 

워낙 달라서 같은 공룡인지 알아보기 어려울법도 한데 놀랍게도 아이가 처음 보는 카드 중 60-70% 정도의 이름을 한번에 맞췄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감 종류도 같은 출판사의 책만 쭉 구비할 경우 아이들이 해당 공룡의 특성을 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책의 특정 위치를 외우는 

건지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그림체가 완전히 다른 책들을 여러 권 구비하면 아이들의 카테고리화 능력을 확인하기 좋은 기회가 된다는 

육아 팁도 나름 얻게된 것 같다. 


전반적으로 그림보다는 글밥이 더 많아서 스스로 글씨를 읽기 시작하는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가 되면 더 재밌게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처럼 어린 아이라면 공룡 카드를 들고 책 어디에 나오는지 찾아보는 놀이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이가 그림을 좀 오래 본다 싶으면 해당 페이지의 글씨를 읽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책 읽기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카드를 손에 꼭 쥐고 같은 공룡을 찾아보는 딸. 좋은 애비 코스프레는 이렇게 완성된다.)
 

아이와 같이 책을 보다 알게된 사실인데, 난 공룡 이름은 모두 어려운 외국어로만 되어 있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부경대 팀이 처음 발견했다 하여 '부경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공룡 이름이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걈류 책을  볼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 이런 종류의 책은 한 출판사의 시리즈를 한번에 모두 구비하기 보다는 

여러 출판사의 책을 그때그때 비교해서 구비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아 보인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같은 그림체로 된 트리케라톱스만 보다가 다른 그림체로 된 트리케라톱스도 봐야 트리케라톱스만의 특징들을 

잘 구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같은 공룡이라 할지라도 출판된 시점과 저자가 주목한 학설에 따라 공룡의 깃털 유무, 체형 등

외형이 완전히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 책에서도 비슷한 계통의 공룡들이 실제 다른 종일수도 있고, 같은 종인데 성장중인 어린 개체일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아직 공룡은 미스터리인 부분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눈에도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앞으로 몇 권의 공룡 책을 더 접하게 될지 문득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상깊은 구절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pg 49)



벌써 세 권째 읽는 김상욱 교수의 책.

유튜브가 대중화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역시나 양질의 컨텐츠를 무료로 무한정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쓰레기같은 컨텐츠에 대한 접근도 쉬워졌지만;;)

이 책 역시 유튜브를 보던 어느 날, 김상욱이라는 익숙한 이름에 이끌려 봤던 영상에서 소개되어 구매하게 되었다.

글도 잘쓰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는 말투 역시 듣기 좋아서 유투브로 그의 강연을 듣다보면 

뭔가 이해가 잘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물론 다 보고 나서 100% 이해했는지를 물으면 자신이 없어진다.)


그의 저작들은 과학 지식을 친절하게 알려주면서도 그 속에 인문학적, 예술적 성찰도 함께 담아내곤 한다. 

이 책 역시 이전의 '과학공부'처럼 특정한 주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에세이 형식으로 세상 만사를 과학적 지식으로 풀어낸
책이라 보면 된다. 
따라서 이론 물리학자의 책이지만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해주는 과학적 지식들이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하지만 원자 내의 전자는 특별한 반지름을 갖는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유는 모른다.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이동할 때는 그냥 점프를 해야 한다.

문제는 점프를 하는 동안 궤도 사이를 연속적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한 궤도에서 사라져서 다른 궤도에 짠 하고 나타나야 한다. 

역시 이유는 모른다. 

당시 물리학자들이 보어의 이론을 싫어한 것도 당연하다. (pg 122)


양자역학 관련 책을 보다가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되었었는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당연했다.

이유를 지금도, 물리학자들도 모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저자가 이 대목과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었다.


"우주가 이런 법칙으로 움직이겠다는데 인간이 이해를 하고 말고가 왜 중요한가?"


이미 수학적으로 증명이 다 된 부분이어서 그냥 이게 진리인데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불평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역시 평생을 문돌이로 살아온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발언이었다. 

아래의 구절과 일맥상통하므로 이는 원문을 그대로 담아보았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아니다.

아무 의미 없이 법칙에 따라 그냥 도는 것뿐이다.

지구상에서 물체가 1초에 4.9미터 자유낙하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일까? -중략-

4.9가 아니라 5.9였으면 더 정의로웠을까?

진화의 산물로 인간이 나타난 것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까? 공룡이 멸종한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진화에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의미와 가치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다.

