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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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참 한결같아서 영화나 만화도 늘 액션이나 SF 위주로 본다.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전개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예측 가능한 정도가 좀 심한 작품들은 보면서 '쟤 언제 죽나..'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지면 

약간 우습기도 하면서 허탈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다소 뻔하게 흘러가는 전개 양상을 '클리셰'라고 하는데, 이 중 죽음에 대한 클리셰를 묶은 책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액션이나 SF물에서 죽는 클리셰는 정말 잘 맞추는 편인지라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되나 궁금했다.


책에서는 이러한 클리셰들이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지는 이른바 '사망 플래그'들을 유형별로 소개하고 있었다. 

용어 설명을 위해 예를 들면 전쟁 영화에서 자신의 연인 사진을 보여준다던가 내가 잘못되면 편지를 전해주라고 하는 인물들은 

보통 죽게 되는데, 이 때 '사망 플래그가 섰다'라고 표현한다. (책에서는 이 플래그가 015번과 059번으로 소개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작가가 만화가인지라 각 플래그마다 직접 그린 그림 한 편과 이를 설명하는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가이니만큼 삽화가 생각보다 웃겨서 읽는 내내 피식 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보면서 이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마구 떠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사망 플래그 009번이 '병을 앓는 스승'인데, 

제목만 읽어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에인션트 원이나 쿵푸팬더의 우그웨이 스승이 떠올랐다. 

023번 플래그인 '미인의 유혹을 받는 사람' 역시 엑스맨 시리즈만 봐도 미스틱에게 희생되는 대다수의 인물들이 이 케이스로 당한다. 

(그림이 재밌기 때문에 그림도 같이 소개하고 싶으나 저작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글로만 전한다.)


이렇듯 뻔한 전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런 장치들을 활용한 창작물들이 나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네이버에 클리셰를 치면 정의와 함께 아래와 같은 설명이 등장한다.


클리셰는 익숙한 내용으로 친근감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클리셰가 남발될 경우 해당 작품을 진부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클리셰가 계속 차용되는 것은 클리셰 안에 사회적 통념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3062&cid=43667&categoryId=43667)


결국 '새로움'을 추구할 때 월등히 우수하지 않으면 수용자 입장에서 좋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므로 
창작자 입장에서는 클리셰라는 쉬운 접근법을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물론 클리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클리셰를 파괴한 작품이 나오면 열광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극한직업'이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한 이유도 클리셰 파괴라는 분석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다른 사례로 영화 '기생충'이 공개되기 전에 한 네티즌이 '기생충 스토리 예상'이라며 떠든 짤이 있었는데, 
실제 영화와는 완전히 동떨어져서 이후에 비웃음 거리가 되었던 것도 생각났다. 
(원본이 궁금하다면 찾아가보기 바란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aver?nid=4696358&code=161967)
사실 이런 예상들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만큼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가는 작품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여하간 이 책은 수많은 작품들 속 등장인물의 '죽음'이라는 주제를 90여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이 수많은 사례들이 하나같이 공감이 간다는 게 재밌었다.
영화, 드라마, 만화 할 것 없이 문화 컨텐츠에 대한 경험이 많다면 읽으면서 자동으로 몇 몇 작품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중 몇 개의 작품들에는 2개 이상의 플래그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앉은 자리에서 쭉 읽기 보다는 잠깐잠깐 짬 날 때 뒤적여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스토리 구상이 필요한 창작자라면 당연히 좋은 참고가 될 것 같고, 일반적인 독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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