우주에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없다. (pg 251)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우주보다 놀랍다고도 말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인간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pg 251) 



이런 식으로 과학 지식에서 출발해 결국에는 인간과 사회, 철학적인 질문까지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책의 제목인 떨림과 울림도 세상 만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원자는 지속적으로 움직이고(떨림) 있고, 움직임은 주변에 장(울림)을 만든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pg 173)


결국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다른 모든 만물과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라는 철학적 사유를 원자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듯 저자의 책에서는 비단 과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예술적 통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과학자로서 과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는데, 일반적인 사람들이 읽기에도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종교나 철학은 자신의 이론으로 때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과학자가 보기에 그냥 모른다고 했으면 좋을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과학은 무지를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중략-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중략-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pg 269)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pg 269-270)



올해 처음으로 대학 수시모집에서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 모집 인원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출처: 베리타스알파,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388117)


워낙 인문계열이 사회 진출에서 불리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공계 역시 순수학문 보다는 의치약대나 공대쪽으로의 지원이 많아진 

결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계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계 진학율 향상이 사회의 합리성과 민주성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저자의 책 중 기존에 읽었던 것들과 비교해보면 '과학공부'보다는 조금 어렵고 '양자공부'보다는 쉬웠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타고난 문돌이 기질을 바꿔보겠다고 이런 저런 과학 책들을 기웃거려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책만큼 쉽게 읽히는 과학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모쪼록 저자가 앞으로도 이런 대중적인 과학 서적을 많이 출간해주길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취향이 참 한결같아서 영화나 만화도 늘 액션이나 SF 위주로 본다.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전개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예측 가능한 정도가 좀 심한 작품들은 보면서 '쟤 언제 죽나..'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지면 

약간 우습기도 하면서 허탈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다소 뻔하게 흘러가는 전개 양상을 '클리셰'라고 하는데, 이 중 죽음에 대한 클리셰를 묶은 책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액션이나 SF물에서 죽는 클리셰는 정말 잘 맞추는 편인지라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되나 궁금했다.


책에서는 이러한 클리셰들이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지는 이른바 '사망 플래그'들을 유형별로 소개하고 있었다. 

용어 설명을 위해 예를 들면 전쟁 영화에서 자신의 연인 사진을 보여준다던가 내가 잘못되면 편지를 전해주라고 하는 인물들은 

보통 죽게 되는데, 이 때 '사망 플래그가 섰다'라고 표현한다. (책에서는 이 플래그가 015번과 059번으로 소개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작가가 만화가인지라 각 플래그마다 직접 그린 그림 한 편과 이를 설명하는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가이니만큼 삽화가 생각보다 웃겨서 읽는 내내 피식 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보면서 이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마구 떠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사망 플래그 009번이 '병을 앓는 스승'인데, 

제목만 읽어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에인션트 원이나 쿵푸팬더의 우그웨이 스승이 떠올랐다. 

023번 플래그인 '미인의 유혹을 받는 사람' 역시 엑스맨 시리즈만 봐도 미스틱에게 희생되는 대다수의 인물들이 이 케이스로 당한다. 

(그림이 재밌기 때문에 그림도 같이 소개하고 싶으나 저작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글로만 전한다.)


이렇듯 뻔한 전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런 장치들을 활용한 창작물들이 나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네이버에 클리셰를 치면 정의와 함께 아래와 같은 설명이 등장한다.


클리셰는 익숙한 내용으로 친근감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클리셰가 남발될 경우 해당 작품을 진부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클리셰가 계속 차용되는 것은 클리셰 안에 사회적 통념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3062&cid=43667&categoryId=43667)


결국 '새로움'을 추구할 때 월등히 우수하지 않으면 수용자 입장에서 좋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므로 
창작자 입장에서는 클리셰라는 쉬운 접근법을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물론 클리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클리셰를 파괴한 작품이 나오면 열광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극한직업'이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한 이유도 클리셰 파괴라는 분석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다른 사례로 영화 '기생충'이 공개되기 전에 한 네티즌이 '기생충 스토리 예상'이라며 떠든 짤이 있었는데, 
실제 영화와는 완전히 동떨어져서 이후에 비웃음 거리가 되었던 것도 생각났다. 
(원본이 궁금하다면 찾아가보기 바란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aver?nid=4696358&code=161967)
사실 이런 예상들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만큼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가는 작품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여하간 이 책은 수많은 작품들 속 등장인물의 '죽음'이라는 주제를 90여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이 수많은 사례들이 하나같이 공감이 간다는 게 재밌었다.
영화, 드라마, 만화 할 것 없이 문화 컨텐츠에 대한 경험이 많다면 읽으면서 자동으로 몇 몇 작품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중 몇 개의 작품들에는 2개 이상의 플래그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앉은 자리에서 쭉 읽기 보다는 잠깐잠깐 짬 날 때 뒤적여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스토리 구상이 필요한 창작자라면 당연히 좋은 참고가 될 것 같고, 일반적인 독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들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할까? 베스트 지식 그림책 4
비르지니 모르간 글.그림, 장미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면서 반드시 듣게 되는 질문인데 의외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아빠는 회사에서 하루종일 뭐해?'인 것 같다.

그냥 '일하지'라고 말하면 그 일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아이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 나와서 접하게 되었다. 


일단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끄는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복장으로 각자 자신의 직업을 대표하는 물건들을 들고 있어서 책 속에 어떤 직업들이 나올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눈치가 빠르다면 표지만 봐도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이 책에서는 수많은 직업별 그림 속에 성별과 인종이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성 역할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매 장마다 잘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꼭 반대로만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성과 여성이 균등하게 등장하고 

인물들의 피부색도 각양각색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직업에 대한 소개 역시 무작위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병원에서, 건설 현장에서 등등 아이가 실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장소를 주제로 직업들을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와 실제로 동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소개해줄 수 있다. 


특히 아이 입장에서는 자주 드나드는 마트(상점)나 병원 등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마치 게임 속 NPC처럼 

당연히 그 자리에 존재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모두 엄마나 아빠처럼 노동하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비록 그 중 직원은 '인사담당자' 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빠가 이 비슷한 일을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냥 일반적인 구분인 교수, 직원, 학생으로 나눠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여담으로 출판사에서 본 책과 관련된 독서활동지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운 받아서 아이와 함께 활동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펴보니 5살짜리 우리 아이에게는 살짝 어려워 보이지만, 이제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정도의 아이라면 

부모와 함께 재미나게 작성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https://blog.naver.com/randomhouse1/222477675778


지금 딸이 5세라 부모가 읽어줘야 하는데, 읽어주기에 글밥이 살짝 많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꽤 장시간 집중력있게 잘 따라오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매우 뿌듯했다. 
스스로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더 재미나게 보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오랫동안 책장에 두며 아이가 커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보는 첫걸음이 될 것 같다. 

 
(책과 함께하는 좋은 부모 코스프레는 오늘도 계속된다.)

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음을 밝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또 다시 찌르는 듯한 공포감이 당신의 뇌를 쥐어짠다. 

당신을 향해 돌진하는 암흑. 그리고 그 때 당신은 이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그건 마치 세상에 태어나는 느낌 같다. (pg 290)



죽은 아내를 되살리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의지로 탄생하게 된 AI 로봇.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애비게일의 설정이다. 

이런 종류의 SF물을 너무도 좋아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접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좋아하는 개인 취향상 독서를 하면서 '숨막히게 재밌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덮는 순간 그 관용어를 문자 그대로 느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500페이지 정도로 살짝 두껍게 느껴지는 분량인데 일요일 하루를 몽땅 투자해 하루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주말에 늘상 하는 게임이나 음주도 이 책을 읽는 것을 방해하진 못했다.)


'어디부터 반전이라고 해야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역자도 후기에 비슷한 말을 남겼는데, 마치 재미난 미드를 보듯이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장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스포일러가 되면 작품의 재미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므로 스포일러 없이 소개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지만,

역시나 이 책은 반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읽는 것을 추천한다.



AI와 로봇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들은 사실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런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면 등장인물이 AI라는 사실 자체를 반전으로 삼는다거나 자신이 AI라는 태생적 한계를 인식하는 

다소 식상한(?) 전개를 예상하기 쉽겠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인 애비가 눈을 뜨자마자 

'믿기지 않겠지만 넌 내가 만든 AI 로봇이야'라는 식으로 애비의 정체를 알려주면서 시작한다. 

게다가 애비에게 가능한 기능이 무엇이고 불가능한 기능이 무엇인지도 초반에 다 알려준다.

주변 사람들이 애비를 기계로 봐야 할지 한 영혼으로 봐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도 등장은 하지만 작품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 스스로도 이 작품이 SF적 요소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심리 스릴러'라고 밝혔듯이,

AI 로봇이라는 설정은 그냥 설정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애비는 왜 탄생했고 그녀에게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뻔하게 예상되듯이 아내를 물리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단순한 이유는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애비에게는 생식기가 구현되어 있지 않다. 

먹고 마시는 등의 기능도 일체 없다. 

애비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추리해가야만 한다. 


팀은 당신을 숭배한다고 계속 말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것은 정말 당신일까?

아니면 당신이라는 관념일까? 그러니까 그의 창조물, 이 놀라운 성취물을 사랑하는 걸까?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바쳐진 이 놀라운 기념비를? (pg 195)



스포 방지를 위해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겠으나, 장담컨데 이 책의 결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닐 것이다. 

(난 심지어 다 읽고 결말 부분을 두 번 더 읽었다.)

이 책의 특이한 서술 방식(시점)이 책의 반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정도가 스포를 피하는 최대한의 힌트라는 점만 일러둔다. 

여하간 특출난 재미를 주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기계로서 근사하다는 게 아니에요. 한 사람으로요. 힘든 상황이지만 거기에 끌려 다니지 않잖아요.

 당신은 강하고 영리해요. 절대 물러서지 않죠. 당신은..." 그는 적절한 비유를 찾는다.

"마치 장애가 있는데 그걸 수퍼 파워로 바꾼 것 같아요." (pg 454)


작가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책을 읽기 전에 작가를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책을 다 읽은 후 난 당연히 작가가 여성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찾아보니 중년 남성이었고 이미 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작가였다. 

그 중에 이미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는 작품도 있다고 하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서둘러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